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노년알쓸신잡] ⑯독거남성 홀로서기
[김창규의 노년알쓸신잡] ⑯독거남성 홀로서기
  • 시니어每日
  • 승인 2024.03.18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년기에 자립의지가 중요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프로그램에서 푸드테라피 교육에 열중하는 독거남성들. 중구노인복지관 제공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프로그램에서 푸드테라피 교육에 열중하는 독거남성들. 중구노인복지관 제공

누구나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다. 우리네 인생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결혼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어 백년해로를 약속한다. 그러나 이별이나 사별, 졸혼 등의 사유로 혼자가 되기도 한다. 혼자 된다는 것은 누구나 겪는 공통의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혼자 사는 남성 노인은 어떤 불편한 것을 가지고 살아갈까? 며칠 전 독거남성 노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개강식 인사를 하면서 참석한 30여 분께 질문을 던져 보았다. “혼자 생활하시는데 무엇이 가장 불편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신가요?”라고 질문을 하자, 이구동성으로 첫 번째 괴로움은 ‘외로움’이라 했다. 두 번째는 '밥 먹는 것’, 세 번째 어려운 점은 ‘집안 정리’였고, 네 번째는 ‘빨래하기’ 등등 이었다.

홀로 사는 남성 노인들은 첫 번째로, 무엇보다도 외롭다는 것이다. 나이들면 다 외로워지지만 여성 노인과는 달리 사교성이 적고, 성격이 무뚝뚝한 남성 특성상 독거남성으로 노년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더군다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한 노인의 고백에 노인복지전문가로서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두 번째로 불편한 것은 끼니를 해결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따른다. 특히나 혼자 먹는 식사이기 때문에 반찬 재료를 적당히 구입하기가 어렵고, 남는 재료는 자칫 관리 소홀하면 냉장고에 보관했다 할지라도 썩어 문드러지기 십상이다. 이처럼 남성 노인 혼자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균형 있는 반찬, 맛깔나는 제철 음식을 먹기는 언감생심이다. 무엇보다도 혼자 먹으면 먹는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 은사님도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사시다가 식사 해결이 너무 어려워서 은퇴촌에 입소하여 생활하고 계신다.

세 번째 어려움은 집안 정리이다. 참석한 한 노인분이 말씀하시기를, “어느 날 집안에 물건이 어지럽게 나뒹굴어 있는 상황과 치우려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스스로 깜짝 놀랐다”했다. 나이 들면 몸과 마음이 귀찮아지고, 시력이 떨어지고, 게을러져서 집안 정리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과 이별이나 사별 이후에는 당분간 삶의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정리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물건을 제때 찾기가 어려워지고, 찾다 보면 더욱 집안이 어질러지고, 점점 더 귀찮아져서 정리하는 마음을 접게 된다.

네 번째로 독거 남성 노인들의 애로사항은 ‘빨래하기’였다. 세탁기가 있어 가벼운 빨래는 가능하겠지만, 두껍고 무거운 외투 등은 빨기도 힘들고, 널어놓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옷들은 중성세제를 이용한 손빨래여서 세탁하기도 힘들고 드라이클리닝 해야 하는 세탁물이어서 세탁비가 만만찮게 들어간다. 그렇지만 평소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분은 몸과 옷에 탁한 담배 냄새가 배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성적 욕구가 일어난다 하니 독거노인의 '성 문제'도  만만찮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알아보자. 독거 남성 노인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자립적 삶을 지원하는 중구노인복지관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프로그램을 소개해본다. 첫 번째는 ‘일상생활 자립 지원프로그램’이다. 푸드테라피와 정리수납 교육이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사회성 증진’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원예치료, 미술심리치료, 문화활동 등이 있고,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건강증진’을 위한 발마사지 및 통합기능운동, 웃음테라피, 걷기교육, 인지재활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그 결과, 매년 사전·사후평가에서 참여 노인들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사회참여도, 신체 건강 등이 향상되었다고 나타났다.

이처럼 노년기에도 자립심과 자립능력을 키워야 노년이 덜 외롭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찾을 수 있을까? 첫째, 외롭다 외롭다 한숨 쉬지 말고 취미 생활을 통해 사람도 만나고, 흥미로운 시간을 즐겨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걷기, 그림 그리기, 서예, 하모니카, 댄스 배우기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면 사람과도 사귀고, 배우기도 해서 덜 외롭다. 둘째, 요리를 배워서 간단한 식사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돈 아끼지 말고 사서 먹자. 좋아하는 것을 먹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기분 좋은 체험은 면역력을 높여 주고 우울증도 예방해 준다. 셋째, 집안 정리하는 것도 배워서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림을 간단하게 줄여보자. 세탁물도 세탁소에 맡길 것은 맡겨서 깨끗한 옷차림으로 홀애비 냄새를 벗어버리자. 다섯째, 독거노인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염려되는 것은 ‘노인 우울증’이다. 이 우울증은 치매보다 더 심각한 노년기 증세이다.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병원이나. 보건소, 노인상담소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자존감을 높이는 학습은 동네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주민센터, 학원 등의 프로그램을 찾아가면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끝으로 늙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하고 또 시작하며, 즐기는 것이 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노년의 고독을 즐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