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하고 푸른 하늘의 구름이 참 예쁜 요즘이다. 아침저녁 살랑대는 바람도 제법 시원하고, 초가을 기분이 둥실둥실 떠 있는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는 때다. 들판의 벼 이삭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며 풍요로운 가을 들녘을 장식한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가을꽃 향기 또한 코끝을 간지럽히며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노란 꽃잎이 아름다운 금화규는 세월의 흐름 따라 꽃으로의 생명을 다하고 씨방을 맺어 내년을 기약하려고 한다. 작년에 꽃차를 만들어볼 욕심으로 씨앗을 나눔 받아 장독대 앞에 줄줄이 심어놓았다. 그런데 꽃이 피었을 때는 무슨 일이 바빠서인지 채취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래서 씨방만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려 있다.
금화규, 닥풀, 오크라를 한 줄에 심어 놓았는데 꽃 모양이 비슷하여 서로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금화규와 닥풀은 꽃 모양이 너무 흡사하여 꽃만 보면 쌍둥이처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금화규가 닥풀 같고, 닥풀이 금화규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꽃잎, 줄기를 보면 조금 차이가 난다고 했다. 꽃잎의 포개진 모양이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임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고 했는데, 금화규라고 심어놓은 것에서 두 가지 모양을 다 보았으니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다만 잎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닥풀은 잎이 가는 손가락처럼 가늘고 길게 뻗어 있는데, 금화규는 두툼한 잎으로 닥풀처럼 뾰족하지가 않다. 그러나 이것조차 눈대중으로 판단하는 것이라서 좀 애매하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약용으로서의 성질은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특히 금화규에 콜라겐이 많아 미용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꽃차로 만들어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으름 탓인지, 바쁜 시골생활 때문이지 올해의 꽃차는 물 건너가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금화규 씨방만이 다닥다닥 붙어 하늘을 찌를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올해에는 금화규 채취시기를 놓쳤지만 내년에는 꽃을 꼭 따서 국도 끓이고 차로도 활용해 보아야겠다.
금화규는 일일화라고도 부르는데 이른 새벽에 피어났다가 오후가 되면 노란 꽃이 핑크색으로 변하면서 져버린다. 짧은 몇 시간 동안만 곱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다가 일생을 마친다. 그래서 이 시간을 놓치면 꽃을 채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씨방을 보고 있으니 “세상살이에는 다 때가 있다.”고 늘 말씀하시던 돌아가신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인생의 가을을 지나고 있는 지금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으니 언제 철이 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