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⑨ 철학실천의 삼단계, 암송-실천-점검
[배철현의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⑨ 철학실천의 삼단계, 암송-실천-점검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7.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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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스 산과 스타브로니케테 수도원'영국화가 에드워드 리어 (1812~1888) 유화, 1857, 34.3 cm x 54.6 cm 예일대학교 영국미술관
'아토스 산과 스타브로니케테 수도원'영국화가 에드워드 리어 (1812~1888) 유화, 1857, 34.3 cm x 54.6 cm 예일대학교 영국미술관

인간은 책을 통해 박식한 사람이 되지만, 시련과 훈련을 통해 철학자가 된다. 시련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의 본성을 변모시키는 스승이다. 소아시아 밀레투스 출신 탈레스(기원전 640~546)는 그리스 전통의 최초의 철학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주변을 깊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법칙을 찾아낸 최초의 과학자이자 철학자로 탈레스를 뽑았다. 인류가 이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들을 우연이나 신의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숫자로 여기고 그 추상을 알아내기 시작하였다. ‘탈레스’라는 그리스 이름은 ‘쌀로’θ?λλω라는 동사에서 왔는데, ‘만발하다; 싹이 나다; 자라나다’라는 뜻이다. 인류가 이제 자신의 지성을 발견하여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탈레스는 복잡하고 다양한 만물이 하나에서 출발했으며, 그 하나를 ‘물’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는 다양은 단순에서, 복수는 단수에서 출발한다는 과학적인 명제를 발견하였다. 고대 중근동의 창조신화는 모두 ‘물’이 상징하는 혼돈에서 출발하였다. 그는 또한 피라미드의 높이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안정적으로 건축하기 위해 ‘기하학’을 발견하였지만, 탈레스는, 실제로 피라미드와 같은 건물을 지을 의도가 없으면서, ‘심심하고 호기심이 발동되어’ 삼각형의 삼수변의 비례를 탐구하였다. 그는 ‘수학’을 발명하였다.

탈레스로 시작되는 당시 철학자들은 별의 관찰과 그 운행방식에 매료되었다. 이 형이상학적인 관심은 후에 이오니아 철학자들을 거쳐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아테네 철학자들에게 전승되었다. 탈레스가 피안彼岸의 세계를 탐구하여 철학을 시작했다면, 기원전 4세기에 등장한 헬레니즘 철학자들, 스토아철학자들, 에피쿠로스, 퓌론 등은 희로애락으로 가득한 차안此岸의 세계에서 의미가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삶의 철학을 시작하였다.

노예였다가 철학자가 되는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철학자가 인생의 시련 앞에서 무어라고 말할까? 그는 ‘시련이 내가 철학을 수련하는 목적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추상적인 이론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실제로 잘 사는 실용적인 지혜를 연마하였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철학하기’를 주문한다. “온전히 철학하기에 집중하십시오. 그녀(철학) 옆에 앉아 구애하십시오. 그러면 당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간격이 한없이 벌어질 것입니다. 당신은 모든 인류를 너머서 신들 곁에 서게 될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철학하기’는 난해한 철학책을 읽거나 철학자의 강연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다. 철학은 행위이지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철학은 삶의 방식이며 태도이다.

철학에 관해서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거의 없다. 생각과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훈련과 훈련의 결과인 습관이 필요하다. 인생의 어떤 것도, 훈련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레슬링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훈련하듯이, 철학 훈련도, 그에 못지않은 훈련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레슬링 선수의 훈련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인내와 자발을 요구하기 때문에, 진정한 철학자가 극히 드물다. 인생의 갑작스러운 시련은 그(녀)를 진정한 철학자로 탈바꿈하기 위한 겨울 캠프훈련이다.

철학하기 훈련캠프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다. 여기서 이론이란, 그런 구별된 삶을 추구했던 삶의 멘토를 발견하는 것이다. 세네카는 수많은 철학자가 남긴 책들을 탐구한 후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그리고 지속적으로 영감을 줄 한 철학자를 인생의 동반자로 삼으라고 충고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피상적으로 하는 많은 지인이 아니라, 인생의 멘토와 친구가 될 한 명의 철학자다. 만일 어떤 사람이 스토아철학에 심취해 있다면, 그는 에픽테토스, 심플리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혹은 키케로를 멘토로 정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철학하기 멘토이자 친구를 선정하고, 그가 남긴 서적과 그의 사상을 섭렵해야한다. 그런 후, 그의 사상을 자기 삶에 접목해 행동으로 옮기는 실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에픽테투스는 이 실천 단계를 한 학생에 관한 이야기로 설명한다. 한 젊은이가 스토아 철학자 크리시푸스Chrysippus의 ‘동기’에 관한 글을 읽고 자신이 동기에 관해 알게 되었다고 보고한다. 에픽테투스는 역도선수가, 새로운 웨이트를 구입했다고 해서, 그것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상에서 더 깊이 사고할 수 있고, 스스로가 사려가 깊고 현명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책은, 그에게 역도선수가 되기 위한 웨이트일 뿐이다. 웨이트의 무게와 상표를 숙지했다고, 훌륭한 역도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철학하기의 첫 번째 단계는, 주요 개념의 반복 습득이다. 세네카는 우리가 선정한 철학자와 철학 서적이 삶의 등불이 되기 위해서는 그 주요 개념을 매일 매일 반복하여 상기시키라고 주문한다. 이 훈련은 필사일 수도 있고 암기일 수도 있다. 매일 아침, 한 가지 구절이나 사상을 선택하여 그날 자신의 삶을 인도하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세네카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많은 저자들의 글을 읽고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당신을 산만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신은 소수의 최고 스승의 글에 머물러, 그들의 저작을 완벽하게 소화하십시오. 이런 노력이 당신의 마음에 자리를 잡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무 곳에도 없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매일 아침에 선정한 구절이나 문장이 있다면, 하루 종일 그것을 반복하고 암송하여, 그 중요성을 숙고한다. 다윗은 <시편> 1편 2절에 복이 있는 사람을 세네카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복이 있는 자) 야훼의 토라에 기쁨이 있으며,

밤낮으로 자신이 선정한 토라를 암송하는 자다.”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주치의 갈렌은 “주요 개념을 반복하고 암송하는 것이 철학 훈련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세네카도 이 번복은 작은 씨앗이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땅속 깊이 심는 행위라고 말한다. 겨자씨만 한 씨앗이라도 정성스럽게 옥토에 심는다면, 적당한 시절이 되면 3m가 넘는 관목이 될 것이다.

첫 번째가 자신이 아침에 선정한 개념의 반복이라면, 두 번째는 그것을 낮에 실제로 하루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행동으로는 용감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내가 오늘 하는 일은, 남들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나 체면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양심에 비추어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선정한 개념을 반복하여 나의 양심을 그 색으로 물들인다면, 나는 그 일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다. 아우렐리우스는 인간의 영혼은 반복된 생각으로 물든다고 말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가 있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잠자리로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낮에 한 행위를 점검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법정의 변호사나 검사가 되어, 잘 실행된 것은 칭찬하고, 온전하게 실행하지 못한 것은 꾸짖는다. 내가 스스로 내면 법정의 판사가 되어 엄격한 판결을 한다. 나는 그날그날에 인생 항해에 필요한 좌표를 숙지하였는가? 나는 그 좌표대로 넘실대는 바다를 항해하였는가? 나는 하루를 마치면서, 나의 항로를 점검하였는가?

배철현 작가

고전문헌학자이자 작가.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대왕이 남긴 삼중쐐기문자 비문에 관한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건명원建明苑 원장과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블로그 <배철현의 매일묵상>(blog.naver.com/eduba)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관찰을 글로, 유튜브 채널 <배철현의 더코라 THE CHORA>을 통해 동서양 경전과 고전을 통해 얻은 혜안을 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2020년 교육기관 ‘더코라(www.thechora.com)’를 설립하여 청소년과 예술청년들을 위한 인문학교 ‘서브라임’과 경영인들을 위한 ‘코라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의 위대한 리더』 그리고 위대한 개인을 발굴하기 위한 에세이 시리즈 『심연』 『수련』 『정적』 『승화』, 신간 『배철현의 요가수트라 강독1:삼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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