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리모 봉사단 “하모니카로 동네 분위기 살린다”
아우리모 봉사단 “하모니카로 동네 분위기 살린다”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0.09.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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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퇴직공무원 주축
코로나 뚫고 재능 기부
음악을 통한 힐링 제공

 

실버봉사단 '아우리모'가 그들의 아지트인 도원공원 팔각정에서 야외공연을 하고 있다.
실버봉사단 '아우리모'가 그들의 아지트인 도원공원 팔각정에서 야외공연을 하고 있다.

하모니카로 마을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임이 있다. ‘아우리모’ (아름답고 우아한 리더들의 모임)란 고운 이름을 가진 실버봉사단이다. 이들은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위협하는 지금도 학교 뒷산이나 공원에서 하모니카를 이용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우리모’는 박노보 전 대곡초등학교 교장이 단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김대현 회원이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회원들은 대부분 고희를 넘긴 퇴직공무원들이다. 2014년에 하나의 친목동아리로 출발, 주 2회 모임을 갖고 연습과 공연 활동을 해왔다.

‘아우리모’의 목적은 회원들의 재능을 통한 지역사회 봉사로 주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힐링을 제공하고 화합과 단결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하모니카 소리여행’이란 이름으로 대구 달서구 마을공동체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기존의 주민 친목단체였던 ‘탁사모(탁구사랑모임)’가 마중물이 되어 새로운 봉사체 결성에 도전한 것이다.

'마을공동체사업'이란 마을 주민 3명 이상이 모여 주민들과의 소통, 화합을 통해 행복하고 재미나는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지자체에서 공모하는 사업이다. ‘만나자사업’과 ‘해보자사업’이 있는데 ‘하모니카 소리여행’은 ‘만나자사업’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아우리모’는 공동체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자기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아우리모’가 처음 도원동 사계절아파트 일대를 돌아보니 개인주의가 팽배하여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서로 모른 체 지내고 있었다. 이웃과 소통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는 리더가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로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고 노령인구가 많아 문화적인 갈증도 느끼고 있었다.

하모니카를 입에 문 건강한 어르신들이 마을 공동체 속으로 뛰어들었다. 6년 전부터 마을 경로당을 돌며 하모니카 연주를 해왔지만 공동체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연주하니 감회가 새롭다. 어르신 봉사단의 하모니카 선율은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세대간 화합을 회복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아우리모 음악회에 동반출연한 블루오카리나 단원들의 연주 모습.
아우리모 음악회에 동반출연한 칸팬플룻 단원들의 연주 모습.

'아우리모'는 올해 코로나19의 아픔 속에서도 ‘하모니카 소리여행’이란 이름의 작은 음악회를 세 차례 열었다. 그야말로 힐링 콘서트인 셈이다. 코로나로 지쳐 있는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음향으로 소소한 행복과 마음의 치유를 가져다 준 것이다.

그동안 ‘아우리모’는 지자체 각종 행사장이나 지하철 역사, 시내 각 병원,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등으로 순회공연을 가지는 등 눈부신 활동을 펴왔다. 때로는 거리에 나가 교통지도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로 도원공원 팔각정에서 연습하고 월광수변공원이나 대구수목원 등 공원 쪽으로 가서 연주한다.

지난 12일엔 이들의 아지트인 달서구 도원공원 팔각정에서 ‘산 속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는 박노보 단장이 이끄는 아우리모 단원의 합주와 김대현 지도교수의 독주로 진행되었다. 블루오카리나(단장 이애련), 칸팬플룻(단장 김애경)이 동반 출연해 주었고 기타리스트 박찬명 씨도 함께했다.

박노보 단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아우리모' 단원들.
박노보 단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아우리모' 단원들.

'아우리모’는 2017년 대구상록연금공단 주최 최우수 자원봉사단에 선정되었으며 이후에도 전국 한마음 연주대회와 공무원 연금공단 주최 봉사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또 2019년 대한노인회 자원봉사 우수사례로 뽑힌 바 있다.

박노보 단장은 앞으로 '아우리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중주단으로 성장하여 번듯한 실버음악회를 한번 열어 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는 “집에 있으면 답답한데 거기 가니 즐겁고, 힘이 들어도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기쁜 마음으로 해보려고 합니다”라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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