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탐방] ⑤ “지하철 타고 굿샷 가자” 강창파크골프장
[파크골프장 탐방] ⑤ “지하철 타고 굿샷 가자” 강창파크골프장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0.08.21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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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연맹 회원들의 아지트
연맹 회장 사무장 리더십 탁월
홀몸어르신 케어, 마을가꾸기
등 파크골프로 봉사활동 전개
분위기 좋은 구장으로 소문 나
동호인 급증, 구장 확장 시급
강창파크골프장은 역세권인데다 주변 경관이 좋아 대구에서 가장 찾아가기 쉽고 아름다운 구장으로 알려져 있다.  류영길 기자
강창파크골프장은 역세권인데다 주변 경관이 좋아 대구에서 가장 찾아가기 쉽고 아름다운 구장으로 알려져 있다. 류영길 기자

대구 달구벌 대로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새로 지은 동산병원이 나오고 이내 강창교에 이르게 된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금호강 둔치에 종횡무진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강창파크골프장이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91번지. 하천부지라서 그런지 도로명 주소는 없다.

강창파크골프장은 무엇보다도 교통이 편리하다. 대실역 4번출구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지공거사(지하철 공짜인 어르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다. 거기에다 금호강 물줄기와 궁산의 청청함을 바라보는 운치도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집중호우 때 구장이 물에 잠긴다는 것이다. 이번 장마에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유역 강물이 위로는 동화천과 합류하여 내려오고 아래로는 낙동강과 만나기 직전이라 비가 오면 수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느 구장에든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동호인 그룹이 있듯이 강창파크골프장엔 대구파크골프시니어연맹이 자리 잡고 있다. 시니어연맹 허윤범(73) 회장과 김영숙 사무장(63)은 강창파크골프장의 산증인이다. 강창구장을 직접 개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 회장은 6년 전, 대구노인회 사무처장직에서 물러난 후부터 김 사무장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를 보급하려고 이 구장 저 구장을 떠돌아다녔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한곳에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허 회장은 새 파크골프장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저기 부지를 물색하러 다니다 강창교 밑에 다다랐다. 비록 개똥과 잡초가 뒤엉킨 황무지였지만 여기에 골프장을 만들면 어르신들이 찾아오기에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달성군수실을 노크했다.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를 보급하기 위해 하천부지를 좀 사용하겠다고 하니 김문오 군수가 흔쾌히 승낙했다.

뜻있는 동호인들과 함께 오물 제거 작업부터 시작했다. 6개월간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었다. 2017년 3월 12일, 드디어 강창파크골프장 개장식이 거행되었다. 개들의 놀이터가 어르신들의 아지트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강창파크골프장에 터 잡은 대구파크골프시니어연맹.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허윤범 회장과 김영숙 사무장. 류영길 기자
강창파크골프장에 터 잡은 대구파크골프시니어연맹.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허윤범 회장과 김영숙 사무장. 류영길 기자

처음 허 회장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파크골프를 가르쳐 준다고 하니 경로당에 앉아있던 어르신들도, 공원을 배회하던 어르신들도 하나 둘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5,60대 중년들도 찾아왔다. 부모 시니어 세대와 자녀 시니어 세대가 어우러져 함께 섬기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행복이 샘솟는 강창파크골프장은 어르신들이 시간만 나면 달려오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강창파크골프장의 분위기는 전국 최고로 알려져 있다. 허 회장과 김 사무장이 앞장서서 헌신하니 회원들이 너도나도 궂은일에 발 벗고 나섰다. 돌을 줍고 망을 치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회원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때로는 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구장을 단장하기도 했다.

이번 침수복구 때도 많은 회원들이 헌신해 주었다. “지자체가 장비를 동원하여 단시간에 해 치우는 것도 좋지만 회원들이 힘을 모아서 하면 단합의 기회가 되고 가족적인 분위기도 형성돼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아요” 수해의 아픔도 아랑곳없이 허 회장은 위기가 곧 기회고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며 허허 웃었다.

파크골프는 노년에서 유년까지 3세대가 함께하는 스포츠지만 허 회장이 이끄는 대구파크골프 시니어연맹은 특히 어르신들에게 파크 골프를 가르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허 회장은 혹서기를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새로운 연습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교육은 주 4회, 총 4주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이 정도만 받아도 어느 필드에든 나가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강창구장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1000여 명, 동호인 클럽이 27개, 클럽에 가입하여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 활동하는 회원이 800여 명이나 된다.

강창구장에서 파크골프를 통해 독거노인을 케어하는 대구노인회 소속 '행복플러스봉사클럽' 회원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창구장에서 파크골프를 통해 독거노인을 케어하는 대구노인회 소속 '행복플러스봉사클럽' 회원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창파크골프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가 있다. 대구노인회(회장 이장기) 소속 '행복플러스봉사클럽'이다. 강창구장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동호인들 중 독거어르신 케어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김영숙 사무장이 클럽의 코치를 맡고 있다.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변하고 우울증이 죽음으로 몰아갈지도 모르는 독거노인들에게 행복플러스봉사클럽은 파크골프를 통해 희망의 빛을 비춰주고 있다. 대화 상대도 없이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홀몸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를 가르쳐,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기는 노인들의 천국입니다. 친척들도 못하는 일을 해요. 먹을 것 가져와서 나눠먹고 여기 필요한 게 있으면 서로서로 먼저 가져오려고 해요. 여기 오면 배울 점이 참 많아요” 행복플러스봉사클럽에 합류한 서신자(76) 어르신은 공도 치고 봉사도 하는 ‘기쁨 두 배’의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파크골프장에 나가는 것이 ‘딸네집’에 가는 것보다 더 가슴 설렌다고 한다.

김영숙 사무장이 이끄는 행복플러스봉사클럽은 지난해 10월, 2019 대구노인회 노인자원봉사클럽 우수사례 심사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선행은 전국에 알려져 그해 11월 대전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주최 ‘2019 노인자원봉사 성과보고 및 우수사례발표회’에서도 우수사례로 뽑혀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파크골프동호인들로 구성된 대구노인회 '마을가꾸기봉사클럽' 회원들이 강창구장 청소를 하고 있다.
파크골프동호인들로 구성된 대구노인회 '마을가꾸기봉사클럽' 회원들이 강창구장 청소를 하고 있다.

행복플러스봉사클럽 외에도 강창구장에는 '마을가꾸기봉사클럽'이 있다. 마을 청소는 물론 파크골프장 관리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봉사자들의 수고 덕택에 강창구장은 늘 쾌적하고 깨끗한 상태로 동호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강창파크골프장엔 회원과 비회원간의 마찰이 없다. 파크골프시니어연맹은 처음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사고 다발 지점과 주의사항을 충분히 주지시켜 안전하게 라운딩하도록 도와준다.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여기에 한두 번 온 사람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대부분 회원으로 가입한다. 이렇게 하여 이 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한 식구가 된다.

초심자가 파크골프에 입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크골프장을 방문하여 소정의 교육비를 내고 교육 신청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간편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모자만 쓰면 된다. 빈손으로 와도 좋다. 시니어 연맹은 회원들의 성의를 모아 교육용 골프채를 10여 개 구비하여 연습생들이 빌려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창파크골프장은 분위기가 좋고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다. 잔디 상태도 양호하고 주변경관도 일품이다. 그렇지만 18홀이란 게 못내 아쉽다. 늘어나는 동호인들을 어떻게 다 수용해야 할지 갈수록 고민이다.

강창구장 입구에는 농구장이 있다. 자연석을 쌓아 계단처럼 만든 스탠드까지 구비하여 그럴싸한 야외 공연장 형색을 하고 있다. 그러나 1년 내내 농구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 공연은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다. 비만 오면 노면이 이끼 낀 바위처럼 미끄럽다.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나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넘어져 다치는 일이 허다하다.

“땅이 아깝네요.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잔디를 깔아 파크골프장으로 쓰면 좋을 텐데......” 농구장을 가로질러 파크골프장을 오고가는 어르신들은 어제도 오늘도, 이 소박하고 작은 소원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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