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배리어 프리] (6) 도시공원
[함께 사는 세상, 배리어 프리] (6) 도시공원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1.03.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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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가능한 보도 하나 이상 설치 법령 외면하고
예산부족 방패삼아 책임전가하는 일부 지자체

국민 건강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공원 조성 사업은 1965년 4월 1일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확정된 이후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이 조성됐다. 그러나 장애인 이용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2001년 1월 22일 휠체어 장애인 지하철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 이동권의 최초 발화점이 된 시흥시 오이도역의 변화를 살펴봤다.

익명의 주민은 ‘현재 오이도역에는 엘리베이터 2대만 설치 됐을 뿐 다른 장애인 시설은 없다. 우측의 완충 녹지구역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오이도역에서 직선 100m 거리에 있는 녹지구역을 찾았다. 비장애인들의 걷는 모습이 간혹 보이는 아담한 숲속 공원 같은 느낌이다. 출입구는 몇 곳 있으나 비포장, 돌계단, 경사기울기 등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시흥시 공원녹지과 이해진 주무관은 ‘ 여러 차례 국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시 자체 예산으로는 어렵다.’ 고 했다. 예산이나 인력 부족이란 대답은 공무원들의 일상적으로 하는 표준 답변이다.

오이도역 입구(상)와 주변 완충녹지구역(하)에는 휠체어장애인 출입이 불가한 모습이다.                                     김종광   기자
오이도역 입구 모습(상)과 완충녹지구역(하)에는 휠체어장애인 출입이 불가한 모습이다. 김종광 기자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의 규정을 알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빠른 시일 내에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구광역시 북구 함지공원은 전국 최초의 치매 예방 공원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2018년에 개장하여 이색적인 기억공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억공원답게 옛 시절의 문화와 추억을 살려 치매 예방에 주안점을 둔 아름다운 공원이다.

이 공원에도 장애인 시설은 부족하다. 중앙 광장에서 기억 돋움 길로 가는 여러 갈래 길은 경사도 심하고 비포장과 징검다리 형태로 되어 있어 이용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안전한 길은 무슨 이유인지 석재 볼라드로 막혀있다. 전동 휠체어 장애인도 이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수동 휠체어 장애인은 더더욱 힘들다.

함지공원 중앙광장에서 기억돋움 길로 가는 유일한 곳이 석재볼라드로 먹혀있다.비포장 길, 징검다리 길, 복지관 식당 문턱으로 휠체어 이동이 어렵다.김종광  기자
함지공원 중앙광장에서 기억돋움 길로 가는 유일한 곳이 석재볼라드로 막혀있다.비포장 길, 징검다리 길, 복지관 식당 문턱으로 휠체어 이동이 어렵다. 김종광 기자

대구 북구청 공원녹지과 장원혁 주무관은 ‘치매공원의 특수성으로 보건소와 이원화로 운영하고 있어 볼라드로 막은 이유는 확인 후 연락 하겠다’ 고 한 후 ‘공원 관리인도 이유는 모르고 예전부터 있었다는 말을 전한다며 볼라드를 치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구시 공원조성과 한성규 주무관에 의하면 ‘2019년 12월 말 기준 대구시 전체 공원 수는 799개로 시 관할 161개소와 7개 구.군 관할 638개를 운영한다.’고 했다. ‘현재 휠체어 장애인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은 없고 공원 계획 초기에 문제점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답변이 무색할 정도다.

부산진구 개금테마 공원도 휠체어 장애인이 다니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공원이다. 부산진구청 공원녹지관 황수진 주무관은 ’산을 깎아 만든 공원이라 장애인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원이 들어오면 그분들의 편의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재 공사 중인 공정에는 야자매트 깔기, 울타리 작업, 바닥데크 교체 등으로 정작 경사를 낮추는 작업은 애초 없었다. 민간 아파트 후문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를 야자매트 깔기로 마무리한 것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아파트에서 가는 길이 유일한 휠체어 길인데(상) 경사각도 공사 대신 야자매트로 마무리 되어 오지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개금테마공원.    김종광  기자
민간아파트에서 가는 곳이 유일한 휠체어 길인데(상) 경사각도 공사 대신 야자매트로 마무리 되어 오지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개금테마공원. 김종광 기자

우리 사회는 약자를 돌아보는 시각을 외면하는 것이 전부라 할 만큼 인심이 차갑다. 예산을 배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훨씬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 모든 연령층의 인식이 변해야 평등이라는 목적이 달성될 것이다.

법 개정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인내를 가지고 변화를 지켜보는 자세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휠체어 장애인을 배려해서 조성한 공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휠체어 장애인을 무시하는 정책 편의주의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장애인이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은 일상의 반복적인 시간이 아니라 절규와 분노의 시간임을 기억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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