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56)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원더풀 시니어] (156)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03.1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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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에서 얼굴만큼 신분증명으로 확실한 건 없다. 범죄자들의 커다란 얼굴 사진들이 사람들의 눈이 많이 가는 곳에 붙여진 것을 우리는 종종 본다. 이목구비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대동소이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그래서 얼굴은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인생이요 역사이다.

그런데 누구나 뱃속에서 나올 때야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이후는 자신이 얼굴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불혹의 마흔 살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외적인 얼굴 모습보다는 다분히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내면적 인품을 갖춰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얼굴 생김새로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하는 관상학이 대중에게 알려진 지는 2000년이 넘었고 지금도 철학관이 흔하게 눈에 띄며 주변에는 이름이 알려진 관상가들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관상학은 현실에 근거를 두고 통계학적 방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옛날부터 전해지는 점술(占術)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물사진의 진정성과 진실성이다. 지금은 성형술이 너무 발달해서 얼굴에 생긴 흉터나 점을 빼는 일 외에도 턱을 깎고 쌍꺼풀에 콧대를 조절하고 보톡스로 얼굴형을 바꾸는 등 마음대로 자기 얼굴을 고치게 되니 관상학자들을 무척 곤혹스럽게 할 것 같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웅변가,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으며 “모든 것은 얼굴에 있다”라고 했다. 그런데 옛날에는 초상화를 그려서 얼굴을 남겼지만 지금은 사진으로 남긴다. 이제는 전 국민의 손에 폰 카메라가 들려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 나르면서 각자 자기 나름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우리 얼굴은 내가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내 마음을 헤아리게 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소통)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처음 만나서 4초라는 눈 깜짝할 사이에 표정, 복장, 태도, 용모, 자세 등의 시각적 이미지와 음성, 억양, 말씨와 같은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상대방을 평가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겉모습을 통한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긍정 또는 부정의 마음을 심어주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인상을 머리에 각인시키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사실상 외모보다는 풍기는 인상이 중요하다.

우리가 무수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인연을 맺고 살아가고 그 인연 속에 고운 사랑도 엮어가지만 그 인연 속에서 미움도 엮어진다.

사람을 만날 때 반가운 사람이면 따뜻한 정감이 오지만 어떤 사람은 그다지 반갑지 않아 어색할 때도 있다. 우리는 가끔 ‘그만한 사람 없어’ 라는 말을 한다. 곁에 있을 때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떠나고 난 다음에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고 있을까.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되어서 한번 만나고 난 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일 수는 없을까? 진솔하고 정겨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나는 분명 좋은 사람으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한번 만나고 나서 좋은 감정을 얻지 못 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행이다.

주위를 둘러보아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음은 축복이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사람으로 고마운 사람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났다가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