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서원에서의 ‘창의적 전통(인성)체험’
주목받는 서원에서의 ‘창의적 전통(인성)체험’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1.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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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교육청의 ‘지역연계 창의적 전통(인성)체험’
다양한 체험학습 개발
서원의 소멸한 강학 기능을 전통체험 학습으로 부활
호연지기도 키우고 체험에 버무려진 인성 덕목 자연스레 체득
학생들의 큰 호응

지난해부터 실시한 대구광역시 교육청의 ‘지역연계 창의적 인성체험’이 학생들의 큰 호응 속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종래의 교내 예절체험센터에서 하던 인성 예절 체험을 지역에 있는 향교와 서원을 활용한 결과다. 지난해는 코로나 발발로 현장 체험이 불가능했으나, 올해 그 기세가 점차 수그러들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철저한 방역을 한 현장은 체험 학생들로 나날이 활기차다.

도동서원 중정당에서 서당체험을 마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권오훈기자
도동서원 중정당에서 서당체험을 마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권오훈기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과 IMF를 극복한 대한민국은 세계의 석학들이 아시아 태평양 시대의 주역으로서 21세기를 선도할 민족으로 예견했다. 우리 민족은 대가족제도 아래에서 체득된 예절을 기반으로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두레 정신의 미풍양속이 있었으나 오늘날은 개인의 사생활을 더 중시하며 경로효친사상과 공중도덕이 무너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했다.

사기, 폭력 등 각종 흉악범죄가 늘어나고 교통법규나 공중도덕이 지켜지지 않는다. 부모부양을 나라에 맡기려는 자식들과 베이비 박스에 자식을 버리는 미혼모, 늘어나는 학교폭력과 나날이 희박해가는 청소년들의 윤리의식 등의 심각성이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위해 2014년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데 있으며,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하나가 되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672개의 서원이 있는데 그중 35%인 233개가 대구·경북에 집중해 있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9개 서원 중 6개가 영남에 있다. 대구는 20여 서원이 도심과 근교에 있는데 2019년 7월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동서원도 있다. 서원의 기능은 강학과 제향인데 대부분의 서원은 향사 이외에는 활용이 전무한 상태이며 강학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타 시도에 비해 관내에 현저히 많이 산재한 서원을 주목했다. 사라진 강학 기능을 전통(인성)체험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이른바 '지역연계 창의적 전통(인성)체험'이다. 학교보다 풍광 좋은 서원에서 하는 인성 예절교육은 서당체험, 선비체험을 하며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데다 엄마표 도시락으로 소풍 온 기분까지 난다. 폐쇄된 학교 공간에서 코로나로 지친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정신적 위무는 없을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 중정당에서 상원중학교 학생들이 유복을 입고 절을 하며 선비체험을 하고있다. 권오훈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 중정당에서 상원중학교 학생들이 유복을 입고 절을 하며 선비체험을 하고있다. 권오훈기자

 

대부분의 서원은 후손이나 문중에서 관리하는데 인성교육을 담당할 콘텐츠나 인적 자원이 부족하므로 전문 예절교육원과 협약을 맺어 체험장을 운영한다.

그 중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원장 임귀희)은 도심 외곽지에 있는 세 곳의 서원과 협약하여 전통(인성)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선비체험, 성년례, 서당체험, 다도 명상, 윷놀이, 제기차기, 비석치기, 한궁 등의 전래놀이와 손 글씨로 좌우명 쓰기, 민화 문자도 그리기, 전통매듭, 죽궁(활쏘기) 등의 다양한 체험 속에 인성의 8대 덕목(예, 효, 정직, 책임, 배려, 소통, 협동, 존중)을 적용하여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육신사 태고정에서 상원중학교 학생들이 민화 문자도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권오훈기자
육신사 태고정에서 상원중학교 학생들이 민화 문자도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권오훈기자

 

6월 23일 상원중학교(교장 김희숙) 학생 9개 반(220명)이 도동서원. 육신사. 한천서원 등 세 개의 서원에 분산하여 전통(인성)체험을 했다. ‘소학동자’로 이름난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도동서원(달성군 유가면 소재)은 서당체험을, 단종 복위를 위해 충절을 지킨 사육신을 배향한 육신사(달성군 하빈면 소재)는 의(義)와 신(信) 등 문자도 그리기를, 고려개국 공신으로 공산전투에서 태조 왕건을 구하기 위해 신숭겸 장군과 함께 순절한 전이갑·전의갑장군 형제를 모신 한천서원(달성군 가창면 소재)에서는 죽궁체험을 했다.

한천서원 관덕정에서 상원중학교 학생들이 죽궁체험을 하고 있다. 권오훈기자
한천서원 관덕정에서 상원중학교 학생들이 죽궁체험을 하고 있다. 권오훈기자

 

참석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청의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로 갇혀 지내던 답답함을 일거에 날려주었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으로 흥미 있는 수업이었으며, 인성예절 덕목들을 체득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문제는 실천인데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올바른 인성이 몸에 배여 훗날 그 학생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임귀희 원장은 학생들의 실천을 강조했다. 3곳의 체험장은 ‘인성예절지도사’자격을 보유한 전문 강사들이 포진되어 체험장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