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순백의 꽃, 유카와 실유카
[시골 꽃 이야기] 순백의 꽃, 유카와 실유카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0.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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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잎을 조심해야

포항을 오고 가다 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꽃을 가끔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신기한 보물을 발견한 듯 자세히 본다. 몇 해 전 이맘때쯤 어느 길갓집 텃밭 끝에 뾰족뾰족한 잎을 가진 화초가 길쭉하게 꽃대를 올리고 하얀 꽃을 조롱조롱 달아놓은 것을 보았을 때에도 그랬다. 처음 본 꽃이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 모습을 본 주인아주머니가 나오더니 오래전에 심어 놓았는데, 그 해부터 꽃을 피우고 있다며 자랑을 했다. 그런데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용설란이라는 사람도 있고 유카라는 사람도 있었다. 알아보니 백 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은 아니고 백합목에 속하는 유카였다.

조롱조롱 꽃을 매달고 있는 유카. 장성희 기자
조롱조롱 꽃을 매달고 있는 유카. 장성희 기자

두 화초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유카는 용설란에 비해 잎이 얇은 편이고 끝에만 뾰족한 가시가 있다는 것이다. 유카와 또 비슷한 것으로는 잎의 가장자리에 실 같은 섬유질이 나오는 실유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카는 하얀 꽃을 무리 지어 피우니 멀리서 보면 시원한 느낌을 준다. 꽃대가 길고 곧게 올라와 더욱 그렇게 보였다.

잎의 가장자리에 실 같은 섬유질이 나오는 실유카. 장성희 기자
잎의 가장자리에 실 같은 섬유질이 나오는 실유카. 장성희 기자

새로운 것을 보면 심어보고 싶어진다. 누워 있으면 눈앞에 하얀 꽃망울을 가지마다 줄줄이 달고 사방을 밝히는 꽃이 아른거렸다. 이 녀석들은 씨를 맺지 못하고 포기로 번식하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이곳저곳에 수소문한 끝에 이웃 마을에서 애기 유카와 실유카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유카는 덜하지만 유카는 심을 때 조심해야 했다. 예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잎의 끝이 날카롭고 뾰족하여 잘못하면 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짝 스쳤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접근하지 마세요'가 꽃말이라고 한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우리 집 꽃밭에 오게 되었고, 잘 안착하여 튼튼하게 자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머지않아 멋진 꽃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아직 어린 유카와 실유카. 장성희 기자
아직 어린 유카와 실유카.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