[원더풀 시니어] (209) 일상의 기적
[원더풀 시니어] (209) 일상의 기적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3.22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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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가 쓴 ‘일상의 기적’의 한 부분으로 나는 며칠 전 우연히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너무도 작가와 같은 공감을 하게 되었기에 여기에 옮겨 보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찜질도 하고 파스도 붙여가며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 점점 심하게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약국 약에도 효과가 없고 침대에서 일어나고 눕기와 잠자리까지 불편하고 허리를 굽히는 일과 기침에도 신경이 쓰일 지경이었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자다가 얻은 병’ 이란 말에 공감하며 결국엔 병원신세까지 지게 되었다. 간단한 문진에 이어서 이곳저곳 X-ray를 찍은 다음 의사의 판정을 기다리는 동안 오만가지 불길한 생각을 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다가 일종의 근육통이라는 진단과 함께 물리 치료와 며칠간의 약 처방을 받고 나왔다.

원인도 모르며 고통을 겪으면서 마음대로 되는 줄로만 알았던 내 몸에 대해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뛰고 걷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그동안 무모하게 혹사를 했던 내 몸에 대해 미안하다. 아무 생각 없이 두 다리로 걷고 뛰어다니던 일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기적임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와 건강을 비교하는 격언을 새롭게 생각해 본다. 우리 인체를 신비한 소우주라고 하여 인간만큼 완벽한 기계는 없다고 하지만 아무리 장수시대라고 한들 70년, 80년 써먹으면 어느 정도 고장은 당연하다. 그래서 늙으면 병과 함께 살아감이 숙명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늘 조금만 불편하면 자기만 불행하다고생각하는 걸까? 나이 들면 숨차고 피로한 것이 당연하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강 공포증(메디칼 리베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욕심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건강에 대해서만은 유독 귀가 얇다. 그래서 TV광고나 선전에 잘 속는다. 신비한 우리 인체는 매우 복잡한 구조이이고 구석구석 다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또한 질병과 노화를 구별해서 생각해 보자. 그리고 숫자에 너무 민감할 필요도 없다. 65세만 되면 노인이라는 그물에 스스로를 가두는 심리적 위축이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골밀도 등의 정상인 수치를 갖고 70~80 어른까지도 거기에 꼭 맞춰야 된다는 것은 무리다. 큰 불편을 못 느낀다면 너무 걱정하지말자. 인체는 신비하고도 복잡한 기계이면서 정신건강이 육체건강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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