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문화를 후대에, ‘한국인성예절교육원’ 임귀희 원장
우리 전통문화를 후대에, ‘한국인성예절교육원’ 임귀희 원장
  • 강효금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11.22 09: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이원선 기자
사진    이원선    기자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육신사에는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한창이다. 서당체험과 문자도 등으로 학생들이 우리 전통문화 향기에 젖어있는 동안, 서원 한쪽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임귀희 한국인성예절교육원 원장을 만났다.

- 서원에서 체험학습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 서원의 기능은 두 가지입니다. ‘강학’과 ‘제향’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제향의 기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춘향제와 추향제 등으로 옛 서원의 전통이 내려옵니다. 반면에 ‘강학’이라는 학문을 갈고닦고 연구하는 기능은 서원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서원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서원을 관광지로만 아는 젊은 세대에게 굳게 닫힌 서원의 빗장을 풀어, 우리 선조가 해 왔던 ‘공부’를 직접 맛보고 경험해서, 돌아가 가정에서도 ‘강학’을 잊지 않고 실천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이런 마음과 대구 교육청 강은희 교육감의 지역연계 인성교육의 방향이 맞아서 더욱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2020년 도동 서원과 육신사, 한천 서원 외 대구 시내 향교 서원 등에 전통체험장을 개장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대구 교육청에서 체험비 전액을 지원했습니다. 첫해는 코로나로 인해 현장체험이 불가능하여 학교출강을 했습니다. 2021년 방역단계가 낮아짐에 따라 현장체험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치원생부터 일반인까지 연령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은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에서 교육받고 자격증을 받은 인성예절지도사와 국가공인 실천예절지도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예절지도사 자격증인 국가공인 ‘실천예절지도사’와 ‘인성예절지도사’

- 전통문화체험을 지도하는 ‘실천예절지도사’ ‘인성예절지도사’가 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전통문화체험을 지도하는 체험장 강사가 되려면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생활예절과 가정의례> 강좌를 수료하고, ‘실천예절지도사’는 연 3회· ‘인성예절지도사는 연 2회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응시하여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현재 육신사에서 아이들에게 전통체험을 지도하는 예절지도사들은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과 정년퇴직자, 가정주부 등 유휴 인력들입니다. 그동안 쌓은 소중한 경험을 우리 전통문화와 접목하여 제2의 인생을 활기차고 보람있게 보냅니다. 잊고 있던 자신을 찾아 다시 활동하는 게 기쁘다고 말하는 예절지도사들을 보며,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생활예절과 가정의례> 강좌는 전액 대구시 문화예술과 보조금으로 운영되며, 수강자들은 모두 무료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예가 무너지고 인성이 사라진 현대 생활에서 ’사람답게‘ 더불어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건전한 시민 정신을 기르는 일은,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고도 필요 불가결한 일일 것입니다.

사진 이원선 기자
사진    이원선   기자

예절은 우리 고유문화

- (사)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의 이사장도 맡고 있지요.

▶ 인성 예절 쪽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중요한 직책을 또 하나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지향하는 동방예의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서양문물의 유입과 산업사회로 발전하며, 가족제도의 변화와 함께 우리 의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배금사상이 만연하여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 본성을 잃어버리고 이웃을 모르고 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예실본은 무너져가는 전통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시대에 맞는 예의를 펼치며,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예실본에서는 성균관 유도회 지부들과 전국 234개 향교와 함께 예절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우리 예절은 우리의 고유문화입니다. 예절은 언어와 같은 것입니다. 일정한 지역에서 무리 지어 사는 생활권에 따라 쓰이는 말이 다르듯이, 예절도 같은 생활권에서 행해지는 생활방식입니다. 즉,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예절 또한 같은 것이지요. 어떤 사람은 우리의 예절을 말하면서 8백 년 전 송나라 주자의 가례(家禮)를 앞세우기도 합니다. 이는 불교가 성행했던 고려의 뒤를 이은 조선이 성리학과 함께 유입된 <주자가례>를 바탕으로 ’관혼상제를 대법‘으로 예치(禮治)를 국시(國是)로 삼아,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을 취하면서 동방예의지국의 면모를 이어온 까닭입니다. 지구상 어느 나라가 예치(禮治)를 하였을까요?

우리 조상들은 말로만 주자의 가례를 앞세웠을 뿐, 중국의 예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혼례에서도 나타납니다. 중국은 저녁에 신랑 집에서 혼례를 하였기에 날 저문 혼(昏)자를 사용하여 혼례(昏禮)라 하고, 우리나라는 낮에 신부 집에서 대례(大禮)를 하여 혼례(婚禮)라 하였습니다. 문화는 그 민족의 생활양식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서원마다 특색 있는 체험교육

- 서원마다 교육내용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 한국인성예절교육원에서는 육신사 외 도동서원과 한천서원에서도 전통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험장마다 특색이 있는데요, 저는 아이들이 넓게 트인 공간에서 마음껏 즐기며 우리 선조의 기상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평생 소학을 읽고 실천하여 ’소학동자‘란 별명을 가진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하는 도동서원 프로그램 중 서당체험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소학을 중·고등학생에게는 동몽선습을 가르치고 교재는 선물로 줍니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읽어드리고 매일 실천하라고 합니다. 고려개국 공신인 전이갑, 전의갑 장군이 모셔진 한천서원 관덕정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죽궁’으로 ‘활쏘기 체험’을 하고, 박팽년을 비롯한 사육신을 모신 육신사에서는 ‘충(忠)’ ‘의(義)’ 등 글자와 그에 따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민화문자도 그리기’체험을 하고 ‘다도 명상’ ‘좌우명 갖기’ ‘전래놀이’등 인성의 8대 덕목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현장체험은 선현들의 삶을 배울 수 있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높고 큰 생각을 가지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놀면서 즐겁게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마음에 담아가기 바랍니다.

육신사에서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지도하는 강사들과 임귀희 원장.    이원선 기자
육신사에서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지도하는 강사들과 함께한 임귀희 원장.   이원선 기자

새로운 기회 ‘도동서원 유교아카데미’

- ‘도동서원 유교아카데미’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 코로나 시대 마스크를 쓰고 활동반경이 제한된 답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시기에, 인문학으로 치유 방법을 찾았습니다. 2019년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 사업단에서 실시하는 ‘유교아카데미’ 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강좌를 하게 되어 걱정이 많았지요. 그러나 처음 실시하는 줌 강의에 대해 출강 강사들과 수강자들의 열띤 호응으로, 우려와 달리 현재 성공적인 강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줌 강의는 밴드에 수강 소감의 댓글을 달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반복적 수강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의외의 수확으로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방법으로 인문학을 통한 치유와 우리 문화를 확산할 수 있어, 위기가 또 다른 기회로 여겨집니다.

- 들어올 때, 풀을 뽑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오늘 인터뷰를 위해 차려입었습니다. 강사들은 체험을 하지만 체험장에서 역할이 없는 원장은 보통 작업복을 입고 풀을 뽑고 허드렛일을 합니다. 우리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큰 그림에서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밑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제가 할 몫은 그 밑 작업입니다. 저는 지금 제 역할에 만족하며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