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켈리 맥고니걸 '움직임의 힘'
[장서 산책] 켈리 맥고니걸 '움직임의 힘'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4.20 16:56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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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어떻게 행복과 희망, 친밀감과 용기를 찾도록 돕는가

신체 활동이 인간의 행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 건강에세이다. 지은이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은 보스턴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건강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강사이다. 옮긴이 박미경은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거쳐 건국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CHAPTER 1.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 

신나게 달릴 때 맛보는 짜릿한 기분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장거리 마라토너인 아밋 세스(Amith Sheth)는 러너스 하이에 대해서 "일찍이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저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달릴 때의 쾌감도 그중 하나다"라는 글을 남겼다.

규칙적인 운동은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라는 뇌 화학물질을 분출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대마초(마리화나)에 의해 모방되는 화학물질로, 통증을 갈아앉히고, 기분을 고양시켜 준다.  러너스 하이도 이에 포함되는데,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할수록 더 즐겁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나눔과 협력, 놀이와 유대감 같은 사회적 즐거움도 이에 포함된다. 규칙적 운동은 가족이나 친구, 낯선 사람에 상관없이 친밀감과 동료애, 소속감을 더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서 타인과 연결된 느낌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

CHAPTER 2. 푹 빠지기

알코올 중독자가 포도주나 술을 앞에 두고 쉽사리 흔들리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집착한다. 이러한 '주의의 포획(attentional capture)' 때문에 뇌는 좋아하는 활동에 뛰어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자칭 운동 중독자는 운동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보면, 흡연자가 담배를 볼 때 일어나는 것과 같은 식으로 뇌의 갈망 회로가 폭발한다. 간혹 심리적 의존 증상까지 보이는 사람은 "운동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또는 "운동을 하도 많이 해서 가족 또는 파트너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와 같은 진술에 선뜻 동의한다.

마흔여섯 살 먹은 한 장거리 러너는 발목이 부러진 상태에서 2년 넘게 달리기를 계속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쉴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녀는 "누가 내 발목에 족쇄를 채우지 않는 한 달리기를 멈출 수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운동 마니아는 짜릿한 기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마약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약물 중독자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운동에 푹 빠진다고 해서 우리가 익히 아는 부정적 개념의 중독과 같다고 볼 순 없다. 운동이 약이라면, 가장 흡사한 것으로 항우울제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운동에 푹 빠지는 이유는 내재된 중독성 때문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뇌의 역량 때문이다.

CHAPTER 3. 집단적 즐거움

1912년,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사람들이 함께 의식을 치르거나 기도를 드리거나 일을 할 때 느끼는 행복한 자기초월감(self-transcendence)을 일컬어 '집단적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이라 표현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또 자기들보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됐다고 느낀다. 이렇게 연결된 느낌을 경험할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동기화된 움직임(synchronized movement)이다.

집단적 열광은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왜 가족 같은 유대감을 느끼는지 설명해준다. 또 신체활동을 포함한 사회 운동이 더 끈끈한 결속과 희망을 고취시키는 이유와 사람들과 함께 걷거나 달릴 때 더 힘이 난다고 느끼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러너스 하이와 마찬가지로, 집단적 열광을 향한 우리의 역량은 살아남기 위해 협력할 필요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도취된 상태에서 한마음으로 움직이게 하는 신경화학은 낯선사람들과도 유대를 맺고 신뢰를 쌓게 한다. 집단 활동은 인간을 한데 모으는 방법 중 하나로, 이를 통해 우리는 어디에 속해 있는지, 또 무엇의 일부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단체 운동은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단순 반복이 집단적 즐거움에 크게 기여한다. 동작의 균일성과 단순성 덕분에 춤추는 사람들은 몰아(沒我)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현대의 에어로빅도 그와 같은 전략을 채택해 비슷한 황홀감을 유도한다. 단체 운동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아마 동작이 너무 복잡해서 동기성이 무너지고 개인이 집단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CHAPTER 4. 마음껏 움직여라

우리는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려는 강력한 본능이 있다. 음악학자들은 이러한 충동을 '그루브(groove)'라고 부른다. 우리의 몸은 박자에 동기화되는 경향이 워낙 강해 억지로 누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태어난 지 48시간 밖에 안 된 신생아도 규칙적인 리듬을 감지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소야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의 4분의 4박자에 맞춰 아기가 발을 흔들며 벙긋거린다. 이러한 행동이 옹알이를 하거나 아장아장 걷거나 심지어 네 발로 기기도 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 즐기는 능력은 선천적 역량인 것 같다.

뇌는 음악을 움직임의 신호로 받아들이도록 내재화 되어 있다. 음악은 이른바 뇌의 운동회로를 활성화 한다. 움직임을 계획하는 보조운동영역, 움직임을 조정하는 기저핵과 경막, 움직임의 시간을 조절하는 소뇌가 여기에 포함된다. 리듬이 강할수록 그리고 귓전을 울리는 음악을 당신이 좋아할수록 이러한 영역은 더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꼼짝 못 하고 누워 있는 순간에도 그렇다. 마치 몸의 나머지 부위를 활용하지 않고는 뇌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우리는 음악을 온 근육으로 듣는다"고 했다.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이러한 충동에 굴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노래하고 춤추고 손뼉을 치면서 발을 구른다. 음표와 화음과 가사에 흠뻑 취한다. 그리고 마음껏 움직이라고 뇌가 당신에게 내리는 명령에 선뜻 굴복한다.

뇌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엔드로핀을 잔뜩 뿜어내는 식으로 음악에 반응한다. 죄다 노력은 부추기고 고통은 줄여주는 호르몬이다. 역사와 문화를 통틀어 음악은 노동을 덜 힘들고 더 보람 있게 해주었다. 음악 덕분에 분출된 엔도르핀은 일을 더 쉽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단결시켜 주기도 한다.  

CHAPTER 5. 장애물 극복하기

사람들은 용기를 묘사할 때 흔히 우리가 취하는 동작에 빗대어 말한다. 우리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장벽을 깨부수고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우리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도움의 손길을 붙잡고서 불끈 일어난다. 용맹함과 회복력을 얘기할 때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표현이다.

역경에 처하거나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 이런 표현은 우리에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때로는 진짜로 산을 오르거나 혼자서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여럿이서 무거운 짐을 날라야 우리에게 이러한 자질이 있음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정신은 본래 육체적 행동을 통해서 의미를 찾는다. 움직임의 비유적 의미를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 있는 힘과 우리에게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을 제대로 감지할 수 있다.

아랄리야 밍 세네라트(Araliya Ming Senerat)는 이십대 초반에 우울증을 앓았다. 도시에서 홀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친구들과 가족을 통 만나지 못했고, 하는 일도 썩 탐탁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결심을 실행하기로 한 날, 마지막으로 땀이나 쭉 빼고 죽자 싶어서 헬스클럽에 갔다. 그날따라 데드리프트로 185파운드(약 84킬로그램)을 들어 올렸다. 최고 기록이었다. 바벨을 내려놓는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오히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가 얼마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5년이 지난 지금, 세네라트는 데드리프트로 300파운드(약 136킬로그램)을 들어 올린다.

CHAPTER 6. 삶을 포용하라

심리학자들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체 활동을 '녹색 운동(green exercise)'이라고 부른다. 자연 속에서 아무 활동이든 하면 5분도 안돼 기분이 좋아지고 앞날에 대한 전망이 밝아진다고 한다. 기분이 단순히 좋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달라지기도 한다. 일상생활의 온갖 문제에서 멀어지고 삶 자체와 더 연결되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산책만 해도 사람의 체내 시계가 늦춰져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다양한 식물종과 함께 있기만 해도 균형감이 생겨 삶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심지어 자연 속에서 보냈던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사람들은 주변 세상과 연결됐다고 느끼고, 일상의 걱정을 내려놓고 자기보다 더 위대한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있다. 우리가 자연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 즉 경외감과 감탄, 호기심과 희망은 근심과 걱정, 우울감에 대한 천연 해독제이다.

어떤 사람은 자연 속에서 '온전한 소속감'과 '누군가를 진심으로 껴안았을 때와 같은 푸근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처럼 야외 활동의 심리적 효과는 참으로 심오하다. 한국 서울에 있는 홍릉 수목원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받는 중년 성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인지 행동치료를 받기 전에 수목원을 걷게 했는데, 한 달 후, 숲을 걸었던 사람들 중 61퍼센트가 차도를 보였다. 병원에서 심리치료만 하는 경우보다 세 배나 높은 수치였다.

오스트리아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기본적인 의학적 치료에 등산을 추가하자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자살 충동과 무기력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건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대자연과 호흡하며 살았던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진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속에 있을 때 인지 능력을 더 활발하게 발휘할 수 있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되었다는 초월성을 느낄 뿐만 아니라 명상을 하는 듯한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자연 속에 있으면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O. Wilson)이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칭한 내적 즐거움의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아울러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게 된다.  

CHAPTER 7.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뜻의 '울트라 인듀어런스(Ultra-endurance)' 대회는 흔히 여섯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기다. 실제로는 대체로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리스에서 열리는 스파르타슬론(Spartathalon)은 36시간 안에 마라톤 코스를 여섯 번 완주하는 것과 맞먹는 거리를 달려야 한다. 테라 오스트랄리스 바이크 에픽(Terra Australis Bike Epic)은 자전거로 며칠 동안 4,000마일(약 6,437킬로미터) 넘게 달리며 호주 남동부 해안 전체를 가로지른다. 최장 30일 정도 이상 이어지는 울트라마라톤 행사인 아이디타로드 트레일 인비테이셔널(Iditarod Trail Invitational)의 경우, 참가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스키를 타고서 눈보라와 돌풍을 뚫고 앵커리지에서 놈(Nome)까지 가야 한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북미에서만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1980년엔 650명이었지만 2017년엔 7만9,000명을 넘어섰다.

오늘날, 울트라 인듀어런스 세계는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나아가야 하는지 탐구하는 창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생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한계까지 몸을 밀어붙인다. 로빈 하비(Robin Harvie)는 '장거리 마라톤의 매력(The Lure of Long Distances)'에서, 운동 선수를 뜻하는 'athlete'라는 단어가 그리스어 '투쟁하는 자, 고통받는 자'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언급했다.

울트라 인듀어런스 선수는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대다수 사람과 달리 영적인 영역까지 동원할 정도로 고통을 감내한다. 그들은 단순히 눈부신 업적을 이루려는 게 아니다. '고통을 잘 견디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탐구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경험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 인간이 어떻게 희망과 추진력을 유지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발짝씩 나아가면서, 고통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공간을 조성하면서, 그리고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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