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서원 과거시험 온 외국인들 "장원급제요~"
도동서원 과거시험 온 외국인들 "장원급제요~"
  • 우남희
  • 승인 2020.07.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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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1주년 기념행사 열려

대구 도동서원에서는 지난 1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1주년 기념행사로 ‘지혜로 여는 대동세계’를 주제로 한 외국인과거제를 실시하였다. 도동서원을 비롯해 9개(소수, 도산, 병산, 옥산, 남계, 필암, 무성, 돈암)의 서원은 지난 2019년 7월 6일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배용 서원보존추진위원장의 축사  우남희기자
이배용 서원보존추진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우남희기자

조선시대의 과거제는 관리를 뽑기 위해 문과, 무과, 잡과로 구분하였지만 문(文)을 숭상하여 문과의 비중이 무과나 잡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라인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과거 급제하여 벼슬을 받은 것과 달리 조선시대 때는 양반이라 하더라도 서얼 출신은 응시할 수 없었고, 일반 서민인 양인은 참가할 수 있으나 급제한 사례가 없었다. 외국인의 참가 또한 불가능했지만 도동서원에서는 외국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과거제 재현 행사를 가지게 되었다. 

이배용 서원보존추진위원장과 박철성 도동서원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각 기관단체장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문과 40명, 무과 20명이 응시하여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문과에 응시한 외국인 학생들   우남희 기자
문과에 응시한 외국인 학생들이 시제를 기다리고 있다. 우남희 기자

문과는 은행나무 옆에서 거행되었다. 이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하는 행단수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서였다. 경상감영 감사를 대신해 김명동 도동서원 운영위원이 시제를 발표하고 응시생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시제를 적었다. 이것이 끝나면 제시된 한글을 읽는 읽기 시험까지 치른 뒤 합산한 고득점자를 장원으로 선발했다.

 

필기 시험을 치른 후, 읽기 시험을 치는 문과 응시생
외국인 문과 응시생이 필기 시험을 치른 후, 읽기 시험을 보고 있다. 우남희 기자

무과 시험은 은행나무 옆, 솔밭에서 진행되었다. 먼저 진사를 거쳐 선발된 자들을 동군과 서군으로 나눈다. 각 군의 대표는 임금(김희덕 도동서원 유사) 앞으로 나가 무과의 명(命)을 받겠다고 예를 올리면 임금은 어사주를 내려 열심히 하라는 훈시를 주고 시범을 보인다. 시범 후 제자들이 대금소리에 맞춰 활쏘기 시연의 퍼포먼스를 한 후 무과가 진행된다. 코로나로 연습을 하지 못한 응시생들은 현장에서 한두 번 체험하고 15m의 거리에 있는 활판을 향해 각각 5발의 활을 쏴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정한다.

무과에 응시한 외국인 학생   우남희기자
무과에 응시한 외국인 학생들이 활을 쏘고 있다.  우남희 기자

이날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어사화를 쓴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유학 온 응웬 쑤언히우(22) 씨이고 무과에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토이바아지몰라 무스타바(21) 씨였다. 문과 급제자인 응웬 씨는 가마를 타고 서원 일원을 행차하며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장원급제한 응웬   우남희기자
문과에 장원급제한 응웬 쑤언히우가 서원 일원을 돌고 있다. 우남희기자
무과에 급제한   우남희기자
무과에 급제한 토이바아지몰라 무스타바 씨가 교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우남희기자

도동서원은 한훤당 김굉필 선생과 한강 정구 선생을 배향하는 서원으로 유가읍 쌍계리에 건립되어 쌍계서원으로 사액 받았으나 정유재란 때 화재로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동명(洞名)을 따 보로동서원이라 했으나 선조 임금으로부터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온다’는 뜻의 도동이라는 이름을 사액받아 오늘에 이른다. 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훼철되지 않았으며 성리학적 건축에 맞게 지어진 건물로 미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원이다. 사당과 강당, 부속으로 담장이 보물350호로 지정되었으며 사적 488호로 지정되었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서원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도동서원은 봄에는 모란, 여름은 목백일홍, 가을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 겨울은 텅 빈 충만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유네스코에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다람재 터널이 개통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문화유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