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살기] 내겐 너무 사랑스런 쭈글이 쌤 (1) 인연의 끈이 닿다
[반려동물과 살기] 내겐 너무 사랑스런 쭈글이 쌤 (1) 인연의 끈이 닿다
  • 남성숙 기자
  • 승인 2021.02.0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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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처음 만났을 때의 쌤.  남성숙 기자
2016년 11월 처음 만났을 때의 쌤. 남성숙 기자

 

세상의 모든 일이 만남과 인연의 인과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2016년 11월, 독립해서 살던 아들이 쭈글쭈글한 주름으로 온몸이 덮인 생후 두 달 된 샤페이 새끼를 집에 데려왔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기르던 샤페이가 새끼를 5마리 낳았는데 그 중 한 마리를 얻어온 거라 했다.

생긴 모양부터가 우스꽝스러운 샤페이종 개는 그 모습 때문인지 유명인들의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집안에서 기르는 일을 끔찍히도 싫어하던 나는 단박에 짜증부터 내며 말했다.

“엄마가 동물 무서워 하는 거 알면서 데리고 오면 어떡하니?”

“출장 기간이 길어서 밑아 줄 곳이 여기 말고는 없어요.”

안 된다, 맡아 달라 실랑이가 오고 갔고 지켜보던 남편이 “내가 책임지고 케어하겠다”고 중재자로 나서면서 원치 않는 쌤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나는 반려견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무서워서 함께 타지도 못했고 길거리에서 반려견을 안고 가는 사람을 보면 “개 키우느니 차라리 애나 키우지” 하고 한심하게 여겼다. 반려견을 키우는 집에 가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에 주는 물도 안 마실 만큼 동물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잘 아는 터라 쌤 밥주기, 배변패드 갈기, 목욕시키기 등 대부분을 남편이 전담했지만, 집안 곳곳에 날리는 개털과 배변으로 인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쓸고 닦는 일은 내 몫이라 예상했던 것보다 스트레스가 컸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면 반려견 치다꺼리가 처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서 서툴렀던 육아와 다르지 별반 다르지 않다.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리 감당못할 만큼 힘든 일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쌤과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까이 오기만 해도 “저리 가!” 하고 소리를 지르던 내가 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애처롭고 맘이 짠해 자꾸 쓰다듬게 되고 꼬물꼬물 걸어 다니는 모습이 앙증맞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었다.

반백 년 이상 굳어진 사고를 바꾼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일주일 남짓 되는 시간에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은 것이 쌤이라는 생명체였다.

요즘은 아들만 보면,

“네가 태어나서 한 가장 큰 효도가 쌤을 우리한테 데려와 준 것”이라고 말한다.

쌤과 함께한 4년여의 세월을 돌아보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