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에 만난 길고양이
밤길에 만난 길고양이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1.01.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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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겨울 한파에 외롭다.

 

1월 9일 어둠이 내릴 즈음,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인흥3길)를 찾았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몸도 마음도 움츠려든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세거지 토담길을 산책하고 있다. 목화밭을 지날 즈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발길을 멈춘다. 제법 몸집이 큰 길고양이 한마리가 경계도 없이 내게로 다가와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 야윈 모양새가 배가 고픈듯, 추워서 발버둥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일을 어쩌나. 먹을 것도 덮어 줄 담요도 없는데.

겨울은 누군가에게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계절이고, 누군가에게는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 계절이기도 하다. 생계와 추위를 이겨 낼 걱정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것이다. 먹이와 물조차 구하기 힘든 길고양이에게도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 아닐 수 없다. 

길고양이와 들고양이는 관리부류가 다르다. 주택가에 사는 길고양이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공원이나 산에 서식하는 들고양이는 환경부 소관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야생생물법)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고양이에 대한 미신과 편견이 많다. 하지만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길고양이도 보호해야 될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겨울철 길고양이에게 가장 신경써야 되는 것은 '물'이다. 조영수 단체의 모 대표는 길고양이들은 여름보다 겨울에 탈수로 고생한다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물이 얼기 때문에 되도록 따뜻한 물을 자주 공급해 주고,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풍부한 사료를 챙겨 주는 것 또한 길고양이들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2013년 서울시 강동구가 '길고양이 무료급식소'를 시작하면서 여러 지방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급식소는 캣맘들이 개별적으로 만든 것보다 지속적이고 관리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나, 일부 주민들의 반감속에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날 아침이다. 바람이 세차게 창문을 흔든다. 뉴스에 기상캐스터가 당분간 한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한다.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던 그 길고양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의 손은 어느새 스티로폼 상자와 사료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