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탐방】⑦ 참한 9홀 ‘세천공단파크골프장’
【파크골프장 탐방】⑦ 참한 9홀 ‘세천공단파크골프장’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0.10.03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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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깔끔한 구장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시설
서현갑 선수가 아끼고 가꾸는 구장
"작지만 좋아요" 세천공단파크골프장.   류영길 기자
"작지만 좋아요" 세천공단파크골프장. 류영길 기자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1691번지. 다사파크골프장에서 세천교를 건너 성서5차첨단산업단지(속칭 세천공단) 안에 가면 아담한 파크골프장이 하나 있다. 이 구장의 원래 명칭은 ‘성서5차첨단산업단지파크골프장’인데 동호인들 사이에는 ‘세천공단파크골프장’으로 불리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명단에도 ‘세천공단파크골프장’으로 올려져 있다.

2017년에 준공했는데 9홀짜리 미니 구장이라 그다지 동호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자 세천공단파크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세천공단구장은 한마디로 ‘참한 9홀’이다. 작지만 강한 구장이란 평이다. 전국 방방곡곡 파크골프투어를 다니는 동호인 임모 씨는 세천공단구장을 ‘완벽한 9홀’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길게 뻗은 필드가 시야를 탁 트이게 하고 폭이 넓은 페어웨이에 늘씬한 소나무들이 심겨져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린도 난잡하지 않고 깔끔한 편이다.

대부분의 파크골프장들은 하천부지에 조성된 것인데 이 구장은 공단 안 공원부지에 정식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름 그대로 공원 속의 골프장이다.

세천공단파크골프장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휠체어가 쉽게 들어갈 수 있고 화장실 설비도 다른 곳과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 구장들은 이동식 간이화장실인데 이곳은 반듯한 수세식 화장실이고 장애인용 화장실도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세천공단구장이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처음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할 때 주민들이 반대하며 관청에 진정서를 넣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사치시설이니 장애인시설이니 하는 등 갖가지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1년을 끌다가 준공허가가 났다.

이 구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사구장에서 클럽활동을 하는 동호인들이다. 큰집인 다사구장에서 이곳을 오가며 라운드를 즐긴다. 다사구장에서 교육을 받은 초심자들이 이곳에 와서 연습을 하면 딱 좋다고 한다.

대구 시내에서 월요일에도 공을 칠 수 있는 구장은 이곳 세천공단파크골프장이 유일하다. 다른 곳은 다 월요일 휴장인데 세천공단구장은 화요일 휴장이기 때문이다. 동호인들을 위한 달성군의 특별한 배려다.

이른 아침 세천공단파크골프장에 나온 서현갑 선수(왼쪽에서 세번째)와 어르신들.  류영길 기자
세천공단파크골프장을 아끼고 가꾸는 서현갑 선수(왼쪽에서 세번째)와 어르신들. 류영길 기자

파크골프장은 어딜 가나 칭찬받는 사람이 있다. 세천공단구장에도 동호인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봉사자가 있다. 장애인 파크골프 대구시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서현갑 전 달구벌파크골프클럽 회장이 바로 그다.

그는 거의 매일 구장을 찾아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휴지를 줍고 쓰레기나 장애물을 치우는 것은 기본이고 넘어진 깃발을 세우고 문제 있는 홀컵을 바로잡는 것도 그의 몫이다.

지자체에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각 구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용자 중 누군가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돌보아야 하는 것이 파크골프장이다. 이 역할을 서현갑 선수가 기꺼이 맡은 것이다.

이 구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안다. 그가 남다른 봉사정신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도와 구장을 가꾸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자연히 구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세천공단파크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급기야 주차문제뿐만 아니라 소음 민원까지 제기되고 있어 걱정이다. 24시간 개방되어 있고 주변 가로등이 필드를 환하게 비춰주니 밤에도 공을 치는 사람이 있어서다. 당연히 주민의 원성을 살 일이다. 한때는 가로등을 끄는 소동도 일어났다.

“일몰 후에는 안 치는 게 맞습니다. 바로 옆에 요양원이 있는데 밤에 딱딱 소리 내면 어르신들 잠 못 주무십니다. 이러다 진정서 들어가 구장 폐쇄되면 모든 동호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죠” 서현갑 선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모두가 누리고 있는 소중한 낙을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사운동답게 이용자 스스로 신사적으로 행동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질서를 지키고, 쓰레기는 되가져가고, 말은 공손히, 욕심을 부리지 말며, 서로서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세천공단구장에서 5분 거리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 둘 필드로 나오고 있다. 성서산업단지에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이곳으로 오고 있다. 다들 자투리 시간을 이용,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이렇듯 파크골프장은 노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너도 나도 이용할 편익시설이고, 앞으로 우리 자녀들까지 공유할 웰빙 공간이다. 파크골프장을 가진 동네는 다른 동네에는 없는 또 하나의 장점을 가진 셈이다.

3세대 스포츠 파크골프. 아들 손자 며느리가 어우러져 파크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세천리에 사는 어느 동호인은 요즘 적잖이 들뜬 기분이다. 벌써부터 파크골프장 프리미엄을 자랑한다. “가까이에 파크골프장이 있어 너무 좋아요. 우리 동네 명물이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