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54) 유단취장(有短取長)
[원더풀 시니어] (154) 유단취장(有短取長)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02.2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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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호 이익 선생 댁의 마당에는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로 일 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한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마당에 그늘도 많아지고 장마 때면 늘 젖어 있어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으로 한 그루를 베어 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데 그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이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면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 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보았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웃었다.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장점은 보려 하지 않고 단점만 보려들지는 않는가.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금 세상이 매우 어수선하다. 온 시가지는 유세차의 소음과 함께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유니폼을 갖추고 춤추는 학생들, 14명 후보자의 벽보 공보물이 길게 늘어져 붙어있고 플래카드가 온 시가지를 덮고 있다. 카톡으로 쏟아지는 대선주자들 소식 퍼 나르기가 우리를 짜증스럽게 하고 있는가 하면 TV 생중계로 이어지는 상대방 약점이나 말꼬리 잡고 자기만 잘났다고 우겨대는 모습에 갈수록 거칠어지는 말싸움 판이다. 지방유세를 통해서도 가는 곳마다 그 지역에 아부를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으로 동원된 관중들의 동조를 구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이다. 자화자찬에 내 말만 옳다고 우기는 거친 네거티브에 소통의 부재를 보면서 유권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주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후보자들 간에 서로 단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당사자는 물론이지만 사돈의 팔촌까지 들춰지는 모습이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수백조원이 들어가야 할 온통 퍼주겠다는 내용이다. 도대체 퍼줄 수 있는 돈은 어디서 나올까? 유권자들이 진정 알고 싶은 것은 후보자들 간의 대화와 자세를 통해서 국가 통치자로서의 됨됨이와 믿음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인품과 자질을 통한 후보들의 진면목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이제는 그만 속자.

적어도 나라의 지도자라면 국민이 함께 공감하고 추구해야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연예인의 인기투표가 아니라 공인 중의 공인인 한 국가의 지도자, 대통령을 선택하기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서 장점을 볼 줄 알고 취할 줄 알아야 한다. 단점이 수두룩한 자신이 상대의 완벽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의 우리 민족은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배려와 따뜻한 정이 있었다. 가족 간에도 그랬고 이웃 간에도 그랬고 친구사이에도 그랬으며 말 못하는 생물에도 그러하였다. 이제 우리사회 속에서, 관용과 아량과 이해, 배려와 사랑이 부족한 지금의 선거판을 직시하면서 우리 모두 스스로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