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야
[건강 칼럼]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야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5.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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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석 원장
방우석 원장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야."

이 인생의 유명한 진리를 독자 여러분들께서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우리는 숨이 다할 때까지 자신만의 인생의 원리와 규칙을 찾으려 한 뒤 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놓치지 않으려 움켜쥡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곧 이 원리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삶의 순간들을 수없이 마주치고 좌절하고 말죠.

그러므로 인생은 결코 예측할 수 없다는 이 깊숙한 진리는 이러한 순간들을 인생에서 모래알처럼 많이 겪어본 인생의 선배이신 독자 여러분들이 가장 잘 아실 것이 자명합니다.

‘새옹지마’ 고사에 나오는 노인은 아마 그 누구보다 이 진리를 잘 알고 있던 노인임이 틀림없겠지요. 이 진리는 직업, 지위에 관계없이 지상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빠짐없이 적용되며, 특히 저와 같은 척추전문의들에게 이 진리의 숙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늘 바로 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척추 전문의는 기본적으로 신경을 다루는 외과의로 그 신경은 바로 척추 신경입니다. 척추 신경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조직에게 거미줄처럼 뻗쳐지는 말초신경의 뿌리입니다. 그래서 척추 신경에 탈이 날 경우 이 신경이 지배하는 조직의 감각과 근력에 변화가 초래되고,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을 경우 저와 같은 척추 전문의가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수술을 포함한 척추 신경 치료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치료의 성공은 확률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같은 병과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같은 치료를 행하더라도 어떤 분은 통증의 기억마저 사라질 정도로 호전되는가 하면 어떤 분은 치료 전과 비교하여 전혀 차도가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몇몇 척추전문의들의 경우 이 호전율이 조금 더 높을 수는 있으나 그들도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를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치료가 성공하지 못하여 치료하기 전 그렇게 좋던 환자와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반전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것은 신경이라는 조직의 복잡성과 예민함, 그리고 다변성에 큰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해부학에 기초한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신경의 경향은 있으나, 특정 신경이 다쳤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과 회복의 정도, 회복의 기간 등은 이러한 신경의 특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환자마다 다 다릅니다. 이 특성들이 척추전문의와 환자와의 관계가 늘 좋을 수만은 없게 하는 큰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척추전문의는 경험이 쌓여서 치료의 공식을 알았다고 확신하였다가도 한 번씩 변덕적인 신경 앞에 무릎을 꿇게 되어 다시 한 번 이러한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일이 필연적으로 생깁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척추전문의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 선배들로부터 들은 첫 조언이 바로 이것입니다.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는 무조건 생겨. 이런 경우 이 환자에게 그 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만이 중요한 단 하나야.’

저는 이 조언을 늘 가슴 속에 품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진리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극복할 수는 있습니다.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말이죠. 척추전문의도 똑같습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척추전문의는 필연적인 치료의 실패가 왔을 때 환자와 함께 이를 극복하려 하는 의사일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That’s life’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게 인생이야. 4월에 잘 나가다 가도, 5월에 꺾여버려. 그래도 난 내가 이 흐름을 바꿀 거라는 걸 알아. 다시 정상을 찍는 6월에 말이지.’

그러므로 인생의 진리를 알고 계신 독자 여러분. 척추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으실 때 저와 같은 척추전문의에게 한 뼘만큼의 너그러움을 더 가지시고 믿고 바라봐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의사도 결국 이 진리 하에 있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술을 최선을 다해 수술에 임합니다.

방우석(신경외과 전문의ㆍ척탑병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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