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황금빛 왕관을 쓴 금관화
[시골 꽃 이야기] 황금빛 왕관을 쓴 금관화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0.28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빨강과 노랑이 조화를 이루다

장독대 앞에 금관 모양의 작고 예쁜 꽃이 피어 있다. 왕관 같은 꽃 모양 때문인지 왕관꽃으로 부르기도 하는 금관화이다. 몇 해 전에 이웃마을에서 씨앗을 얻어와 심어 놓았는데 올해 꽃을 피운 것이다.

꽃은 8월부터 피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피고지고 있다. 꽃이 피기 전에 꽃망울이 맺혔는데 독특하였다. 통통한 별 같은 것이 도라지꽃처럼 살짝 누르면 톡 터질 것 같았다. 너무 신기해서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빨간 꽃망울이 열리고 왕관 모양의 노란 부분이 올라왔다. 왕관에는 야수의 발톱처럼 생긴 수술이 다섯 개나 모여 있다. 그리고 별 모양의 또 다른 빨간 꽃망울이 잎 사이에서 올라왔다.

금관화는 꽃이 예쁜 것은 물론이고 잎이 깔끔하다.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도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꼿꼿하다. 얼핏 봐도 예쁘고 자세히 봐도 예쁘다. 마치 곱게 쪽진 단아한 옛 여인을 보는 듯하다.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참 좋다.

빨강과 노랑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피어 있는 금관화. 장성희 기자
빨강과 노랑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피어 있는 금관화. 장성희 기자

꽃들을 보면 다 개성이 있다. 어떤 꽃은 귀엽고 어떤 꽃은 화려하다. 그리고 순박한 꽃도 있고 고고한 꽃, 우아한 꽃도 있다. 그럼 금관화는 어떨까. 한마디로 참 단아하다.

시골에 살면서 많은 꽃들을 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여유가 생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꽃에 관심이 생기고 궁금한 것도 많다. 가끔 이름 모를 꽃을 보면 ‘저 꽃도 자기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텐데…….’ 하며 불러보고 싶어진다. 금관화도 최근에 알게 된 꽃이다. 빨강과 노랑이 조화를 이룬 것이 참 아름답게도 피어 있다. 특히 색상의 대비가 뚜렷해서인지 눈에 쏙 들어온다. 이름도 잘 어울린다.

하늘은 높고 군데군데 조각구름도 떠 있다. 한 무리의 잠자리가 그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금관이 조롱조롱 달린 장독대 앞에서 화려한 가을의 추억을 만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