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인류의 진화 척추 수술
[건강칼럼] 인류의 진화 척추 수술
  • 시니어每日
  • 승인 2019.10.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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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석 센터장
방우석 센터장

인류의 조상이 유인원으로부터 분화하여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한 시점을 고인류학자들은 약 6백만~7백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생인류의 척추가 S자형으로 구부러져 있고, 골반이 짧고 넓은 형태를 가지게 된 그 진화의 시작이 그 시점으로부터라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현생인류가 겪고 있는 척추질환은 직립보행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합니다. 걷게 되면서 거의 수직으로 부하되는 압력을 척추가 이겨내야 하게 된 것이죠. 즉, 현재 독자 여러분들 중 일부가 알 수 있을 법한 유명한 퇴행성 척추질환들, 척추 전방 전위증, 추간판 탈출증, 척추 측만증 등등을 우리 인류의 조상도 똑같이 겪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척추관 협착증도 이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호모사피엔스의 신체는 더딘 진화의 발걸음을 옮겼지만, 현생인류는 이 직립보행 진화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척추관 협착증을 20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척추 수술을 통해 조금씩 극복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척추 수술의 대명사로 알려진 나사못 고정술도 이때 개발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나사못 고정술 이후로도 인류는 연구와 개발을 거듭하여 미세침습 수술, 즉 훨씬 적게 절개하고 신경관을 충분히 넓혀주는 수술들을 근사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 수술 중 하나가 바로 최근 척추관 협착증에 대부분 적용하는 ULBD, 즉 편측 접근 양측 신경 감압술 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중앙의 신경이 내려가는 길인 척추관이 추간판 (디스크)'이나 인대의 두꺼워짐으로 인해 좁아지는 병입니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비하여 손마디가 굵어지고 피부가 늘어나듯이, 인대나 추간판도 두꺼워지고 늘어나서 신경이 다니는 길을 좁게 만드는 것이고, 이로 인해 요통이나 양하지 저린 증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좁아진 정도가 심하여 약물치료나 주사 치료와 같은 대증치료로도 해결이 되지 않고 수술적 치료를 통해서만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알게 된 것이 이 정도 중증의 척추관 협착증을 가진 환자 중 상당수가 나사못 고정술을 척추관 협착증의 유일한 수술로 생각하여 수술 자체를 아예 엄두도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사못 고정술과 같이 긴 절개와 금속 고정을 통한 넓은 공간 확보가 필요할 정도의 심한 척추관 협착증도 있지만, 상당수의 척추관 협착증은 앞서 언급한 ULBD (편측 접근 양측 신경 감압술)'을 통한 미세 절개 후 인대나 추간판의 일부 제거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합니다.

 이 수술 방법은 나사못 고정술에 비하여 수술 시간의 단축은 물론이거니와 수술 후 통증도 적고 회복을 위한 짧은 입원 기간을 요한다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어 최근에 많은 환자들이 이 수술을 통해 척추관 협착증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세침습 수술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 아니 그것을 넘어서 수술 기술의 외연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직립보행의 부산물인 척추관 협착증도 이러한 수술 방법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두세 발자국 더 극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술 외 치료법으로도 나아지지 않은 척추관 협착증으로 고생하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수술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잠시 누르시고 척추병원에 방문하여 이러한 수술법에 대한 설명을 전문의를 통해 들어보세요. 새로운 의료 기술은 늘 인간을 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방우석 척탑병원 신경외과 센터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