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武士)와 악사(樂師)
무사(武士)와 악사(樂師)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3.1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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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작가 홍성원(洪盛原, 1937~2008)의 1976년도 단편소설 ‘무사와 악사’는 출세한 권력가와 그를 추종하여 선전대 역할을 하는 기자인 죽마고우(竹馬故友) 이야기를 대학교수인 화자가 서술하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서 해방과 독립, 독재정권과 민주화, 경제 성장의 격동적인 역사 속에 엘리트 지식인들의 표리부동한 정치적 행보와 이를 옹호하는 언론인을 풍자한 작품으로, ‘TV문학관’으로도 소개된 바 있다.

‘일규는 무사이고 나는 그 무사를 칭송하면서 살아가는 악사였다. 무사님들이 모순에 찬 작업을 할 때, 악사들은 뒷전에서 옳소, 소리나 하면서 배고프지 않게 살아가면 그것이 사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무사와 악사는 서로 경멸하면서도 사이좋게 살아가는 법이다’. 소설 ‘무사와 악사’ 중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개인들의 생각과 의견을 표명하고 각종 정보를 얻고 가치관을 공유하며 교류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 SNS) 활용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면서 한층 심화하여 남녀노소, 직업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의식주와 같은 일상적 행위 중의 하나가 됐다.

소셜미디어를 손쉽게 활용하게 되자, 무사는 더 이상 악사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 속에 내재하는 페르소나(persona)들을 소셜미디어에서 표출하여 무사와 악사의 역할을 겸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여 정책을 예고하여 인기를 얻고 지지자를 선동하여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가 초미(焦眉)의 관심사가 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사저에 관한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메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 사회에서 정권은 다수결에 의한 민주 선거로 창출되고 유지된다. 51%의 득표로 선출된 공직자일지라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입안하고 시행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선공후사(先公後私)는 과거 왕조 시대에만 강조되는 덕목만은 아니다.

공감과 소통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공직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국민들은 절제와 품위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