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洑) 존치 환영
4대강 보(洑) 존치 환영
  • 최성규 기자
  • 승인 2023.07.21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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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16개 보 모두 존치 결정
세종보와 공주보도 정상화하기로

홀로 자전거를 타고 4대강을 완주한 경험이 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다. 우리나라의 강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걸 몸소 느꼈다. 집 가까운 강을 한두 번 산책하는 것과 4대강을 직접 자전거로 완주할 때와의 감정은 전혀 다르다. 강둑 너머에 보이는 아파트나 공장 굴뚝, 일부러 조각한 듯한 멋진 절벽, 그리고 강 둔치를 따라 쭉 곧게 뻗은 자전거길, 모든 것이 아직도 눈에 잡힐 듯 떠오른다. 4대강 보를 설치하면서 만들어진 자전거길이다. 자전거길은 4대강 보의 혜택이다.

그때가 바로 2019년이었다. 4대강 보를 해체한다는 이슈가 지면을 차지하던 때였다. 금강을 종주하러 갔다. 대청댐에서 출발하여 군산 앞바다까지 가는 코스다. 강을 따라 내려오면 만나는 신도시가 세종특별시다. 강 둔치를 따라 페달을 밟노라면 강둑 너머에 새 아파트들이 우뚝하니 내려다본다. 신도시다운 기백을 엿볼 수 있었다. 도시가 깨끗하고 잘 정비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신도시의 멋진 풍광에 취한 것도 잠시였다. 곧이어 만난 세종보(洑) 아래에 드러난 모래밭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푸른 강물은 온데간데없이, 동네 실개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에 아연실색했다. 잡초만이 모래 가운데에 듬성듬성 자리 잡았었다. 왜가리가 모이를 찾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환경을 되찾는다고, 세종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해서 물을 모두 방류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상태는 어떤지 몰라도 그 당시의 모습은 그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건 나뿐일까. 아마도 그 당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느낌을 받았겠다고 생각된다. 공주보를 지날 때는 각종 현수막이 강변에 무수히 붙어 있었다. 공주보 해체를 결사반대하는 농민들의 절규가 묻어났다. 가둬 둔 보의 물을 방류하면 근처의 논밭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 온 현지인들의 경험적인 외침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올여름 장마에도 4대강 인근에 홍수가 났다는 말은 없었다. 홍수 예방에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제(7월 20일) 감사원에서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개방 결정에 대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과제로 설정된 시한에 맞춰서 무리하게 마련된 방안”이라는 게 요지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전 정부 때 내려진 금강과 영산강 보의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의 재심의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 해체 계획이 반영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도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변경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4대강 16개 보를 존치하기로 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미 완전히 개방하였던 세종보와 공주보의 운영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보(洑)는 22조 원 이상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 완공된 국가의 중요한 기반 시설이다. 이러한 국가의 거대한 사업은, 어느 정부에서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는 없다. 어떤 이념을 가진 주체가 했느냐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없다. 보수냐 진보냐 좌(左)냐 우(右)냐도 상관없다. 다만 국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기준 삼으면 된다.

이를 계기로, 막대한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 시설을 원위치하겠다는 정책을 펼칠 때는, 국민의 뜻을 백번 천번을 물어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4대강 16개 보 존치 결정, 늦었지만 적극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