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윤홍균 '자존감 수업'
[장서 산책] 윤홍균 '자존감 수업'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3.09 20:2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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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안내해주는 책이다. 저자 윤홍균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동대학교 의과대학원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이다.

이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자존감이 왜 중요한가?’ 자존감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selfesteem)'다. 자존감의 3대 기본 축은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이다. 흔히 자존감을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맞는 표현이다. 자존감과 혼동하는 용어로는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이 있다. ‘자신감’은 나의 능력과 과업의 난이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개념이다. ‘자만심’은 나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거나, 과업들의 난이도를 지나치게 낮게 잡을 때 생기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자존감과 연관된 감정을 뜻한다. 자존감은 우리가 하는 말, 행동, 판단, 선택, 감정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2장 ‘사랑 패턴을 보면 자존감이 보인다’에서는 사랑받을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사랑, 싸우면서 끊지 못하는 관계, 이별이 무서워 떠나지 못하는 사람, 미움받을까 두려워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을 통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사랑 패턴을 분석한다.

“당신이 만약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사랑을 힘겨워할 것이다. 원치 않는 의심이 생길 것이고, 행복한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길 것이고, 상대의 무심함에 자주 화가 나고, 내가 더 사랑한다는 생각에 외로울 수도 있다. 또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어 심하게 자책을 하거나 자괴감에 빠져 지낼 수도 있다. 문제가 있는 관계지만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예 헤어지는 것보다는 싸우는 게 낫고, 의심스럽지만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거나 당장 이별을 결심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힘든 이유는 자존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체력이 바닥나거나 지쳤을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 괴로운 것일 수도 있다. 힘든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고 섣불리 결론 내지 말기를 바란다. 또 사랑은 원래 나랑 안 맞는다거나 사랑은 괴로운 거라고 쉽게 단정하거나 일반화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아, 나에게 자존감 문제가 있었구나, 그래서 그동안 사랑이 힘들었구나’ 정도만 깨달으면 된다.”(72쪽)

3장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에서는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 계약직/비정규직 등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결정장애에 빠진 사람, 나는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눈치 보는 사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고찰한다.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거리감이다.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거나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는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다. 나랑 맞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안 맞는 사람에게는 집중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작용과 반작용을 강조하고 싶다. 내가 밀어냄과 동시에 나도 밀려 나가는 것이 이 원칙이다. 내가 누구를 공격하면 그만큼 내 마음도 공격을 당한다. 남을 아프게 할수록 나에게도 데미지가 쌓인다. 마지막으로, 좋은 인간관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완벽한 인간관계는 없다. 부모 자식 관계도 멀어질 수밖에 없고 형제들도 1년에 두어 번 보게 되는 것이 현대인의 관계다. 하물며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자신을 들볶는다. 직장인 대다수는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고 격무에 시달리는데 인간관계에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자기 인간관계를 평가하거나 다그치지 말고 그 시간에 좀 쉬었으면 좋겠다. 퇴근하는 순간 잔업을 잊어야 하듯 사람 생각도 내려놓기를 바란다.”(143쪽)

4장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들’에서는 ‘다루기 힘든 감정’인 창피함, 공허함, 양가감정, ‘뜨거운 감정’인 자기혐오, 죄책감, 자기연민, 자기애, ‘차가운 감정’인 실망, 무시, 냉소, 무관심을 다루고 있다.

“감정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가 사용할 에너지일 뿐이다. 인생이라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어떤 감정을 만나는가에 따라 자전거의 속도가 결정된다. 화가 나거나 불안한 날은 빨리 가고 여기에 냉소를 끼얹으면 천천히 간다. 그런데 자전거는 속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핸들을 어느 쪽으로 꺾을지가 더 중요하다. 이 판단은 이성이 한다. 속도 조절을 위해 브레이크를 꼭 잡아야겠지만 속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어차피 오르막을 만나면 속도는 줄어들고, 내리막을 만나면 속도를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감정은 중요하지만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고 적절히 대응할 줄 알면 된다.”(186쪽)

5장 ‘자존감 회복을 위해 버려야 할 마음 습관’으로 미리 좌절하는 습관, 무기력, 열등감, 미루기와 회피하기, 예민함을 들고 있다.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 번째는 ‘받아들이기’이다. 두 가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는 나에겐 오래된 나쁜 습관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그 습관이 나를 괴롭힌다는 점이다. 잘 받아들이려면 직접 적고 읽는 게 좋다. 가령 ‘나에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다. 이 습관은 내 몸에 해롭다.’ 이렇게 적고 읽기를 반복하면 된다. 즉, 나에게 습관이 있고 그 습관이 내게 나쁘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적어도 1주일간 뇌에 알려줘야 한다. 두 번째는 ‘원하기’이다. 모든 일에는 양가성이 있다. 나쁜 습관에 대한 마음도 그렇다. 그 습관을 끊고 싶으면서도, 이마저도 없으면 삶이 흐트러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다. 나쁜 습관을 완전히 끊어내려면, 끊기를 간절히 바라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존감을 낮추는 습관이 있게 마련인데, 거기서 꼭 벗어나고 싶다고 스스로 원해야 한다. 세 번째는 ‘척하기’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변화가 시작되어 별 어려움 없이 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흔치 않다. 새로운 습관이 생길 때까지는, 기존 습관을 끊은 척해야 한다. 척하는 것이 내 것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마지막으로 ‘지속하기’가 필요하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이것이다. 습관은 언제든 재발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 번에 모든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재발했을 때 ‘역시 난 안 돼. 이것 봐, 또 실패했잖아’라며 절망해버리는 게 문제다. 변화는 단 한 번의 결심이나 시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되는 듯하다가 안 되고, 안 될 듯하다가 되기를 반복한다. 나도 모르게 다시 열등감에 빠지거나, 나쁜 습관에 발 들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 무너지면 쌓고 또 쌓기를 반복해야 마음이 완성될 수 있다.”(232~233쪽)

6장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할 것들’로써 상처, 저항, 비난, 악순환을 극복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상처는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보고 나온 것과 비슷하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밖으로 나오면 공포는 현실과 무관하다. 그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줘야 한다. 그 상처는 지나간 일이라는 것을 뇌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정보를 주는 쪽이 효과적이다. 뇌 속 깊은 곳, 감정과 기억의 중추가 느낄 수 있도록 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다 지나간 일이야. 지금은 괜찮아. 나는 지금 안전해’라고 소리 내 알려주자.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처 때문에 괴로운 상황마저 유지하려고 한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하루 100번씩 꾸준히 들려줘야 한다. 입으로 소리를 내어 귀가 듣도록, 계속. 그래야 귀 세포가, 심장 세포가, 안면 근육이 그 사실을 깨닫는다.”(243~244쪽)

“자존감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저항을 만난다. 그럴 때면 ‘그냥 예전처럼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겸손함이 없어질까 봐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하거나 자존감이 회복된다고 해서 갑자기 오만해지거나 왕따가 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자존감을 획득하면서 매너와 배려가 생길 것이고, 그것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또 행복해지는 일이다. 우리는 행복해질 것을 믿어야 한다. 무시를 받는 것보다는 부러움을 받는 것이 확실히 행복하다. 동정을 받는 것보다는 질투를 받는 것이 더 행복하다. 누구의 보살핌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회복된 자존감은 누구에게도 손해나 상처가 되지 않는다.”(251~252쪽)

“공감은 비난에 대처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스킬이다. 나를 비난하는 상사에게는 이런 식으로 말해보자. ‘죄송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시간을 지체해서 곤란해지셨지요.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공감을 건네면 상대는 공격성을 잃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최소한의 비난만 경험한다.”(262쪽)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근본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남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264~268쪽)

7장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다섯 가지 실천’ 1.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하기’, 2. 자신을 사랑하기, 3.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4.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5. 패배주의를 뚫고 전진하기.

“자기 스스로를 사랑해도 괜찮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 앞에선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없다. 사랑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없다. 성격이 소심하거나 자존감이 낮다는 이유로 사랑을 거부해선 안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면 된다. 우리는 완전한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을 우리가 하면 된다. 더 이상 사랑을 할지 말지 망설이거나 양가감정에 빠지지 말길 바란다.”(277쪽)

“자존감 낮은 채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다그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 그래서 불쑥불쑥, ‘내가 왜 이런 고된 과정을 배워야 해? 그냥 가던 길을 가고 싶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 끊임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익히기 바란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278쪽)

“자존감은 감정적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성적으로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는 능력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결정법은 1) 스스로 결정하기, 2) 결정을 따르기, 3) 결과가 나쁘면 미래형 후회하기, 4) 결과가 좋으면 타인에게 감사하기이다. 옳은 결정이나 틀린 결정은 없다. 어떤 쪽이 더 좋은 결정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결정 또한 없다.”(287~289쪽)

“과거에 집착하면 후회스럽고, 미래에 몰입하면 혼란스럽다. 과거는 되돌릴 수가 없으니 답답하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모른다. 건강한 사람의 머릿속엔 과거, 현재, 미래의 비중이 비슷하거나 현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과거나 미래 문제에 편중되어 있다. 문제 해결은 현재에 더 집중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here and now’ 원칙이다. 지나간 문제나 앞으로 닥칠 문제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면 문제 해결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득을 얻는다. 그것은 바로 ‘매력’이다. 현재에 몰두한 사람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자존감을 높이면서 현재에 몰두할 수 있고, 매력도 함께 얻게 되는 것이다. 일석삼조다.”(294~296쪽)

“자존감을 회복하면 뇌가 건강해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사소한 걱정은 무시하게 된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감염되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잃지 않는다. 그런데 그 역도 성립한다. 뇌가 건강해지면 자존감이 회복된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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