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전서(是議全書)’ 맛 기행
‘시의전서(是議全書)’ 맛 기행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7.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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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전통요리 '시의전서'
'뭉치구이'는 '고기를 뭉쳤다'는 뜻
상주 곶감공원
지인들과 맛기행
시의전서 요리 따라잡기 '뭉치구이'.  노정희 기자
시의전서 요리 따라잡기 '뭉치구이'. 노정희 기자

음식 만들기에 취미를 가진 지인 셋이 맛 기행을 나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도 두더지처럼 불쑥불쑥 고개를 치켜드는지라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인적이 한적한 곳을 물색했다. 내 경우에는 1993년도에 한식자격증을 취득한 후부터 요리에 손을 놓지 않았으니, 그보다 앞서 요리강좌에 쫓아다닌 것을 감안하면 30년은 족히 음식 만들기에 애정을 품고 있는 셈이다. 동행한 지인들 역시 요리에 일가견이 높다. 현재 본인의 이름을 걸고 외식산업에 종사하고 있는가 하면, 울산에서 올라온 지인은 영양사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요리 경연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전국을 다니면서 요리를 섭렵하고 있다. 요리 이론도 갖췄지만, 실전에서 더 막강한 실력을 갖춘 지인들이다.

전노조, 맛기행 멤버.
전노조, 맛기행 멤버.

속칭 ‘전노조(각자 성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전체가 노동조합)’는 조선 후기의 상차림 사료가 되는 ‘시의전서’ 맛 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전노조의 ‘조’ 지인은 이번에 대구한의대 한방산업 대학원을 마친다. 졸업여행이라는 명명하에 기꺼이 기쁨조가 되어 따라나선 것이다.

시의전서는 우리나라 3대 고 조리서 중의 하나로 조선판 음식 백과사전이라 불린다. 1919년에 상주군수로 부임한 심환진(沈晥鎭)이 반가에 소장되어 있던 조리책을 빌려 필사하여 그의 며느리 홍정(洪貞)에게 전해주었다. 시의전서는 1800년대 말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저자 미상의 조리서이다. 필사본 상·하 2편 1책으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표기하였다. 상주시에서는 시의전서 가치를 살리고, 고 조리서의 음식 복원과 메뉴 현대화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상주곶감공원 '감낙원' 앞에서. 노정희 기자
상주곶감공원 '감낙원' 앞에서. 노정희 기자

전노조가 발길을 재촉한 곳은 경북 상주시에 있는 ‘상주곶감공원’이다. 상주시 외남면에 있는 곶감공원 입구에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에서 DNA 분석결과 나무 나이를 750년이라 추정하고, 보호수로 지정하였다. 조선왕조실록(1468.11.13)에 '… 今也乾柿之貢, 分於尙州, 而尙州買…'(지금 곶감(乾枾)의 진상을 상주에 나누어 정하였다)라 적고 있어 상주가 곶감의 생산지이고, '土産: 玉石(出甲長山), 玉燈石(出大鳥峴), 鐵(出宋羅灘), 胡桃, 枾, 栗, 銀口魚, 松簟, 莞草, 人蔘, 安息香, 白華蛇(舊增)石簟 (新增)枾(靑里, 外南, 內西, 尙州, 外西)'라 적고 있어 곶감이 상주의 주요 특산품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 노정희 기자
'하늘 아래 첫 감나무'. 노정희 기자

 

곶감공원 잔디광장 앞 조미양 씨. 노정희 기자
곶감공원 잔디광장 앞 조미양 씨. 노정희 기자
공원 잔디광장에서 전은숙 씨. 노정희 기자
공원 잔디광장에서 전은숙 씨. 노정희 기자
곶감공원을 관리하는 '소은리' 전 이장님과 함께. 노정희 기자
곶감공원을 관리하는 '소은리' 전 이장님과 함께. 노정희 기자
체험장. 노정희 기자
체험장. 노정희 기자
상주곶감. 노정희 기자
상주곶감. 노정희 기자
곶감. 노정희 기자
곶감. 노정희 기자

곶감공원의 전시체험관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곶감을 주제로 꾸며져 있고, 세미나실은 최신 장비를 갖추어 교육, 회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편백나무로 지은 곶감공원 펜션과 할미산 등산로는 힐링의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해마다 12월이면 다양한 볼거리로 꾸며진 곶감축제도 열린다.

시의전서 음식점 백강정. 노정희 기자
시의전서 음식점 백강정. 노정희 기자
백강정 내부. 노정희 기자
백강정 내부. 노정희 기자
백강정 '뭉치구이' 한 상. 노정희 기자
백강정 '뭉치구이' 한 상. 노정희 기자

금강산도 식후경, 시의전서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갱다불길에 있는 낙동강 회상나루 관광지는 낙동강 1300리 중에서 백사장이 아름다워 ‘백강’이라고 불렸다. 조선 시대 회상 나루터였던 곳을 유원지로 만들었고, 백강의 정원으로 불리는 ‘백강정’은 조선판 시의전서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하는 음식점이다. 고 조리서의 음식을 재현하여 전통음식을 살리자는 면에서는 좋은 취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HMR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전통만 중시하다 보면 대중성이 떨어지지 않을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시의전서 음식을 상업화할 수 있는 방향의 요리대회가 열리고 있어, 시의전서를 홍보하고, 시의전서 재현 음식을 알리는 데 큰 계기가 되고 있다.  

회상나루터. 노정희 기자
회상나루터. 노정희 기자

낙동강 회상나루 관광지는 상주 시내에서도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일반인들이 먼 길을 물어물어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은 자연경관이 빼어나거나, 음식이 맛있거나, 음식에 대해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외식산업은 오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눈으로 보는 풍경과 인테리어, 주변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나 음악, 미각과 후각은 기본이며 사람과의 촉감이 그것이다. 고객의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진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하며 ‘나’를 위한 음식을 먹고,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

가족을 위한 상차림. 노정희 기자
가족을 위한 상차림. 노정희 기자

 

시의전서 맛 기행을 다녀온 후, 가족을 위해 상을 차렸다. ‘고기를 뭉쳤다’는 ‘뭉치구이’를 주제로 냉장고에 있는 부식을 이용하였다. 순수한 한국식 재료만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