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05) 영화 '더 파더'(The Father)로 본 치매 환자
[원더풀 시니어] (105) 영화 '더 파더'(The Father)로 본 치매 환자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5.1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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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초기 단계의 주인공인 아버지(안소니)가 귀에 이어폰을 끼고 클래식 음악 감상에 빠져 있다. 큰 딸 앤이 빠른 걸음으로 아버지 집에 와서 왜 또 간병인을 내보냈느냐고 나무란다. 안소니는 간병인이 자기 시계를 훔쳐 갔다고 한다. 앤은 간병인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서 듣는 말에 더는 어렵겠다고 생각한다. 아내와는 일찍 사별한 것으로 추측되며 큰 딸(앤)과 둘째 딸(루시)을 아버지(안소니) 혼자서 지극정성으로 키웠을 것이다. 화가였던 둘째 딸 루시가 사고로 사망한 것이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간병인과의 생활이 어려워졌음을 안 앤은 자기 집으로 아버지를 모셔온다. 당연히 앤의 남편은 장인 때문에 일상이 혼란해지는 것이 싫다.

사위도 알아보지 못하고 당신 누구냐고 경계를 하며 자기 집이라고 우기는 장인을 요양원으로 모시자고 하지만, 아내는 간병인을 쓰자는 주장으로 결국 부부싸움을 한다. 어느 날 앤이 외출했다가 들어오면서 우연히 아버지를 때리는 남편을 보고 이를 계기로 다투다, 이혼까지 하게 된다. 효성이 지극한 앤은 혼자서 정성껏 아버지를 보살피지만, 때로는 딸도 못 알아보고 벽에 걸려 있어야 할 루시의 그림을 찾는 등 자기 집으로 자주 착각한다. 결국 불가항력으로 앤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서며 한없이 눈물을 쏟는다. 그래도 주말마다 요양원을 방문하며 아버지가 좋아하는 커피, 과자 등을 사다 놓는다. 모든 것을 망각한 안소니는 아침에 거실로 나간다고 문을 여는 순간, 긴 복도를 보고 깜짝 놀란다. 결국 끝없는 자기 기억과의 전쟁을 되풀이하면서 간호사를 보고 당신은 누구며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 간호사는 안정시키려고 갖은 애를 쓰며 약을 먹이고 뒷정리를 하고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안소니를 다독인다. 그는 인간 태생의 본능으로 돌아가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아기 모습 그대로 흐느끼는데, 간호사는 엄마가 되어 포근히 끌어안아 주고 창밖의 초록 잎사귀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을 비추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국의 드라마로 지난달(2021. 4. 7)에 개봉된 84세 노배우 안소니홉킨스 (안소니역)의 완벽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치매 환자의 일상을 다양하게 다룬 영화로 여기가 어디며 당신은 누구며 나는 누구인지 알고 싶고 딸을 보면서도 당신보다 내가 더 오래 살 테니까 유산을 물려 달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자기 이름까지도 잊고 스웨터 입는 방법도 잊어버려서 딸이 입혀줄 정도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켜버린다. 낯선 사람을 볼 때마다 자기 시계를 감춰놓고 훔쳐 갔다고 우기는 등 치매 환자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증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노인이 걸리는 대표적 질환으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에 이상이 생겨서 일어나는 병으로 알고 있다. 기억력 감퇴로부터 시작하여 망상, 환청, 망각 등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엔 현재 50만이 넘는 치매 환자가 있고 노년의 20% 정도가 치매의 위험선에 있다고 한다. TV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요양원을 찾은 자녀가 부모님과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맞대며 카네이션 달아주는 모습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이웃 이야기요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가족도, 자신도 잃어버리게 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도 있는 슬픈 삶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래도 우리는 치매를 피해서 건강하게 살다가 가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부지런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 관리와 숙면, 배우고 익히는 두뇌활동을 게을리 말고 외롭지 않도록 가족 관계와 친구와의 모임, 취미활동 등 사회망을 넓히도록 애쓰자. 그리고 뭐든 일거리를 만들어가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활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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