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과 개구리
경칩과 개구리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1.03.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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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이다. 경칩(驚蟄)하면 개구리가 생각난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봄이 왔음을 알아채고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는다. 개구리가 경칩의 상징이 된 것은 온도 측정이 어려웠던 과거에 온도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온에 민감한 개구리가 나오는 걸 보고 계절을 예측해 농사를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요즘은 경칩이 와도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기가 어렵지만 옛날에는 개구리가 흔했다. 농부들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한 해 농사의 흉풍을 점치는 '개구리 울음점'이 있었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서서 들으면 그해 일이 바쁘게 많으면서 흉년이 들고, 누워서 들으면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 풍년이 온다는 이야기가 민간에 전해졌다.

감자를 심으려고 밭을 일구다가 잠자는 개구리를 깨우고 말았다. 눈은 잠을 덜 깬 듯 했지만 펄쩍 펄쩍 뛰어서 도망가기 바빴다. 꽃샘추위가 오면 어쩌나, 걱정돼서 깊이 판 구덩이에 묻어주었다. 밭에서 돌을 고르던 식구는 너무 깊이 묻으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하며 한참을 서서 생각에 잠겼다. 구덩이를 파고 묻어 줬으니 잘 살 수 있을까? 

 

깨워서 금방 일어난 개구리. 안영선기자

농약과 수질 오염으로 개구리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금개구리는 한국고유종이다. 과거 서해안 지역의 논과 농수로에 많이 서식하였으나 변하는 환경에 적응을 못하여 보존이 어려워지자 1998년부터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했으며 천안 업성저수지에 서식하는 금개구리 보존을 위하여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을 착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