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GRIT)'
[장서 산책]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GRIT)'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4.06 19:0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성공의 결정적 요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 자기계발서이다. 지은이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신경생물학 연구로 수석 졸업한 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신경과학 석사학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다. 옮긴이 김미정은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바른번역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그릿(grit)의 사전적 의미는 1. 티끌, 모래알, 아주 작은 돌 2. (어떤 고난도 견디는) 근성, 용기, 집념, 투지이다. 그릿(grit)은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성공의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그릿’이라고 부르는 열정과 끈기의 조합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자, 어려움과 역경, 슬럼프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오랫동안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릿을 기를 수 있는가? 저자는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의 네 가지 심리적 자산으로 그릿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1.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

‘열정을 좇아라’라는 말은 졸업식 축사의 단골 주제다. 당신도 열정을 좇고 싶지만 아직 마음에 품은 열정이 없다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열정의 대상, 관심사를 찾아야 한다. 먼저 자신에게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해보라. 나는 무슨 생각에 자주 빠지는가? 내 마음은 어디로 향하는가? 나는 무엇에 가장 관심이 가는가? 무엇이 내게 가장 중요한가?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 때 즐거운가?

관심사를 발견한 다음에는 발전시켜야 한다. 흥미를 다시, 또 다시 자극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흥미를 자극할 방법을 찾아라.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라. 관심이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대답들이 다시 질문으로 이어지게 해서 관심사를 계속 파헤쳐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찾아라. 격려해주는 멘토에게 다가가라. 시간이 가면서 당신은 더욱 능동적이고 정보가 많은 학습자가 될 것이다. 수년에 걸쳐 당신의 지식과 전문성은 확대될 것이며 이와 함께 자신감과 더 알고 싶은 호기심도 커질 것이다.

당신이 부모라면 아이들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유난히 관심사가 많았던 제프 베저스(Jeff Bezos)의 아동기는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그의 어머니, 재키(Jackie)와 상당히 깊은 관계가 있다. 재키는 17번째 생일을 맞이한 지 2주 뒤에 베저스를 낳았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전에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베저스와 그 밑의 남매에게 깊은 흥미를 느꼈다고 회상한다. “나는 이 작은 생명체들이 어떤 존재인지, 장차 무엇을 할지 너무나도 궁금했어요. 제각각이었던 세 아이의 관심사를 신경 썼고 아이들이 하는 대로 지켜보았어요. 아이들이 즐거운 일에 몰두하게 두는 일이 내 책임이라고 느꼈어요.”

베저스는 세 살 때 큰 침대에서 자게 해달라고 여러 번 졸랐다. 재키는 더 크면 큰 침대에서 자게 되겠지만 아직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 날 베저스의 방에 들어간 재키는 드라이버를 들고 아기 침대를 분해하는 그를 발견했다. 재키는 그를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바닥에 앉아 그를 도와줬다. 그날 밤부터 베저스는 ‘큰 침대’에서 잤다.

베저스는 중학생이 된 뒤로 각종 기계장치를 발명했고 동생들이 문턱을 넘을 때마다 요란하게 울리는 경보기를 방문 위에 달기도 했다. “우리는 라디오섁(RadioShack, 미국 전자 기기 소매 체인점)에 굉장히 자주 갔어요” 재키가 웃으면서 말했다. “계속 다른 부속품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루에 네 번이나 간 적도 있었어요.”

“제프가 부엌 찬장의 손잡이를 전부 끈으로 연결해둔 바람에 문을 하나 열었는데 다른 문까지 죄다 활짝 열린 적도 있었어요. 집에서 내 별명이 ‘무질서 대장’인데, 무슨 일을 원하든 어떤 식으로도 허용해주기 때문이죠” 재키가 말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간 베저스는 집에 있는 차고를 발명과 실험을 하기 위한 실험실로 개조했다. 베저스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투자기금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몇 년 후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딴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을 구축했다.

2.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라

그릿에는 관심사에 쏟는 시간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과제에 더 많은 시간은 물론 양질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오랜 기간의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인지심리학자인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은 전문가가 되려면 ‘10년간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에릭슨의 연구로 밝혀진 결정적 사실은 전문가들이 더 ‘오래’ 연습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습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 대부분과 달리 전문가들은 에릭슨이 말하는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수천, 수만 시간 동안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글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의 자서전에 의하면 프랭클린은 제일 좋아했던 잡지인 <스펙테이터(Spectator)>에서 최고로 잘 쓴 글들을 모아 두었다고 한다. 그는 그 글들을 메모해가며 읽고 또 읽은 다음에 원문을 서랍에 넣고는 다시 써보았다. “그리고 내가 쓴 글과 원문을 비교해서 잘못 쓴 부분을 찾아내고 정정했다” 에릭슨이 조사한 현대의 전문가들처럼 프랭클린도 구체적 약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끈질기게 반복 연습했다.

예를 들어 프랭클린은 논리적 주장을 펼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글을 읽으면서 메모한 쪽지를 뒤섞고 뜻이 통하도록 순서대로 배열하는 연습을 했다. “이는 사고의 전개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또한 언어 구사력을 높이기 위해 산문을 운문으로, 운문을 산문으로 옮기는 연습도 반복했다.

프랭클린의 재치 있는 명언들을 생각하면 그가 처음부터 ‘타고난’ 작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프랭클린의 말로 이 문제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결실은 없다.”

3.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열정의 원천이 되는 한 가지는 관심사에 대한 흥미다. 그리고 또 다른 원천은 목적, 즉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다. 투지가 강한 사람들의 성숙한 열정은 이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당신의 나이가 얼마가 됐든 목적의식을 기르기에 너무 빠르거나 늦은 나이란 없다. 목적의식을 기르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지금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라. 둘째, 현재의 일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주어 자신의 핵심 가치와의 연관성을 증대시킬 방법을 생각해보라. 마지막으로, 목적이 확실한 롤 모델을 찾으라.

어떤 사람에게는 목적이 우선이다. 알렉스 스콧(Alex Scott)은 늘 아팠던 기억 뿐이었다. 그녀는 한 살이 되던 해에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네 살 생일을 맞은 직후에 알렉스는 엄마에게 “병원에서 나가면 레모네이드 판매대를 갖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판매대를 갖게 됐다. 그녀는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첫 레모네이드 판매대를 운영해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들이 “나를 도와줬듯이 다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2,000달러를 모았다.

4년 뒤에 알렉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의 이야기에 감동받은 수많은 사람이 레모네이드 판매에 동참해 그녀의 이름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알렉스의 가족은 그녀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알렉스 레모네이드 판매대 재단(Alex's Lemonade Stand Foundation)을 설립했고 지금까지 1억 달러가 넘는 암 연구 기금을 모금했다.

스콧은 특별한 경우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끌리고 나중에야 개인적인 관심사가 어떻게 타인에게 유익할 수 있는지 인식한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자기중심적인 관심에서 출발해 절제하며 연습하는 법을 배우고 마지막으로 타인중심(other-centered)의 목적으로 통합되는 순서가 일반적이다.

4.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어라

그릿을 좌우하는 희망은 우리의 노력이 미래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내일은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투지가 강한 사람이 품는 희망은 행운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다시 일어서려는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니체는 말했다. “죽을 만큼의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을 만큼의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 능력에 대한 고정형 사고방식은 역경의 순간 비관적 해석을 낳고, 이는 아예 도전 상황을 회피하거나 포기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와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역경에 대한 낙관적 해석을 낳고, 이는 다시 끈기 있게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톰 다이어라인(Tom Deierlein)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고 공수특전단 대원이었으며 최고경영자를 두 차례 역임했습니다. 또 비영리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내가 뭐 특별하거나 대단한 점은 없지만 투지만은 뛰어납니다.”

2006년 여름, 바그다드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에 다이어라인은 저격수의 총에 맞았다. 총알에 그의 골반과 엉치뼈가 산산조각이 났다. 뼈가 제대로 붙을지, 붙는다 해도 신체 기능이 얼마나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들은 그에게 다시는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저를 잘 모르시네요”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런 다음 총상을 입기 전에 연습 중이었던 육군 16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7개월 뒤 침상에서 일어나 물리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자 다이어라인은 처방된 운동 외에 더 강도 높은 운동까지 해가며 필사적으로 재활에 힘썼다. 고통으로 끙끙대기도 했고 스스로 응원하는 기합을 넣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른 환자들이 좀 놀랐지만 곧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재미로 저를 따라 가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힘든 재활운동을 한 뒤에는 ‘찌릿’ 다리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왔다. “1, 2초면 지나갔지만 아파서 펄쩍 뛸 정도의 통증이 온종일 수시로 찾아왔어요”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목표를 정해 운동했다. 몇 달이 지나자 고통을 참아가며 흘린 땀이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보행 보조기구에 몸을 의지해 걸음을 뗄 수 있었고, 얼마 후에는 지팡이를 짚고, 나중에는 지팡이 없이 걷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걷는 속도를 올렸다. 손잡이를 잡고 러닝머신에서 몇 초씩 뛸 수 있게 된 뒤로는 그 시간을 1분으로, 다시 그 이상으로 점차 늘려갔다. 그런데 4개월 후부터는 더 나아지지 않았다.

“물리치료사가 ‘이제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그래도 계속 올 거예요’라고 응수했죠. 그랬더니 그녀가 ‘필요한 물리치료는 끝났어요. 이제 됐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아뇨, 난 계속 올 거예요.’라고 우겼습니다” 더 이상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데도 다이어라인은 꼬박 8개월을 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규정상 물리치료사가 더는 그를 치료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기구를 사용해서 스스로 재활운동을 했다.

몇 개월 더 계속한 재활운동이 유익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역시 한도 밖으로 했던 재활운동이 도움이 됐는지는 단언하지 못한다. 단지 이듬해 여름, 육군 16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총격을 당하기 전 그는 7분에 1.6킬로미터씩, 총 70분 내에 16킬로미터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총격을 당한 후에는 목표를 수정해 12분에 1.6킬로미터씩, 총 두 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의 기록은 얼마였을까? 1시간 56분이었다.

다이어라인은 그 후 두 차례의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실패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고, 실패하려고 시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실패와는 거리가 멀죠.”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를 좌우하는 요인이 그릿, 즉 장기적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릿을 기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우리 스스로 '안에서 밖으로' 그릿을 키워나갈 수 있다. 우리는 관심사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을 능가하는 도전 과제를 매일 연습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우리의 일을 자신보다 큰 목적과 연관지을 수 있다. 그리고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 같은 때에도 희망을 배울 수 있다.

다음으로 '밖에서 안으로' 그릿을 길러갈 수도 있다. 우리의 그릿은 부모, 코치, 교사, 상사, 멘토, 친구 등 다른 사람에게 크게 의존하여 개발할 수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