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08) 나이가 뭐길래
[원더풀 시니어] (208) 나이가 뭐길래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3.1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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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내 과거 묻지를 마세요/ 알아서 무엇 하나요/ 지난일은 지난밤에 묻어요/ 살다보면 다 그렇지/ 마음엔 나이가 없는 거란 걸/ 세월도 비켜가는 걸/ 잊지는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인생은 돌아보지 마세요/ 그렇게 흘러 보내요/ 다시 못 올 시간 속에 묻어요/ 인생이란 다 그렇지/ 청춘엔 기준이 없는 거란 걸/ 지금도 한창때 란걸/잊지는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가수 김용임의 ‘나이야 가라’ 노랫말이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나이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살자는 의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숫자에 매달려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 정하고, 숫자로 느끼며, 숫자에 의미를 두는 것이 생활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주민번호가 자신의 고유이름을 대신하는가 하면, 은행 통장 계좌번호, 자기만 알아야하는 각종 비밀번호, 휴대전화, 자가용, 복권추첨 번호 등이 숫자를 중심으로 서로 소통한다. 위정자의 지지율이나 아파트 평수가 숫자에 의해 그 사람의 능력과 무게를 달고 있다. 혈당, 혈압, 맥박, 심전도, 골밀도, 간 기능수치 등 의사들의 사람을 숫자로 진단하는 습관에 의해 우리는 환자가 되거나 건강인이 된다.

노인의 경우도 그렇다. 1956년 유엔이 65세부터 노인이라 지칭하면서 지금까지 노령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64세까지는 노인이 아닌 장년으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져야 하고 65세가 되면 늙음의 그물 속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곧바로 노인이 되며 생활환경이 달라진다.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무임 승차, 경로 우대 등 나라에서 마련한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되는가 하면 노인이기 때문에 능력과 관계없이 여러 가지 제약도 따른다. 만약에 우리가 자기의 나이를 모른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나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며 일어나는 일의 상황에 따라 그 사람의 모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구석구석 서로 다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르게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 따라서 나이를 근거로 능력을 판단하는 고정관념은 잘못이다. 프랑스대통령 마크롱(39세)이 15살 때 학생과 교사로 처음만난 25살 연상의 현재 부인과의 러브스토리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단순 암기력이나 인지력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뇌를 전체적으로 활용하는 기능은 향상되고 뇌가 노화됨은 뇌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엔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수직적 사회 구조였지만 이제는 노소가 함께 어울리는 수평구조로 사회구조가 바뀌고 있다.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명시 ‘청춘’에서 마음에는 나이가 없고 청춘에도 기준이 없으며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고 했다. 이제 삶의 깊이로 잡아야할 것과 놓아야할 것도 알고 가슴으로 삶을 볼 줄도 알아야 하는 나이다, 쉽게 나이 탓을 하거나 나이를 권위나 벼슬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나이는 생물학적 자연현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젊고 늙음은 정신현상으로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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