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름에 ‘각시’ 자가 들어가는 것은 작고 연약해 보이며 예쁜 풀꽃들이다. 각시붓꽃, 각시수련, 각시원추리가 그것들이다. 각시취 역시 어여쁜 각시처럼 작고 예쁘다
아침을 먹고 나서 '하늘바라기' 간판이 붙은 파고라 앞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갔다. 그리고 "자기야. 이 꽃 이쁘지 않아? 잡초라고 뽑아버리면 안 돼. 내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몰라."라고 하니 남편은 "그래, 그런데 이 각시는 키가 멀대처럼 크네. 아담한 우리 각시가 최곤데." 하고 말한다. 남편이 그렇게 말하니 싫지는 않다. 솔직히 키가 너무 커서 각시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큰 식물에 왜 이런 예쁜 이름이 붙었을까. 아마도 키는 크면서 꽃은 작고 색깔이 아름다워 그런 것 같다.
보통 각시는 새로 시집 온 '새색시'를 말한다. 그리고 "취"라는 말은 나물을 뜻한다. 그래서 각시취란 식물은 새색시처럼 예쁘고 소박한 나물인 것이다.
귀농하여 시골에 터를 잡은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꽃을 보고 심어보기를 계속 해오고 있다. 그중에는 씨를 받아 뿌려서 대를 이어가는 화초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각시취이다.
귀농하여 얼마 안 되어 청송 읍내에 가고 있었다. 길가 풀 숲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자줏빛 고운 꽃송이가 지나가는 우리 차를 붙들었다. 큰 키로 초록빛 풀숲을 밝히는 저 꽃은 도대체 누구일까. 바로 각시취라는 이름을 가진 숲속의 미인이었다.
두해살이 풀이라고 하니 씨앗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몇 주 후 다시 그곳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오가향에 온 각시취는 해마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어느 해는 너무 큰 키를 이기지 못해 누워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예쁜 꽃은 피워주었다.
올해는 꽃송이의 빛깔이 유난히 어여쁘다. 가을이 오고 있는 오가향에서 만나는 각시취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