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의 추석 놀이 한마당!
국립대구박물관의 추석 놀이 한마당!
  • 이원선 기자
  • 승인 2019.09.16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당일인 13일을 제외하고는 박물관 앞 중앙광장과 해솔관 야외마당, 중앙 홀 로비 등지를 활용, 각종 행사를 마련하여 시민들과 함께했다.
이웃집은 보름달처럼 넉넉하여 떡메를 치는 소리가 철퍼덕거리고 솥뚜껑에 문지름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지만 이 놈의 집구석은 배곯는 소리만 쪼르륵거린다.
“때려라~”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소리가 관중들의 흡입력을 유발케 한다.
신명나는 농악놀이 한마당. 이원선 기자
신명나는 농악놀이 한마당. 이원선 기자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2019년 추석연휴(912~15)동안 추석당일인 13일을 제외하고는 박물관 앞 중앙광장과 해솔관 야외마당, 중앙 홀 로비 등지를 활용, 각종 행사를 마련하여 시민들과 함께했다.

특히 해솔관 야외마당에서는 종이한복 만들기, 피리 만들기, 제기 만들기, 티셔츠 염색 체험 등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열려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이 함께 추석연휴를 즐겼으며 박물관 중앙광장에서는 제기차기, 활쏘기, 투호 등등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모처럼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박물관을 관람하는 등 역사공부와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농악놀이 중 자반뒤집기를 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농악놀이 중 자반뒤집기를 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천연염색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가 흰색 티셔츠의 어느 한 부분을 배배 꼬거나 고무줄 등으로 칭칭 동여맨 뒤 천연염색물에 일정시간 담갔다 펼치자 인위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무늬가 생긴다. 빨랫줄에 펼쳐 널면서 나도 했다는 뿌듯함과 처음 보는 기하학적인 무늬의 아름다움에 희색이 만면하다.

제기차기나 활쏘기에 참여한 어린이들도 웃음이 끊이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제멋대로 튕겨져 달아나는 제기지만 어느 정도 몸에 익자 제법 개수를 헤아리고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청동항아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투호놀이도 재미가 있다.

한편 중앙 홀 로비에서는 청도 온누리 국악단의 농악에 이은 타악기 연주, 판소리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 시민과 함께하는 아리랑 합창,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이어져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과 어울림 한마당을 만들었다.

25줄 가야금 연주. 이원선 기자
25줄 가야금 연주. 이원선 기자

농악패가 전립에 상모를 돌리며 날나리(태평소)를 선두로 꽹과리, 소고, 북 등등 두드리며 입장하자 중앙 홀 로비에서 이제나 저제나 시간을 죽여 기다리던 관중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거린다.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지 우렁찬 소리가 귀에 얼얼하다. 농악은 언제 들어도 신명이 넘친다. 힘에 부치고 고되며 지난한 농사일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음악으로써는 농악이 단연 최고다. 비단 농사일에만 최고일까? 중앙 홀 로비가 상쇠가 두들기는 꽹과리 장단에 맞추어 어우러지는 장구와 북소리 등의 하모니에 참석한 관중들은 넋을 놓는다.

12줄 가야금이 아닌 25줄 가야금과 캥캥이(해금), , 대금 등의 합주 또한 관중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아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곧장 판소리 중 흥부가의 한 대목으로 박을 타는 모습이 꺾어질 듯 투박하면서도 정겹게 이어진다. 흥부의 집은 익히 알다시피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다.

태평소 연주. 이원선 기자
태평소 연주. 이원선 기자

놀부인 형님께 쫓겨나 귀틀집이라고 산기슭에 틀어 누우니 거적을 벗어난 발이 시원하고 목을 뻗쳐 누우니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다. 차차 나아지리라 열심히 살았지만 뒤웅박팔자라 그런지 늘 그 모양, 이웃집은 보름달처럼 넉넉하여 떡메를 치는 소리가 철퍼덕거리고 솥뚜껑에 문지름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지만 이 놈의 집구석은 배곯는 소리만 쪼르륵거린다.

보다 못한 흥부가 하늘은 쳐다보는데 지난해의 이엉이 노란색에서 회색으로 변해가는 초가지붕에 커다란 박이 보이는지라 옳거니! 저놈을 따다가 속을 파서 주린 배나 채우자꾸나!’무릎을 딱 치고는 제일 큰 것으로 따다 마누라와 함께 톱질을 하는데 스르릉 스르르 스렁 스르렁...!’이윽고 커다란 박이 ~’하고 갈라지는데! 그 안을 볼라 치니 상자가 여러 개 있어 한 상자를 열자 금은보화가 차르르, 또 한 상자를 여니 허연 쌀이 스르르 이즈음에서 추임새가 있어야지요?”관중을 부추기자! “얼씨구~! 좋다.”로또를 맞은 흥부처럼 기분이 고무되어 하나가 된다.

신명에 겨운 북연주. 이원선 기자
신명에 겨운 북연주. 이원선 기자

이어서 관중과 함께하는 아리랑합창이다. 이날 합창을 한 아리랑은 우리나라 3(밀양, 정선, 진도)아리랑 중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 그리고 본조아리랑이다. 진도와 밀양아리랑은 거의가 다 알지만 본조아리랑은 그 제목만으로는 조금 생소하지만 대중적으로 흔히 부르는 아리랑(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이다.

이어지는 순서는 사물놀이다. 사물놀이는 4개의 악기로 연주를 한다고 해서 사물놀이지만 늘 따라다니는 것이 태평소 또는 피리다. 이날도 사물(, 장구, 꽹과리, )놀이와 별도로 태평소와 피리가 같이 어우러졌다.

25줄의 가야금을 연주하는 손놀림. 이원선 기자
25줄의 가야금을 연주하는 손놀림. 이원선 기자

옛날 환웅이 신단수에 내려올 적에 우사(), 운사(구름), 풍백(바람)을 거느려 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물놀이는 이와 같은 전설을 은근하게 품고 있어서 더욱 친근한 것 같다. 따라서 장구는 비(), 북은 구름(), 징은 바람() 그리고 꽹과리는 낙뢰, 번개()으로 이 네 가지가 적당하게 어우러지는 조화가 있어야 풍년이 든다는 것이다.

자진모리장단에서 휘모리장단으로 넘어갔는지 연주자가 무아지경(無我之境:내가 없는 지경이라는 뜻으로 정신이 한 곳에 빠져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경지를 가리키는 말이다.)빠진 듯 두드리는 소리에 혼이 들었다. “때려라~”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소리가 관중들의 흡입력을 유발케 한다. 낙뢰가 내리 꽂히듯 꽹과리의 쇳소리가 상쇠가 되어 앞장을 서고 나머지 3악기가 일목요연하게 울린다. 어느 악기하나 처지거나 엇나가거나 튀질 않고 나란히 평행선을 달린다. 관중들도 스스로 무아지경에 든 듯 ~’하는 탄성 속에서 음률에 몸을 싣는다.

장구를 연주하다. 이원선 기자
장구를 연주하다. 이원선 기자

농사도 이와 같아야하는 것이다. 늘 비가 내려도 안 되며, 늘 흐려도 안 되며, 늘 바람이 불어도 안 되며, 늘 햇볕만 있어도 안 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모여들고 천둥을 동반하여 비가 내리고 나면 햇볕이 골고루 다독거려야 풍년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사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농악을 이루는 투박함이 만수산 칡처럼 어우러져 더 없이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 내는 모양이다.

2018년 추석 한마당 중 최진사댁 셋째딸 시집보내기. 이원선 기자
2018년 추석 한마당 중 최진사댁 셋째딸 시집보내기. 이원선 기자

2018년에는 최진사댁 셋째 딸 시집보내기란 마당극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서 자칫 무료해질 수 있는 추석연휴를 함께 즐겼다.

2018추석 국립대구박물관을 찾은 소녀가 팽이를 돌리고 있다. 이원선 기자
2018추석 국립대구박물관을 찾은 소녀가 팽이를 돌리고 있다. 이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