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버들강아지
〔야생화 이야기〕 버들강아지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3.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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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도 꽃이어라

버들강아지 눈 떴다.

연지찍고 곤지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봄아가씨는 멋쟁이

머리에다 꽃 꽂고 

덩실덩실 춤 추며

나비 등에 업혀 온다.

(봄 아가씨/김영일 작사 한용희 작곡)

버들강아지 눈 떠야 제대로 된 봄을 만끽할 수 있음을 노랫말에서 느낄 수 있다. 이런저런 봄의 전령사들이 숱하게 다녀갔다. 그러나 물가에 핀 버들강아지를 보고서야 환호한다. “아! 진짜 봄이 왔네.”

봄 기운에 눈을 뜬 버들강아지 연못에 비친 제 모습 들여다보다 화들짝 놀란다.
고택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물속에 투영된 봄 세상도 땅 위 만큼이나 따스하고 포근하다.

갯버들, 버들강아지 혹은 버들개지라고도 불리지만 버들강아지라는 이름이 가장 친숙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물가를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하천이 있는 곳이면 그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정말 흔한 야생화이다. 부지런히 물을 길어 올려 야들야들해진 가지의 껍질을 들추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하얀 솜털 방망이, 보는 그 순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게 만든다. 

버들강아지를 따다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던 시절이 있었다. 입김으로 불어 보송보송한 털이 날리거나 강아지 털처럼 피부에 와닿는 부드러운 느낌이 즐거웠다. 요즘 아이들은 그 재미를 알까. 꽃말이 ‘포근한 사랑’이라니 생김새와 무관하지 않다. 언니나 이모들은 봄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줄기채 꺽어서 꽃병에 꽂아놓기도 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리운 정경들이다.

냇가에서 버들강아지를 만나면 옛친구처럼 유난히 반가운 것도 그로 인해 떠오르는 유년의 추억들 때문이다. 버들강아지가 꽃이란 것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 봄비가 끝나면 그를 만나러 갈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