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12) 내 걱정은 하지 마
[원더풀 시니어] (212) 내 걱정은 하지 마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4.12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인이 된 현미의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백과
고인이 된 현미의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백과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나는 끄떡없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운동도 하고/ 언제나 해피데이지/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 부르면/ 세월 가는 것도 잊어버리지/ 내 나이도 잊어버리지/ 세상 마음먹기 달렸지/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나는 끄떡없어/ 자나 깨나 너희들 잘 되기를 빌고 있어/ 내 걱정은 하지 마/ 가는 세월도 먹는 나이도 나 혼자면 외롭겠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간다면/ 사는 게 재미가 있어/ 사는 건 멋진 일이야....

가수 현미가 2017년 80세를 기념하여 발표한 신곡 ‘내 걱정은 하지마’이다. 사망하기 전날도 김천에서 ‘효 콘서트’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저녁엔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고 귀가했다는 항상 씩씩하고 건강한 모습의 향년 85세 원로가수 현미가 이튿날인 4일 오전 자택에서 홀로 세상을 떠났다.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그녀의 히트곡처럼 말없이 떠났다. 1938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미8군 무대를 통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으며 1962년 발표한 ‘밤안개’가 대표곡이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하면서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명을 주었다. 특히 고령의 나이에도 힘있는 목소리를 자랑했으며 2007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My Way(나만의 길)’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목소리가 안 나오면 모를까 은퇴는 없다. 나이가 80이든 90이든 이빨이 확 빠져 늙을 때까지 ‘밤안개’를 부를 것”이라면서 사라지더라도 멋지고 떳떳하게 가는 것이 참 모습이라 했으니 결국 그녀는 평소 자기 소신대로 살았으며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났다.

 ‘내 걱정은 하지 마’에서 혼자서도 끄떡없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운동 잘하며 지낸다. 친구들과 어울려 내 나이도,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멋지게 재미있게 그리고 너희들(아들 형제) 잘되기만을 빌며 잘 지내니까 내 걱정은 하지도 말라고 했다. 참으로 노년세대들에게 귀감이 되는 노랫말이다. 다가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으면서 홀로서기에 강한 고인의 노래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된다.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노인인구 900만에 빈 둥지 가족 300만, 1인 가족 200만 정도라고 한다. 사회와 생활구조의 변화와 함께 떠나버린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반려 동물, 반려식물과 함께 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시대다. 그런데 고인은 노래를 통해서 ‘나 혼자라면 외롭겠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하니까 사는 게 재미있고 멋진 일’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년의 행복 조건을 돈과 건강이라지만 친구도 그에 못지않은 조건이란 것이다. 친구는 배우자와 또 다른 인생반려자로 뜨거운 눈물을 함께할 수 있다.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으며 든든한 사회적 관계와 공감 능력으로 우울과 고독으로부터 건강한 삶에 이르는 자유로운 노년이 되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시작하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이 두렵거나 일을 시작할 의욕이 없어서 이런저런 핑계로 자기 인생에서 찾아오는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김형석 박사는 우리 인생이 30년은 부모에게 의지해서 다음 30년은 가족위해 살고 남은 인생이 자신을 위한 삶이니 결국 노년인 지금의 삶이 진정한 자신의 삶이라고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한번 가면 다시 못 올 딱 한번뿐인 내 인생이다. 마음이 늙지 않게 젊은이들보다 더 다듬어보자. 이것을 아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고 멋진 사람은 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