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지우며
이메일을 지우며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10.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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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지락(霜降之樂)

양쪽 무릎이 유난히도 저려서 새벽에 일어나 TV를 켜니, 오늘이 상강이라고 한다. 이산 저산의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장식하는 화면 아래편에 팔공산 노선버스의 증편 자막이 눈에 들어온다.

상강(霜降)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간, 24절기 중 18번째에 해당되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무서리가 내리고,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되고 산간에 단풍이 들어서 예부터 나들이에 좋은 시기였다.

컴퓨터를 켜서 웹메일을 확인하는데, 수신함에 이메일 수천 개가 쌓여 있다. 대학의 계정을 포함해서 몇 개의 포털 계정을 사용하는데, 이메일이 적체되어서 소통하는데 가끔 문제가 생기곤 한다.

관련 기관과 학회,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뉴스레터와 연락 사항들, 국내외 지인들의 안부, 스팸성 광고 이메일들이 매일 수백 통 쌓인다. 일주일에 두어 번씩 둘러보고 삭제하는데도 불구하고 금방 가득 쌓여버린다.

전체를 선택해서 일괄 삭제해버리면 간단하지만,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일일이 확인하고 선택해서 지우니 비교적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연구 기관, 학회, 출판사, 건강과 인문학 포털 등의 이메일들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이나마 새로운 지식과 자극을 주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오는 이메일들은 과거 해외 생활의 추억을 상기시켜 준다.

세계적으로 이메일을 사용하는 인구는 약 23억 명이 된다고 한다. 이들이 이메일 100개씩을 삭제하면 각국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약 1,700만 GB가 절약된다. 1 GB 당 32 kWh의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1,700만 GB는 약 5조4천4백만 kWh의 에너지에 해당되며, 따라서 우리나라 돈으로 7천340억 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어느 문인은 낙엽을 태우면서 갓 볶은 커피 냄새를 맡으며 맹렬한 생활 의욕을 느낀다고 한다.

해묵은 이메일을 지우면서 다양한 상념에 젖어 보고, 지구를 살리는 환경 운동에도 동참하는 것도 단풍놀이에 버금가는 상강지락(霜降之樂)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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