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용지봉,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 아름다운 오솔길
대구 용지봉,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 아름다운 오솔길
  • 이철락 기자
  • 승인 2021.03.22 1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3호선과 814번 시내버스를 이용한 한나절 코스

 

대구3호선 용지역에서 범물두성타운아파트를 지나 약 1.5km를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용지봉(629m)에 도착할 수 있다. 이철락 기자
대구3호선 용지역에서 범물두성타운아파트를 지나 약 1.5km를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용지봉(629m)에 도착할 수 있다. 이철락 기자

 

용지봉은 대구 수성구 범물동과 달성군 가창면의 경계에 있으며, 앞산, 대덕산과 함께 대구 분지의 남쪽을 병풍처럼 동서로 길게 둘러싸고 있다. 용지봉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화산폭발로 형성되어 급경사를 이룬다.

대구3호선을 타고 남쪽 종점인 용지역에 내리면 용지봉(629m)에 오르는 두 가지 방법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진밭골둘레길을 따라 백련사(白蓮寺)를 거쳐 올라가는 완만한 길과 범물두성타운아파트의 모퉁이를 끼고 직선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산 정상부 가까이 급경사가 나타나 등산객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정상까지 1.5km 거리에 4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입구 근처에는 814번 시내버스 종점도 있다.

21일 산 중턱까지 완만한 산행을 하면서 진달래와 산수유 군락지가 길섶까지 뻗쳐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철락 기자
21일 산 중턱까지 완만한 산행을 하면서 진달래 군락지가 길섶까지 뻗쳐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철락 기자
산수유 군락지 옆으로 가파른 곳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이철락 기자
생강나무 군락지 옆으로 가파른 곳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산에서 자생하는 생강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와 색깔이 산수유와 비슷하지만, 꽃대의 모양과 가지에서 산수유와 구별할 수 있다. 이철락 기자

 

이 길에는 진달래와 생강나무의 군락지뿐만 아니라 이끼로 덮인 테일러스(talus)와 아름다운 오솔길 등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화사하기로는 제일이라는 진달래는 개나리와 함께 봄꽃 중에 일찍 피는 편이다. 진달래는 철쭉과 달리 꽃이 다 지고 난 다음 잎이 돋아나므로 철쭉과 구별하기 쉽다. 생강나무는 산수유와 꽃이 피는 시기와 색깔이 비슷하지만, 꽃대의 모양이 둥글고 가지에 희고 둥근 부분이 있어서 산수유와 구별할 수 있다. 테일러스는 산꼭대기의 암석 틈에 스며든 물이 겨울에 얼었다가 녹으면서 생긴 암석 풍화물이 중력에 의해 굴러떨어져 산기슭에 쌓인 것인데, 이 골짜기에는 이 기성쇄설물들을 덮은 이끼류가 3월의 햇빛을 받아 연한 초록빛을 영롱하게 반사하고 있다.

연둣빛 이끼로 덮인 테일러스(talus)가 태곳적 신비를 자아낸다. 이철락 기자
연둣빛 이끼로 덮인 테일러스(talus)가 태곳적 신비를 자아낸다. 이철락 기자

 

중턱에는 간단한 체육시설이 있으며 그 주변에는 작은 샘물도 있다. 수질검사 결과 ‘약수터 지정을 취소’한다는 관할 구청의 안내판 곁에 ‘약수터이니 세수나 동물(개) 출입을 금지한다’는 주민들의 호소문이 함께 붙어있어 흥미롭다. 여기서부터 용지봉까지의 약 500m는 가파른 데다가 길도 거칠어, 평소 무릎이나 발목이 튼튼한 사람이라야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을 극복하면 감태봉이나 진밭골둘레길에서 올라오는 꽤 넓은 능선 길과 만나며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출발지 근처의 범물두성아파트에서 1.3km를 올라가면 감태봉에서 올라오는 넓은 능선 길과 만나는 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철락 기자
출발지 근처의 범물두성아파트에서 1.3km를 올라가면 감태봉에서 올라오는 넓은 능선 길과 만나는 곳에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이철락 기자

 

용지봉 정상에는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고 그 곁에 용지봉(629m) 표지석이 있다.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대구 시가지와 수성못 일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으나, 3월에는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와 연무로 인하여 시가지의 모습이 뿌옇게 보일 때가 많다.

용지봉(629m) 정상인 표지석 근처에는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원형 돌탑과 휴식처가 있다. 이철락 기자
용지봉(629m) 정상인 표지석 근처에는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원형 돌탑과 휴식처가 있다. 이철락 기자

 

정상에서 가던 길을 계속 가면 파동(대구 수성구)까지 3km, 수성못까지 5km이지만, 한나절 안에 산행을 마치려면 반대 방향인 감태봉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정상에서 수백m쯤 다시 내려오다가 갈림길에서 백련사(白蓮寺)를 향한다. 백련사를 거쳐 진밭골둘레길을 걷다 보면 길섶에 심어놓은 개나리가 진한 노란빛을 발하는 가운데 ‘둘레길 단절구간 연결공사’가 8월 완공 예정이라는 안내 현수막도 보인다.

21일 대한불교 관음종 백련사(白蓮寺)는 대웅보전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이철락 기자
21일 대한불교 관음종 백련사(白蓮寺)는 대웅보전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이철락 기자

 

예년에 많은 인파로 붐비던 진밭골야영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내부 출입이 통제되어 쓸쓸한 모습을 보이지만, 야영장을 지나 대덕지로 내려가는 길에는 진달래가 제철을 만난 듯 곳곳에서 분홍빛 화사함을 뽐낸다. 대덕지 둑 밑에 자리 잡은 814(시내버스) 종점을 지나면 출발지가 다시 나타나고 주변에는 점심을 실비로 제공하는 곳이 많이 보인다. 한나절 걷기로 시장기가 발동할 때 온갖 종류의 음식이 진하게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