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파주 근무 중 월남파병 "김 상병 그리워…”
1970년 파주 근무 중 월남파병 "김 상병 그리워…”
  • 정재용 (엘레오스) 기자
  • 승인 2020.06.1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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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출신 김 상병을 찾는 이정원 씨
77세 동갑

지난 6월 6일 현충일 오후 3시경, 대구시 동구 효목동 소재 망우당공원에 있는 ‘동구6.25/베트남참전기념탑’(이하 기념탑)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정원(77, 대구시 북구 산격동) 씨였다. 그는 한참이나 기념탑 문구를 쳐다보며 서성거렸다. 50년 전 경기도 파주에서 함께 군 생활하던 김 상병(당시 27세)이 그리워서 찾아왔다고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나는 김 상병과 동기(同期)로서 둘도 없는 단짝이었지요. 그러던 중 그는 월남으로 파병됐고 소식이 끊겼어요. 안 죽고 무사히 돌아왔는지 어떤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강원도 사람인데, 오래 돼서 이름은 잊었지만 아직 얼굴은 기억하고 있어요. 그가 생각날 때마다 부대는 멀고, 달리 갈 데도 없고 해서 여기 자주 옵니다. 이 탑과는 전혀 연고가 없지만, 현충일이고 해서…”

 

6.25전사자의 딸, 사위, 외손녀, 외증손녀가 참배 후 일어서고 있다. 정재용 기자
6.25전사자의 딸, 사위, 외손녀, 증외손녀가 참배 후 일어서고 있다. 정재용 기자

딸 3대가 와서 참배하는 가정도 있었다. 대구시 동구 방촌동에 사는 6.25전사(戰死) 유공자 가정으로 전사자의 딸이 남편과 함께 와서 제물을 차리고 참배했다. 슬하에 딸 둘이 있었는데 자신은 맏딸이라고 했다. 자신의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외손녀도 동행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오전에는 대구 앞산 충혼탑에서 열리는 '현충일 추념식'에도 참석했다고 했다.

대구시 동구 신암5동에 사는 황분조(88) 씨는 아들과 함께 와 6.25참전유공자인 남편의 이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대구시 수성구 능인중학교 3학년 학생 세 명이 국사과목 수행평가 과제하러 와서 “찾는데 몹시 힘들었다”며 연신 땀을 훔쳤다. 제65회 현충일 오후 기념탑 앞에서의 1시간여 동안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