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생강나무
[야생화이야기]생강나무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3.22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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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도 눈부셔 하는 꽃

산등성이 여기저기 흐벅지게 물이 오르고 있다. 붉은색도 화사한데 노란색의 생강꽃이 이리 고울 수가. 생강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칭송해도 과하지 않다.

산후여성에게 오는 여러 병증에 효과가 탁월하고, 꽃과 잔가지는 우려내어 차로서도 마실 수 있으며 열매에서 기름을 짜내어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하였다.

 

김유정의 단편 소설 동백꽃에 이런 대목이 있다.

거지반 집에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 시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뭣에 떠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졌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이 말하는 노란 동백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백꽃과는 전혀 다른 생강나무의 꽃을 일컫는다. 가지나 잎을 잘게 잘라 코에 대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강원도 등 중부지방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또는 동박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요 소양강 처녀에 나오는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이라는 가사도 바로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남해안 일대의 고유 수종인 동백나무도 이상기온으로 중부 쪽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강원도의 동백나무라 말하는 생강나무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마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