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제도 정착으로 이동권 장벽 허물어야
우리나라의 장애인 편의증진과 배려정책을 선진국과 비교하기 위해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최경숙)에서 발표한 ‘장애물 없는 교통수단 선진자료 수집’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가 고민해야 할 점이 많다.
영국의 대중교통이라면 2층 버스를 연상하게 된다. 버스정류장을 인터체인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의 동선을 최소화 하여 지하철보다 버스의 접근성을 높게 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 접근성이 98%로 휠체어 이용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에는 휠체어 전용 좌석 표시가 있어 승차 후 안정감을 제공한다. 정류장의 정차 지점과 리프트 간격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세심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열차와 지하철의 경우 출입문에 휠체어 공간 확보와 도움벨을 설치했다. 좌석이 접이식으로 되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장애인 좌석을 휠체어 회전 공간이 확보된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등 편의성과 각종 안내서비스는 선진국다운 제도적 모습으로 보인다. 영국의 고속철도 정책은 2024년까지 접근성 계획으로 진행 중이다. 장거리 버스(공항버스 포함)는 2022년까지 리프트 장착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도시기반 시설 확충과 교통약자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시내버스는 입구가 넓어 휠체어 장애인이 불편 없이 승차 할 수 있다. 차량 자체에 자동 경사판 시스템이 장착되어 교통 약자의 접근성을 확보했다. 입구와 가까운 위치에 전용좌석과 회전공간이 마련되어 승하차시 이동거리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교통약자를 위한 정차 스위치가 별도로 있어 안전한 하차를 할 수 있다.
시내 이동에 많이 이용하는 트램(노면 전차)의 출입구도 승강장과의 간격이 5cm 미만으로 휠체어 장애인이 무리 없이 승차를 가능하게 했다. 안전성과 접근성을 함께 높인 것으로 생각된다.
열차의 경우도 버스와 같이 출입구가 넓다.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휠체어 회전 공간이 지정 좌석으로 사용된다. 보행이 어려운 교통 약자를 고려하여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을 사용하고 걸려 넘어지지 않는 재질을 사용했다.
영국과 독일의 공통점은 장애인의 좌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모든 교통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폭 넓게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특별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국가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로 느껴진다. 장애인과 교통 약자를 위한 디자인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특히 외국인도 불편 없이 이용하는 것으로 디자인된 것은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영국과 독일의 제도 중 벤치마킹을 검토해야 할 사항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보다 실제 접근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버스가 지하철보다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로 도시기반 시설 확충 및 개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장기적 로드맵이다.
우리나라는 버스 정류장의 보도 구조가 저상버스 리프트와 높이 차이로 실질적 이용이 어렵다.
세월만 지났을 뿐 빛 좋은 개살구에 머물고 있는 시행령 개정보다는 직접 현장에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장애인에 의한 정책'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하는 문제가 장애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문턱인 것이다. 또한 지진에 대비한 장애인 안전 문제는 어떠한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장애인은 이동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이동권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문제 등 세부적인 사항도 현실에 맞게 조속히 재정비 되어야만 하겠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라고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들은 인권과 평등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몸에 있는 귀에는 문이 없다. 평생 열려 있으니 많이 듣고 검토해서 260만 장애인의 맞춤형 정책이 부끄럽지 않게 조속히 실현되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