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11) 인생살이는 새옹지마
[원더풀 시니어] (211) 인생살이는 새옹지마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4.05 0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노라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는 것을/ 쓰다 달다 투정 말고 툭 털고 일어나 봐요/실타래 풀리듯이 가는 세월은 너의 사랑 나의 정이지/어찌 어찌 그렇게 좋은날만 있을까/개였다 흐렸다. 흐렸다 개였다/우리네 인생살이/인생은 새옹지마/이런 일 저런 일로 돌고 돌아 한세상/쓰다 달다 투정 말고 툭 털고 일어나 봐요/실타래 감기듯이 오는 세월은 너의 희망 나의 꿈이지. 가수 이상번의 노래‘인생은 새옹지마’의 노랫말이다.

‘새옹지마’란 인생에서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유래는 중국의 변방에서 한 노인이 말 한필을 길렀는데 어느 날 그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을 간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위로를 하니 노인은 “그게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며칠 뒤 암말과 함께 나타나자 동네사람들이 복 받았다고 부러워한다. 노인은 “화가 될지 누가 압니까?”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지니 또 동네사람들이 모여 와서 위로를 한다. 노인은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얼마 뒤 오랑캐가 쳐들어와서 징집령이 내렸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덕분에 군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는 이야기다.

삶의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몸소 실천한 법정스님의 있는 그대로의 친필 편지글을 모아 엮은 책인 ‘마음하는 아우야!’라는 인생편지에서도 “인생은 이렇게 살아라.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아픔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데서 오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또한 살고자하는 집착에서 온다는 것이다.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한데서 온다.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에서 오는 것이니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이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세상만사가 마음이 그곳에 머물러 집착하게 되면 그때부터 괴로움이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오래 머무는바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인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 따라 받아드려야 하겠지만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이것이 노후의 마음 편한 삶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문제를 흑백논리에만 집착하여 중간적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일치하거나 자기편 정보는 쉽게 믿고 받아들이면서, 다른 편 정보는 그것이 아무리 사실이라도 부정하고 싶다. 특히 진영논리로 굳어진 정치판이 그러하다. 주말이면 서울의 거리는 온통 저주와 증오의 집회로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이 네편 내편으로 갈등을 증폭시켜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미래가 어떤 상황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조용히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무슨 일이든 집착으로 자신을 가두어서 손해를 보거나 스스로를 망가뜨린 경험으로 크게 후회한 경우는 없었는지. 눈만 밝게 뜨고 고정된 시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우리 모두 굳어진 감정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이성을 앞세워 사리분별을 분명히 하도록 애쓰자. 인생살이는 새옹지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