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70) 이장일지 적기
[이장님 일기] (70) 이장일지 적기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4.02.2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매일 일지 적음
정해진 양식도 없이 항목별로 메모함
주민 민원이나 참고용으로 적절히 활용

◆일기를 기다리는 독자를 만나다

매일 <이장일지>를 적고 있다. 이면지에 대강의 항목을 정해 간단한 메모르 하니 일기가 아니고 일지라 이름 붙인다.

그저께 시니어매일 항목에 두 기자 이름을 올렸다.

정월대보름 민속한마당 행사에 사진을 찍으러 청도까지 온 두 기자를 반갑게 만났다.

한 기자은 1기고, 다른 한 기자는 2기인데 올해 복지부에서 만났다. 식사를 한 후라 귀농귀촌 부스에서 차만 한 잔 대접했다.

한 기자가 요즘은 <이장님 일기>를 안 쓰냐고 한다.

이장을 계속하다보니 매년 같은 시기에 거의 같은 일이 계속되어 쓸거리가 없다고 했다. 선임기자도 관심을 가지는 <이장님일기>라 앞으로 열심히 올리려고 다짐을 했다.

◆양식도 없는 이장일지

이장 5년 차인데 날짜로는 1517일째(2024.02.25. 현재)이다. 날짜를 알 수 있는 것도 이장일지 오른쪽 귀퉁이에 올해는 며칠째이고, 이장 총 누계로는 며칠째인지 적고 있어서 안 것이다. 하루에 한 장이지만 1년을 모으면 제법 두꺼워 1년 단위로 묶어 두었다. 그렇게 4권을 채웠다.

현직에 근무할 때도 주번이라고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적는 학교일지가 있었는데, 나중에 주번이 없어져 교무를 맡는 교사가 학교일지를 쓰게 되어 교직 말년에 내가 일지를 많이 적었다. 이때는 정해진 양식으로 인쇄된 일지라 해당란에 해당 사항을 적으면 되었는데,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이장일지는 정해진 양식이 없다.

면사무소나 농협에서 오는 공문 중 이면을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일지로 사용하고 있다. 양식을 만들지 않아도 위쪽에 날짜와 날씨를 적고, 위에 말한 이장 경력 날짜는 오른쪽 귀퉁이에 적는다. 주요 항목으로는 방송, 민원, 면사무소나 농협에 나가 한일, 마을 순회 등 공적인 일과 모임, 농사일 등 내 개인적인 일들을 적는다. 주요 항목은 붉은 글씨로 좀 크게 적어 눈에 잘 띄게 한다.

그중 방송도 중요한 항목이다. 전임 이장때부터 방송을 했는데, 못 들었다고 항의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나는 이장되고 첫 방송부터 언제 무슨 방송을 어떻게 했는지 간단히 기록을 했는데 그래도 방송을 못 들었다고 항의하는 어르신들이 있어서 기가 찰 노릇이다. 지금은 방송을 못 들었다는 항의는 해결이 되었다. 군청에서 가구마다 무선 앰프를 설치해 주었는데 직전 방송 내용이 녹음되어 있어서 외출시에 한 방송은 재생 버튼을 누르면 들을 수 있어서 이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주민들이 주문한 사항들도 가끔 시비거리가 된다. 감자씨를 주문했느니 하지 않았느니 할 때도

<이장일지>를 펼쳐놓고 누가 언제 얼마를 신청했다고 보여주면 나도 신청했지 싶은데 하면서 물러난다.

이럴 때는 <이장일지>가 해결사 노릇을 한다.

지난해 당뇨약 복용 후에는 식사 내용과 간식도 간단히 기록한다. 이튿날 혈당 체크를 하면서 나오는 수치를 보고 어제 먹은 어떤 음식이 고혈당인지 또는 정상 혈당이 나오는지 참고를 한다. 그리고 혈당이 많이 나오는 음식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있다.

아차! 어제 온 선임기자에게 인사를 놓쳤다.

기자단 보도사진 컨테스트에서 내가 낸 사진이 2등 격인 우수상을 받았다. 시상식(2019.08.12.월, 오후 5시)에서 이 기자가 심사위원장인걸 걸 알았다. 이런 사실도 이장일지에 모두 적혀 있어서 안 사실이다. “심사위원장님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남는 종이에 별다른 양식 없이 이런 공, 사적 일들을 간단히 적는 <이장일지>이지만 내 살아온 흔적이라 앞으로도 이장 마칠 때까지 일지를 적을려고 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소중히 보관할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