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하얀 솜꽃, 목화
[시골 꽃 이야기] 하얀 솜꽃, 목화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3.10.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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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으로 피어나다

목화 솜꽃이 피었다. 그 우아한 분홍색 꽃이 지고 난 뒤에 또 하얀색으로 영글어진 솜꽃이 핀 것이다. 다른 꽃들은 한 번만 꽃을 피우지만 목화는 두 번 핀다.

목화가 두 번째 피운 꽃, 목화솜. 장성희 기자
목화가 두 번째 피운 꽃, 목화솜. 장성희 기자

목화의 한자를 보니 나무와 꽃으로 이루어진 이름이다. 영어로 Tree Cotton 이라고도 한다. 비슷한 느낌인데, 꽃처럼 보이는 목화솜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어 지어진 이름인가 싶기도 하다. 
목화는 주로 봄에 씨가 뿌려지고 가을에 수확되어 겨울에 따뜻함을 선사해준다. 이불과 옷 등의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씨앗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래서인지 ‘꽃은 목화가 제일이다’라는 속담이 있는가 보다. 그것은 겉모양은 보잘 것 없어도 이곳저곳 쓸모가 큰 목화가 꽃 중에 가장 좋다는 뜻일 것이다. 겉치레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목화의 하얗고 부드러운 겉모습처럼 이타적인 모습이 잘 담겨 있는 속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 이다. 하얗고 부드러운 솜털이 나를 쓰담아주시는 엄마의 손길 같다. 조선 영조대왕이 왕비를 뽑는 시험을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두 장미, 모란 같은 꽃을 언급했지만 정순왕후 김씨는 백성을 따뜻하게 하는 목화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했다. 그 마음을 높이 사서 왕비로 채택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하튼 목화 전래로 기존의 삼베옷을 입던 백성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다.

꼬투리가 감싸고 있는 목화솜. 장성희 기자
꼬투리가 감싸고 있는 솜꽃. 장성희 기자

한편 우리 집 장롱 한 쪽에 오래전부터 쟁여 있는 목화솜 이불이 있다. 그건 내가 시집올 때에 해온 이불이다. 든든한 엄마의 사랑처럼 여겨져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목화솜보다 가볍고 질 좋은 이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결혼하고 한두 번 썼을까. 밍크 이불, 실크 이불에 밀려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몽실몽실 핀 하얀 목화꽃이 좋아서 매년 밭가에 몇 포기를 심어두고 오며 가며 따뜻한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