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의 메카 대구’ 이름값 하고 있는가
'파크골프의 메카 대구’ 이름값 하고 있는가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0.07.21 17: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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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도시 중 구장·동호인 수 최다
전국대회 우승 등 실력자 다수 보유
클럽 회원들, 구장 관리에 헌신 봉사
진정한 '메카' 되려면 손님 환대부터

 

‘메카’란 원래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로 이슬람교 성지를 말한다. 이후 '어떤 분야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의 동경·숭배의 대상이 되는 곳'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다.

대구를 ‘파크골프의 메카’라 부른다. 대구 외의 어떤 지역도 ‘파크골프의 메카’라고 부르는 곳이 없으니 대구가 일견 파크골프의 메카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대구시민이 대구를 ’파크골프의 메카’라고 말한다고 대구가 파크골프의 메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대구에 와서 보니 정말 파크골프의 고장으로 손색이 없구나 라는 느낌이 들고 이후로도 파크골프를 생각할 때마다 대구라는 도시를 동경하게 된다면 대구는 진정한 ‘파크골프의 메카’가 되는 것이다.

메카는 추종자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이다. 그러면 지금 과연 ‘파크골프의 메카’인 대구에 전국 각지의 파크골프 마니아들이 찾아오고 있는가?

대구의 파크골프장은 새로 조성 중인 2곳과 소규모 9홀짜리 4곳을 포함하면 모두 22곳으로 서울특별시와 기타 광역시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구의 파크골프 인구도 2만 명으로 추산, 전국 파크골프 인구(약 10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골프장 숫자로 보나 동호인수로 보나 대구가 전국 1위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5년간 전국대회 성적도 단연 챔피언감이다.

이 정도 되면 타지인들이 대구 파크골프를 주목할 만도 하다. 파크골프 마니아라면 누구나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대구의 필드를 한번 밟아보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파크골프투어라는 게 있어 마음만 먹으면 대구의 구장으로 달려올 수도 있다.

대구 강변파크골프장.  류영길 기자
대구 강변파크골프장. 류영길 기자

이제 대구는 전국의 파크골프 마니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메카를 찾아오는 순례객들은 메카에 대한 기대가 크고 메카에서 일종의 위안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면 대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찾아오는 손님을 환대해야 한다.

파크골프장엔 외지인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파크골프장엔 외지인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이것을 소홀히 하면 메카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가보니 아니더라’ 라는 소문이 퍼지면 대구는 끝장이다. 급격한 초고령사회로 변모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을 다투어 파크골프장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하면 파크골프의 메카가 경기도로 넘어갈 수도 있고 충청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간 대구시파크골프협회와 각 구·군협회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대구 파크골프를 오늘날의 위상에 올려놓았다. 각 클럽 회원들은 구장을 단장하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지금껏 봉사의 길을 걸어왔다. 보람도 컸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이들의 노고와 헌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2% 부족하다. 일부 구장에는 지금도 회원단체의 텃세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애써 가꾼 땅’이라며 타인을 배척하다가 오히려 동호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비단 대구만의 현상은 아니다. 종종 타지 파크골프장으로 원정라운딩을 떠났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와 씩씩거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지만 대구까지 그러면 안된다. 대구는 ‘파크골프의 메카’를 꿈꾸어 왔기 때문이다.

봉사자로서의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땀흘려 아름답게 단장한 구장에 어르신들이 라운딩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 뿌듯하였던가. 그때의 마음을 다시 회복하자. 물론 비회원들이 구장을 다 차지해 정작 회원들은 뒤로 밀려나게 되어 속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메카의 긍지를 내팽개칠 것인가.

능금꽃 피고 지던 우리 고향 대구는 예로부터 ‘손님 우선’의 미덕이 있었다. 과수원 주인의 가족들은 늘 흠다리('흠집이 있는 과일'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만 먹었다. 좋고 잘 생긴 것들은 모두 고객을 위해 내놓았다.

손님에게 먼저 자리를 내어주는 아름다운 주인의 모습을 보여주자. 그들의 가슴에 대구의 넉넉한 이미지를 심어주자. 그래야 다시 찾아온다. 순례객의 발걸음이 끊어진 메카는 더 이상 메카가 아니다. 달구벌 하늘에 ‘파크골프의 메카 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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