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달 아래 여인을 품은 채계산(釵筓山)
[우리 산하] 달 아래 여인을 품은 채계산(釵筓山)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1.03.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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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창 채계산 구름다리를 세 번 만에 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채계산 출렁다리. 이승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채계산 구름다리. 이승호 기자

 

전라북도 순창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다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1, 2월달 두 번이나 찾았으나 갈때 마다 눈이 많이 와서 다른 곳으로 일정을 변경했었다. 답사여행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오래된 답사일행은 포기할 수 없어 세 번째로 도전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또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도 용기 있게 출발했다. 가는 길 내내 비가 내린다. 운치는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도 있다. 남원을 지나서부터 지나는 마을마다 특이한 풍경이 보인다. 주로 마을 뒷쪽에 심어진 대나무들이 가을단풍처럼 갈색을 띠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가 아니다. 현지 해설사에게 물어보니 올 겨울이 워낙 추워서 말라 죽었다고 한다. 뿌리는 살아 있어서 내년에는 푸르게 살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함께한 일행은 엉뚱하게도 삭막한 이른 봄에 단풍처럼 아름답다고 한다. 똑 같은 현상을 다르게 볼수도 있구나. 


대나무 잎이 마르면 그해는 풍년이 온다는 속설도 전한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드디어 순창 체계산 구름다리 밑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두 산 사이에 밧줄 같은 가느다란 구름다리가 달려있다. 저기에 올라 갈 수 있을까 비도 오는데. 걱정도 된다. 정비되지 않은 큰 주차장은 텅비어 있다. 비가 오고 평일이고 코로나 거리두기 여파인것 같다.

어드벤처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구름다리와 적성강. 이승호 기자
어드벤처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구름다리와 적성강. 이승호 기자

 

○순창 채계산(釵筓山) 구름다리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 담순로 2172-33에 있다. 채계산은 순창 적성면과 남원 대강면 일원에 자리하고 있는 해발 342m의 산이다. 채계산은 회문산, 강천산과 더불어 순창의 3대 명산 중 하나이다. 일명 화산(華山), 적성산, 책여산 등으로 불리운다. 바위가 책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책여산, 적성강변 임동의 매미 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을 읊는 모습인 월하미인(月下美人)의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채계산이라 한다. 또한 적성강(섬진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으로도 불린다. 채계산 출렁다리는 24번 국도변에 있는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을 유혹적인 빨간 구름다리로 이어 놓았다. 이 구름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 현수교이다. 길이는 270m 이고 높이는 최고 75~90m이다.

이 구름다리는 출렁거림은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구름다리에서 보이는 적성강과 여유로운 들판의 산하가 그림 같이 아름답다. 우리나라 산하(山河)의 멋스러움을 확인 할려면 여기를 찾으면 된다. 다리 양쪽 끝에는 정자와 어드벤처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보는 빨간 구름다리와 너른 들녘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는 그치지 않고 하염없이 내리지만 안개구름이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또한 운치가 있다. 함께한 일행은 이구동성으로 메마른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인 가을에 다시 오겠다고 한다. 단, 계단이 많아 노약자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가기가 쉽지 않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넉넉한 들판과 아름다운 산하. 이승호 기자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넉넉한 들판과 아름다운 산하. 이승호 기자

 

○요강 같이 생긴 기이한 요강바위
채계산 구름다리에서 물길을 거슬러 승용차로 약20분 정도 달리면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686-1 (동계면) 에 있다. 이곳은 장군목 유원지이다. 서북쪽으로는 용골산(645m)이, 남쪽으로는 무량산(586.4m)이 우뚝 서 있는데 장군목이라는 이름은 이곳이 풍수지리상 두 개의 험준한 봉우리가 마주 서 있는 형세, 즉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 명당이라 하여 붙여졌다. 장군목유원지에는 맑고 깨끗한 강물 위로 억겹의 세월 동안 거센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이 시냇가 가운데 드러나 있는데 마치 용이 용틀임을 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그중 하천 가운데에는 '요강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장군목유원지에 있는 가장 큰 돌개구멍 요강바위. 이승호 기자
장군목유원지에 있는 가장 큰 돌개구멍 요강바위. 이승호 기자

'요강바위'는 지질 용어로는 돌개구멍 혹은 포트홀(Pothole)이라 부른다. 주로 하천의 자연 암석에 구멍이 동그랗게 파여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모양을 포트홀이 라고 한다. 물이 흐르면서 바닥의 작은 틈으로 모래와 자갈이 들어가서 빠르게 흘러내리는 물과 함께 소용돌이 치면서 암석을 깎아 만들었다. 주로 사암이나 화강암과 같은 단단한 암석에 잘 만들어지며, 요강바위의 포트홀은 크고 깊이가 깊다. 대부분의 포트홀은 둥굴며 깊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있다. 우리나라에는 영월 요선정, 거창 수승대, 포항 구룡소, 삼척 두타산 계곡 돌개구멍이 많이 알려져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요강바위는 바위 가운데가 요강처럼 움푹 파였다 하여 요강바위라 한다. 이 바위는 높이 2m, 폭 3m, 무게 15t에 이른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 다섯 명이 토벌대를 피해 요강바위 속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으며, 아이를 못 낳는 여인들이 요강바위에 들어가 지성을 들이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도 않되는 전설도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이 바위는 한때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1993년에는 실제 중장비까지 동원한 도석꾼들에 의해 도난을 당하기도 했으나 도난 후 1년 6개월 만에 마을주민들이 노력으로 되찾아 왔다고 한다.

요강바위가 있는 하천은 수량이 많은 깊은 계곡에 있다. 이승호 기자
요강바위가 있는 하천은 수량이 많은 깊은 계곡에 있다. 이승호 기자

 

요강바위가 있는 장군목유원지는 사람만 다니니는 교량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회문산 계곡물이 흘러 내려 오는 하천은 늘 수량이 풍부하고, 소(沼)와 여울이 많아 물놀이는 물론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한다. 


커피집을 겸하는 식당이 한곳 있다. 다소 불편한 점은 승용차 한대가 겨우 지나는 시멘트 포장길을 약 3km를 지나야 한다. 주차장은 별도로 없고 도로변에 주차해야 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여인이 비녀를 꼽고 누워있는 형국이다. 이승호 기자
여인이 비녀를 꼽고 누워있는 형국이다. 이승호 기자

 

tip:
•화탄매운탕(063 652-2956, 010-9351-6255):채계산 구름다리에서 멀지 않은 유등면 화탄길1에 있다.
식당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는 조그마한 마을 입구에 제법크게 자리하고 있다.
메기매운탕 소(小) 2만5천원이 2명이 먹어도 남을 만큼 양이 많다. 큼직한 고기와 싱싱한 시레기가 가득한 메뉴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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