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앵초, 초롱꽃 그리고 상사화
[야생화이야기] 앵초, 초롱꽃 그리고 상사화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3.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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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받을 자격이...
앵초
초롱꽃
상사화

미처 떠나지 못한 낙엽을 밀치고 땅을 연다. 꽃샘추위를 온몸으로 껴안고 싹을 튀운다. 어둡고 추운 땅속에서 오래 견디어 준 보상으로 훈풍과 햇살이 기다렸다는 듯이 어루만져 준다.

그래도 우리는 참 서럽다.

다양한 색깔과 예쁜 모양으로 단장한 그들에게만 사람들은 열광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그 존재를 만들기 위해 눈물겨운 희생을 감내한 우리는 관심 밖이다. 그들이 모습을 나타내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그들을 찬미하고 더 먼저 세상에 알리고자 경쟁하듯이 사람들은 첨단장비로 무장한다.

무대에 선 주인공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처럼 우리의 역할은 조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저마다 품고 있는 꽃을 위해 기꺼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가끔가다 들리는 봄비의 향연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봄볕을 향해 있는 힘껏 고개를 쳐들고 몸피를 키운다. 가끔 심술궂은 날씨가 기습공격하지만 짜증 한 번 내지 않는다.

태아를 가진 산모의 마음이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곧 우리 위에 군림할 꽃들을 위해. 나만의 꽃이 핀다는 것은 그 또한 나를 찾는 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