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에 풍덩! 3막 행복에 흠뻑!
파크골프에 풍덩! 3막 행복에 흠뻑!
  • 류영길 기자
  • 승인 2019.06.28 13: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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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파크골프장, 어르신들 새 명소 부상
대구 파크골프 시니어연맹 허윤범 회장,
파크골프 재능 기부 3년째, 800명 교육
강창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매니아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류영길 기자
대구 강창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류영길 기자

강창교에서 내려다보이는 금호강 서편 둔치. 오늘도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활기로 넘쳐난다. 웃음과 환호성이 그치지 않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개들의 놀이터였던 이곳 풀밭이 시니어들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파크골프 동아리들이 여기서 월례회를 하고 조별경기도 한다. 부부가 한 팀이 되어 포섬 경기(팀당 두 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공 한 개를 번갈아가며 치는 것)도 하고 수시로 번개팅도 가진다. 이들에게 파크골프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니 육체건강이 좋아지고 마음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니 정신건강까지 좋아져 나날이 행복에 젖어 있다.

여기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 이웃의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시니어 주부 김은정(63ㆍ대구 파크골프 시니어연맹 17기 회원) 씨는 “파크골프장에 오면 친구와 운동도 하고 대화와 음식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황혼기의 외로움을 떨쳐버릴 수 있죠”라며 파크골프 예찬론을 폈다. 그는 또 “너무너무 배우길 잘했어요. 부부가 같이 하면 제일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렇다고 파크골프가 시간 많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성서산업단지에서 용역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박 모(67) 씨는 새벽 일찍 강창파크골프장에 나와 한 라운드를 돌고 출근한다. 직장에 매인 간호사 강 모(54) 씨도 매주 두 번씩  짬을 내어 이곳을 찾는다. 모두 중년 이후의 건강관리를 위해 파크골프를 선택한 것이다.

강창파크골프장은 교통이 편리하다. 대실역 4번출구에서 10분밖에 안 걸린다. 지하철 공짜인 시니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거기에다 금호강 물줄기와 궁산의 청청함을 바라보는 운치도 있다.

구장을 24시간 개방해 놓으니 새벽에도 치고 밤 9시에도 치는 사람이 있다. 파크골프는 장소 부담, 시간 부담, 금전 부담, 체력 부담이 없다. 골프 치다가 파크골프로 내려온 사람도 많다고 한다. 경로당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공원을 배회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이곳으로 왔다. 그냥 만 보 걷기는 힘들어도 공을 치며 잔디 위를 걸으니, 만 보도 2만 보도 금방이다.

그런데 강창파크골프장에 어르신들이 몰려드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이곳에서 2년 4개월째 파크골프를 가르쳐 주고 있는, 키가 훤칠하고 목소리 구수한 노(老) 사부님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마치 파크골프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으로 어르신들을 가르치고 있다, 노인회 대구시연합회 사무처장을 지낸 허윤범(72) 씨가 바로 그다.

지금 그의 직함은 ‘대한노인회 대구광역시연합회 대구파크골프 시니어연맹 회장’이다. 월급을 받는 직책이 아니다. 노인회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기 위해 파크골프 보급에 헌신하기로 한 것이다.

허 회장이 파크골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의 일이다. 그때 시 생활체육회에서 노인회에 파크골프채를 나눠 주었을 때, 채만 줄게 아니라 차라리 조금이라도 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본인부터 제대로 파크골프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데가 없었다. 무작정 대구시파크골프협회를 찾아갔다. 거기서 파크골프를 배운 허 회장은 파크골프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노후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를 적극 전파하리라 마음먹었죠."

당시엔 대구에 파크골프구장이 서너 군데뿐이었다. 그래서 노인회 대구시 연합회로부터 스크린 골프장을 기증 받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좁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이곳 강창교 북편 금호강변이다.

부지를 선정하고 달성군수실 문을 노크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군수실을 찾아가 ‘뭐 좀 해 주세요 뭐 좀 해 주세요’ 했지만 그는 군수에게 ‘이런 것을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를 가르치기 위해 하천 부지를 좀 사용하겠다고 하니 김문오 달성군수가 흔쾌히 승낙했다.

오물이 뒤섞여 있던 금호강 둔치가 어르신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류영길 기자
동호인들의 땀방울에 힘입어 오물이 뒤섞여 있던 금호강 둔치 풀밭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아지트로 변모했다. 류영길 기자

현장을 밟아보니 곳곳에 오물이 널려 있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개똥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하나 둘 뜻있는 분들이 합류하여 잡초를 뽑고 오물을 수거했다. 경운초등 동문 테니스클럽 친구들을 설득하여 파크골프로 전향시켰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차츰차츰 구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17년 3월 12일, 드디어 감격적인 파크골프장 개장식을 가졌다. 마치 전용구장을 마련하기라도 한 듯 기뻤다. 첫 교육생을 모집하니 1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왔다. 허 회장은 정성을 다하여 이들을 가르쳤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상하게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준 허 회장에게서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입소문을 듣고 파크골프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모여들었다.

20~30명을 한 반으로 하여 기술과 예절을 곁들인 기본교육을 실시했다. 기본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을 필드에 데려가 실제연습과 함께 재교육을 시켰다. 동호회를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독려했다. 2년 3개월이 흐른 지금, 그동안 교육받은 사람이 800여 명, 동호회에 정착하여 허 회장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활동하는 사람이 600여 명이나 된다.

파크골프는 시니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파크골프에 맛을 들이고부터는 한여름 뙤약볕도 무섭지 않아요." 햇볕에 나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던 김은정 회원의 고백이다.

“무릎 아픈 사람이 이거 하고 무릎 나았어요. 파크골프 처음 올 때가 힘들지 한번 와서 발 디디면 안 오고 못 배겨요. 그만큼 즐겁다는 겁니다. 중독성이 있죠. 여행갈 때도 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있어요.” 허 회장은 자신이 보급한 운동으로 인하여 행복을 되찾은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재능 기부의 길이 줄곧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이만큼 힘들 줄 알았으면 안했을 겁니다.” 한번 해 보겠다고 큰소리 쳐놓았기에 중간에 집어치울 수가 없었다. 몸담았던 노인회를 나와,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했던 초심을 쉽사리 버릴 수가 없었다.

“맨 처음엔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제한했는데 어르신들이 삐치고 싸우고 서로 말도 안하고 패가 갈리고, 그러다가 오지도 않고...” 허 회장의 고심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생각 끝에 '덜 노년층'을 영입하기로 했다. 그러자 어르신들에게 봉사하려는 50대 중년 시니어들이 찾아왔다. 이들이 합류하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리하여 31년생(80대 후반)에서 68년생(50대 초반)까지 부모 시니어 세대와 자녀 시니어 세대가 어우러져 함께 섬기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회장이 헌신하니 돕는 자들이 나타났다. 회원들이 앞을 다투어 서로 먼저 궂은 일을 하려고 했다. 허 회장이 밀짚모자 쓰고 나서면 모두 따라 나섰다. 그가 예초기를 메고 손을 덜덜 떨고 있으면 예초기 잘 다루는 사람이 얼른 뛰어와 바통을 이어받았다.

누군가가 월요일마다 모여 잡초를 뽑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월요일은 구장 관리하는 날이 되었다. “물론 지자체에서 관리하지만 우리가 가꾸지 않으면 이런 모양 안 나옵니다.” 시에서 기본적으로 잔디 깎는 일은 해 주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부족했다. 회원들의 손길이 필요했다. 돌을 줍고 망을 치고 쓰레기 수거하고 잡초를 제거하고... 내 구장은 아니었지만 내 구장처럼 가꾸었다.

때로는 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었다. 지난 식목일엔 쥐똥나무를 구입하여 구장 둘레를 단장했다. “처음엔 회장님께서 사비를 많이 썼어요.” 허 회장을 오랫동안 보아온 회원들의 증언이다.

대구 파크골프 시니어연맹 허윤범 회장이 강창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초심자들에게 파크골프 기술과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류영길 기자
대구 파크골프 시니어연맹 허윤범 회장이 강창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초심자들에게 파크골프 기본 기술과 에티켓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류영길 기자

허 회장이 이끄는 대구파크골프 시니어연맹은 어르신들에게 파크 골프를 보급하고 교육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주 3회, 1개월 반만 교육받으면 필드에 나갈 수 있다. 필드에 나가 3개월 부지런히 치면 어딜 가도 통한다. 타 구장이나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자기의 기량을 뽐낼 수 있다,

“저희 회장님은 사고가 남다르시죠. 파크골프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심어 드리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신 분이에요. 그래서 교육생에게 학교수업보다 더 철저히 가르쳐요.“ 김은정 회원은 허 회장의 열정에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자기성장을 위한 인생 1막, 자녀 양육과 교육을 위한 인생 2막, 그리고 마지막 자기 삶을 위한 인생 3막에 다다른 시니어들에게 파크골프는 행복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제 이곳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장은 시간만 나면 달려가고 싶은 아지트로 자리잡혔다.

“아침에 온 회원들이 저녁에 또 옵니다. 어떤 어르신은 컵라면 하나 들고 와서는 하루 종일 여기서 지내십니다.” 독거노인 돌보기 봉사를 해오면서 이곳 시니어 연맹의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영숙(62) 씨는 이곳에서, 파크골프로 새로운 인생의 낙을 누리며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게 되어 자못 흐뭇하다고 했다.

허 회장은 당뇨로 오래 고생했다. 파크골프를 친 후 자신을 괴롭혀왔던 당뇨병이 사라졌다. 운동을 하니까 음식을 가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당이 좀 올라가는 것 같다 싶으면 필드를 돌고 와요. 한 두 바퀴 돌고 오면 곧 좋아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노인회를 나와서 보람된 일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된 허 회장. “같이 노는 것이죠 뭐. 제 건강관리도 하고요.” 허 회장은 혹서기를 제외하고는 일년 내내 새로운 연습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요즘엔 경로당에서 단체교육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파크골프 때문에 게이트볼이 사라져가고 있다. “게이트볼은 머리 쓰는 운동이고 파크골프는 움직이는 것 위주로 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잘 조화하면 어르신 건강에 안성맞춤입니다.”그래서 허 회장은 파크골프와 게이트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노인회 대구시연합회 사무처장을 지낸 허 회장은 받은 사랑을 나누어주기 위해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류영길 기자
노인회 대구시연합회 사무처장을 지낸 대구파크골프 시니어연맹 허윤범 회장은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해 어르신들에게 3년째 파크골프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류영길 기자

얼마 전 모 파크골프협회가 시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구장을 선점하여 이용자들에게 회비를 징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원 스티커를 발급하여 골프채에 부착하게 하고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였기 때문이다. “전체를 포용할 수 없어 욕을 얻어먹은 것입니다. 누구나 환영하면 문제가 없어요.” 허 회장은 그동안 대구 각 협회에서 일을 많이 하여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파크골프 보급에 기여한 바가 큰데 이런 일을 겪게 되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강창파크골프장은 시니어 연맹의 것이 아니다. 모든 파크골프장이 마찬가지겠지만 강창파크골프장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초심자도 경력자도 다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시니어연맹 허윤범 회장이 여기서 파크골프를 가르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 구장을 애용할 뿐이다.

그래서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텃새를 부리지도 않는다. 처음 이곳에 오는 사람들 누구나 반겨준다. 사고 다발 지점과 주의사항을 충분히 주지시켜 안전하게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하여 이 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한 식구가 되었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거의 유사하다. 골프의 축소형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금속으로 된 채 대신 '나무'로 된 채를 '하나'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공도 하나만 있으면 오래 쓸 수 있다. 채값과 공값 외에 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무리한 체력이 요구되지 않아 시니어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으로 추천되고 있다. 남녀노소 없이 아들 손자 며느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운동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기가 어렵다. 쑥스러울 뿐만 아니라 첫발을 내딛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초심자가 파크골프에 입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편한 복장으로 일단 파크골프장을 방문하면 된다. 빈손으로 와도 좋다. 시니어 연맹엔 회원들의 성의를 모아 교육용 골프채를 10개 정도 구비하여 연습생들이 빌려 쓸 수 있도록 했다. 구장 사용료도 없다. 동기생들끼리 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게 되면 밥 사먹고 차 마실 약간의 회비가 있을 뿐이다. 허 회장은 동아리회비를 월 만 원 이상 못 받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처럼 파크골프의 입문 절차는 너무나 간단하다. 용기를 내어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구장이 깊은 산중에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우리가 지나다니는 동네 가까이에 있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이 210개 있으며 대구엔 18개, 경북엔 35개가 있다. 파크골프협회가 잘 결성되어 시 협회 산하에 구 협회가 있다. 협회마다 여러 개의 동아리가 있다. 사용하는 구장이 똑같지가 않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고 원하는 구장을 선택할 수 있다. 시니어연맹과 강창파크골프장도 그 중의 하나다.

“여기서 배워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가서 치면 됩니다.” 파크골프 선생님 허윤범 회장은 자신이 가르친 어르신들이 언제 어디서나 파크골프를 즐김으로써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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