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07) 여조삭비(如鳥數飛)
[원더풀 시니어] (107) 여조삭비(如鳥數飛)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5.31 10: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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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어머니의 교육열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하여 자식을 올곧게 키우려고 세 번이나 이사를 해 가면서 교육환경 만들기에 애를 썼는가하면,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하도록 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머니가 보고 싶어 맹자는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맹자를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들 공부시켜 큰사람으로 만들려는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가 물었다. “공부는 마쳤느냐?” “아닙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틀의 날실을 칼로 자른다. 맹자가 놀라서 묻는다. “어머니, 왜 그러십니까?” “네가 공부를 중단하고 오는 것은 내 오랫동안 고생하며 짜던 베를 자르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 맹자는 그길로 다시 돌아가 학문에 전념하여 공자에 버금가는 인물이 되었다. 논어의 학이 편에 여조삭비(如鳥數飛)란 사자성어가 있다.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날갯짓을 반복하여 배우기를 끊임없이 하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퇴계 선생도 노년으로 접어들 즈음 자신이 선택한 학문을 배우면서 삶을 마치겠다는 학이종신(學以終身)의 신념을 토대로 실천해 나갔다.

오늘날의 사회는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래서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배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과거 수백 수십 년 사이에 일어났던 변화가 현대에 들어와서는 거의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질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두뇌의 회전속도는 느려지고 새로운 지식은 더 빨리 습득해야 하니 피로감을 느낀다. 변화가 눈에 보이는 물질의 형태만 바꾸는 게 아니라 사회질서도 바뀌고 인간을 얽어매는 규정도 바뀌고 살아가는 방식도 새롭게 바뀐다. 알면 편리한 전자제품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사용법도 자꾸 달라진다. 따라서 더불어 잘 살아가려면 새로운 것을 배워서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요,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다만 변화에 잘 적응한 종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어느 연설회장에서 “바꿔라! 자식과 마누라 내놓고 다 바꿔라! 그렇지 않으면 10년 이내에 삼성이란 이름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라고 하였다. 그의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하였다.

우리말에 ‘구들 장군’이니 ‘우물 안 개구리’니 하는 말이 있다. 밖에서는 힘도 쓰지 못하면서 집안에서만 큰소리친다는 의미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이나 사는 공간만을 알고 다른 주변을 보지 못한다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다. 지식의 바다는 넓고도 넓다. 자신이 최고가 아니다. 시간과 환경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마음과 귀를 열고 돌아보자. 순간순간의 변화에 깨어 있어서 당당히 맞서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배우고 익혀 나가야 한다. 살아갈 날이 중요한가 살아온 날이 중요한가? 영국의 노벨상 수상 작가 버나드 쇼가 1950년 95세로 임종을 앞두고 묘비에 새겨달라고 유언으로 남겼다는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란 비문이 주는 의미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