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10)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원더풀 시니어] (210)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3.29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서 부엌일을 거의 안 해본 처녀가 결혼해서 처음으로 시아버지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반찬은 그런 대로 먹을 만 했는데, 문제는 밥이었다. “식사준비가 다 되었느냐?”는 시아버지의 말씀에 할 수 없이 밥 같지 않은 밥을 올리면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며느리가 말했다. “아버님, 용서해 주십시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독한 꾸지람을 각오하고 있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뜻밖에도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가야, 참 잘됐다! 실은 내가 몸살기가 있어서 죽도 먹기 싫고, 밥도 먹기 싫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다니 정말 고맙구나!” 이 사소한 말 한 마디가 며느리에게 깊은 감동으로 남아서 시아버지 생전에 극진히 효도를 다했으며 시아버지는 지혜로운 인격과 성품으로 평생 극진한 섬김을 받았다는 SNS로 떠도는 글을 옮겨보았다. 물론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뭔가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말로 수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말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도 많다. 흔히 알려진 우리 속담으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살다보면 할 말 못할 말이 있다. 들어서 기분 좋은 말 기분 나쁜 말도 있다. 때로는 칼보다 더 무서운 말도 있다. 우리의 인간관계는 유리그릇과 같아서 조금만 잘못해도 깨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원수가 되기도 하고, 지극히 사소한 말 한마디로 큰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라는 말도 있다.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어떤 말은 상대에게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고, 어떤 말은 분노와 오해와 절망을 준다. 삼성 이병철 회장 집안의 대물림 가훈이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돈 버는 일도, 밥 먹는 일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로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마음을 열고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말을 잘 하려면 남의 말을 잘 들어야한다. 왜냐하면 잘 듣지 않고 말을 잘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말을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말할 수 있다. 불신의 말 절망의 말이 남의 마음에 눈물주고, 실망 주고, 상처를 준다. 말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떨어지면 듣는 사람의 에너지도 떨어진다.

우리가 쓰는 말로 성공과 실패도, 사랑과 이별도, 좋은 인연과 악연도 만든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실수도, 잘못도, 싫은 말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또 이성이 있기에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 힘들어도 화가 나도 말하기 전에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자.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남도 소중하다. 극단적 말이나 귀에 거슬리는 말보다는 고운 말, 아름다운 말, 희망을 심어주는 말을 하도록 애쓰자. 말 한마디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하지만 무심코 들은 비난의 말 한마디가 잠 못 이루게 하고, 정 담아 들려주는 칭찬의 말 한마디가 하루를 기쁘게 한다.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사는 우리 인생,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좋은 관계의 첫걸음이다. 기분 좋고 맑고 밝은 희망의 말로 환한 미소 지으며 좋은 인연 만들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