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
(33)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0.06.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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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불편함과 불쾌감을 안겨주지만 사회적으로 불신과 갈등을 초래한다. 자기 합리화는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지만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도 고려해 봐야 할 일이다.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이야기이다.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보았다. “참 맛있겠다는 생각으로 포도를 따 먹으려고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너무 높아 따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여우는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하고 돌아갔다.

포도  위키백과
포도 위키백과

 

1950년대 초 미국 미시간 주에 한 사이비 종교 교주가 신의 계시라면서 조만간 큰 홍수가 닥칠 것이며 오로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만 비행접시로 구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믿은 사람들은 전 재산을 이 교주에게 바치고 철야 기도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주가 약속한 날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도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극진한 기도를 통해 종말을 막아냈다며 더 열렬한 추종자가 됐다. 믿음이 거짓으로 판명됐음에도 더 강한 확신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위 두 사례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나 믿음(실패, 오류)에 대한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를 꾀한 대표적인 예이다.

인지부조화는 개인의 신념, 태도, 행동 간의 불일치나 부조화로 인한 불편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공저 예언이 실패할 때(1956)와 단독 저술 인지부조화 이론(1957)에서 유래된 말이다.

심리학에서 두 가지 이상의 모순되는 신념이나 생각, 가치를 동시에 갖게 돼 겪을 수 있는 정신적 불편함을 일컫는 말이지만 보통은 신념(belief)과 행동(behavior)의 불일치로 인한 불편한 상태 자체가 인지부조화이다.

기존의 신념과 새로 인지한 새로운 증거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인지부조화가 촉발된다. 사람은 신념과 행동에 있어 일관성의 욕구(need for consistency)를 가지고 있어 인지의 조화로운 상태를 원한다. 부조화 상태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조화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 즉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념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꾸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예컨대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사실 흡연이라는 행동을 취하고 있을 때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흡연은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신념을 바꾸거나 금연을 실천함으로써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는 대신 신념을 바꾸는 경향이 많다. 위의 사례에서 여우가 맛있는 포도가 먹고 싶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면 된다. 또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도 교주의 말씀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부터 신중하게 행동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사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대신 신념을 바꾼 것이다. 즉 신념에 일치하도록 행동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데 행동에 일치하도록 신념을 바꿈으로써 이에 대한 변명이나 핑계의 기제가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자기 합리화 또는 오류 정당화이다.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어리석은 선택이나 결정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든 그 선택과 결정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하거나 명백한 판단 착오였음에도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한다.

얼마 전 김정은이 사망했다는 유튜브 내용이 전국으로 전파되고, 일부 탈북 정치인의 발언까지 이어졌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은의 살아있는 모습이 TV화면에 나타나면서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유튜브 내용이나 정치인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면 더 이상 논란이 필요 없게 되고 모든 상황이 끝이 난다.

둘째, 자기 합리화를 꾀하는 경우로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예상할 수 있다.

A : 사망은 아니지만 사망에 준하는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있을 거야.

B : 저건 식물인간의 모습이고, 식물인간은 죽은 것과 같아.

C : 지금은 살아 있지만 곧 죽을 거야. 어차피 인간은 죽게 되어 있으니까.

D : 감금되어 있거나 조종 받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모습이지만 산 게 아니야.

E : TV 화면의 모습은 가짜일 거야. 닮은 사람을 대타로 세웠거나 사진 합성일거야.

F : 비록 틀린 점이 있지만 사과할 정도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G : 정보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단순한 추측을 얘기했을 뿐이야. 추측도 못하나.

H. 괜히 반대파들이 시비 거는 것이고 생트집이야.

 

인지부조화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불편함과 불쾌감을 안겨주지만 사회적으로 불신과 갈등을 초래한다. 처음부터 인지부조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해결방안도 중요하다. 자기 합리화는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지만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도 고려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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