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변실금
[건강 칼럼] 변실금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5.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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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변이 새거나 참을 수 없는 노인성 질환
남성보다 여성 환자 수가 2배 이상 많아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와 약물로 치료 시작

변실금이란 한 달 이상 자신도 모르게 변이 새거나 변을 참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유병율은 약 1~24%로 보고된다. 변실금 증상이 있어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과 부끄러워서 병원 진료를 꺼리는 분들이 많아서 정확한 환자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유병율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변실금의 유병율은 2배이상 증가하였고 55세 이상부터 늘기 시작하여 70-80세의 환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실금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며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앞으로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을 참는 기전은 대장, 직장, 항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다. 대장은 변이 내려오는 속도와 양, 굳기를 조절하고 직장은 적당한 양의 변을 받아들인다. 항문은 근육과 신경을 통해 적절한 항문압을 유지하고 괄약근을 조절하며 장 내용물이 가스인지 액체인지 고형변인지 감별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중 어느 한곳 이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변실금이 발생하게 된다.

관련 질환으로는 척수나 뇌신경 등의 중추신경계 이상, 당뇨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직장이나 항문 수술, 염증성 장질환을 비롯한 만성 설사, 방사선 직장염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변실금은 남성보다 여성 환자 수가 2배 이상 많은데 이는 출산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 자연분만시 태아의 큰 머리가 산모의 좁은 산도를 통과하면서 항문괄약근 및 신경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그나마 항문 주변 근육들의 힘으로 버틸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져서 서서히 증상이 생긴다.

병원 내원시 변실금의 심한 정도와 원인을 파악하고 증상을 악화시킬 만한 질환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직장항문 압력검사, 항문초음파, 배변조영술, 항문직장 근전도 검사 등을 시행한다.

가끔 변실금 증상으로 수술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 예전엔 괄약근 손상이 확인된 경우, 다시 이어주는 항문 괄약근 성형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에서는 수술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아 괄약근 성형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변실금 치료의 시작은 식이조절과 약물 치료다.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직장에 문제가 없다면 충분한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은 제한하도록 한다. 지사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할 경우 장운동을 억제하고 직장 기능을 향상시켜 배변횟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관장을 하여 직장내 변이 남아있지 않게 함으로써 변실금을 예방할 수 있다. 바이오피드백 및 전기치료는 골반 근육 및 항문 괄약근의 수축 운동을 도와 괄약근의 긴장도와 수축력을 증가시키며 직장 감각 능력도 향상 시킨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와 같은 보존적 요법만으로도 변실금 증상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거나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 천수신경자극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천수신경자극술은 2015년부터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를 인정한 신의료기술로, 천골을 통해 천수신경자극기를 삽입하여 괄약근과 골반저 근육의 움직임과 관련된 천수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시술이다. 1-2주 동안 증상이 50% 이상 호전을 보이면 영구적 거치술을 시행한다. 증상 개선 효과가 뛰어나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치료법이다.

그 외 고주파치료, 인공괄약근 삽입술, 항문내 부피형성 물질을 주사하는 방법 등이 있으며 모든 치료에 실패한 난치성 변실금의 경우엔 장루 조성술이 필요할 수 있다.

변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불편감과 수치심을 불러오고 우울, 심리적 위축, 외출자제, 대인기피로 이어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급격한 환자수의 증가는 더 이상 변실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치매처럼 체계적인 관리 및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변실금은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적 분위기 형성을 통한 질병의 이해도를 높여 증상이 발생했을 시 신속하게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민정 서부연합외과 원장 (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