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93) 〈플랜(PLAN) 75〉의 충격
[원더풀 시니어] (193) 〈플랜(PLAN) 75〉의 충격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11.23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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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75 포스터
플랜 75 포스터

요즘 일본에선 영화 〈플랜 75〉가 화제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하야카와 치애라고 하는 독신녀(46)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젊은이가 늙은이 문제를 아이러니하게 끄집어 낸 것이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신인상에 해당하는 특별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한 젊은 남성이 노인을 죽이며 생산성이 없는 노인들은 없애야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도 자살한다. ‘일본의 미래를 위해 노인들은 사라져야 한다.’ 이런 끔찍한 주장을 하며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75세가 되면 건강한 사람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고 정부가 그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선택이지 담당 공무원들이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하고 ‘원하는 때에 죽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오고 이 제도를 선택하는 자는 나라에서 주는 위로금으로 10만엔(백만원정도)을 받아 마지막 온천 여행을 떠나는 여행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선택이라고 하지만 75세 플랜에 동의치 않으면 정부는 모든 건강 및 복지혜택을 중지한다. 국가가 나서서 죽음을 부추기는 미래의 상상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바이쇼치에코(81)가 영화에서는 결혼은 했었지만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78세의 미치로 나온다. 호텔에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독거노인으로 어느 날 함께 일하던 동료 중 1명이 쓰러지는 사고를 당하자 호텔 측에서 노인종사원들을 모두 해고시킨다. 미치는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나이 때문에 쉽지 않다. 삶이 너무 힘들자 결국〈플랜 75〉에 참여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바뀌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언덕에 서서 옛 추억의 애창곡을 더듬어 부르는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현실의 사회를 이슈로 다뤄진 영화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일본은 2025년에 국민 20%가 75세 이상이 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 의료비와 사회보장비 부담은 폭증하고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는 점점 악화되면서 노인으로 가득 찬 일본은 활기와 매력을 잃은 나라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전체 국민의 30%가 65세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 나라요 연금개혁 모범국인 일본이 지난 4월엔 연금 수령 나이를 현행 60∼70세에서 60∼75세로 늘려 잡은 ‘75세 플랜’을 도입했다. 공교롭게도 노인 문제를 다룬 영화 제목과 비슷하다. 75세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86세까지 살아야 손익분기점을 찍는다고 한다.

일본의 고령화를 곧장 따라잡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불안하다.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되어서 그때부터는 일하는 세대가 월급의 최소 30%를 보험료로 떼어 줘야 한다는 불안한 이야기도 있다. 얼마 전 국민연금공단 발표에 의하면 연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부터 점차 늘어나 국민연금 수급자 600만 명 돌파라는 보도를 보았지만 이것이 결코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나이든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고 은퇴 후 여생을 생산적인 일은 하지 못하고 국가사회에 짐만 될 수는 없다. 이제 우리 노인들은 부양대상자로서의 노인이 아니라 할일을 찾아야 한다. 노인도 사회구성원으로서 국가와 사회의 적절한 역할분담에 의한 상호 협력체제가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