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불청객이 어깨에 찾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특별한 원인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팔이 마음대로 잘 올라가지 않고 통증이 심해 밤에 잠을 설치게 된다. 바로 오십견이다.
오십견은 어깨관절의 안쪽 면을 형성하는 캡슐에 유착이 생기는 병이다. 옷으로 비유하면 옷소매에 해당하는 캡슐이 염증성 물질들로 인해 서로 붙어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매가 작은 옷을 입으면 팔을 잘 들 수 없듯이 오십견이 있는 환자는 팔을 드는 동작에서 운동제한이 생긴다. 염증성 물질들이 관절 안에 많이 생긴 상태이므로 어깨를 움직이거나 환측으로 누우면 많은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생기는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당뇨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노화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치료는 원칙적으로 운동치료이다. 관절의 운동범위를 넓혀주고 근육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심한 통증 때문에 운동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관절강내 주사요법이나 약물요법으로 통증을 감소시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를 많이 한다.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유착현상은 호전되지만 회전근개의 근육변성이 생기기 때문에 2년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6개월 이후에는 근육치료중심으로 치료 방향이 바뀐다.
오십견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회전근개염이다. 어깨에 생기는 또 다른 대표적인 질환으로 오십견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회전근개란 날개뼈와 상완골을 연결하는 네 개의 근육을 이야기하는데 어깨를 많이 사용할 때 특히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들면 힘줄에 손상이 생긴다. 처음에는 염증이 생기다가 심해지면 파열로 이어진다. 회전근개의 문제가 있을 때도 통증 때문에 운동제한이 생길 수 있다. 환자는 스스로 팔을 잘 들지 못 하지만, 검사자가 대신 팔을 들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검사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확진하는 것이 더욱 좋다.
초음파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전근개의 파열이나 염증을 찾는 것이다. 숙련된 전문의가 초음파 검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십견은 회전근개의 형태학적인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회전근개의 병변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두 질환 감별진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치료방향도 완전히 다르다. 회전근개의 경우에는 견봉하 공간에 힘줄강화주사를 해야 하고 오십견은 관절강 내에 염증주사를 해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회전근개 힘줄에, 물에 녹지 않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지 말라는 것이다. 트리암시놀론이라는 이 스테로이드 주사는 힘줄에 투여한 경우 한 달 이상 지나서 관절경 검사를 해도 스테로이드 주사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작용한다. 강력한 항염 효과가 있는 이 스테로이드로 인해 통증을 느끼지 못해 어깨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회전근개 파열이 생길 수 있고 또 스테로이드 자체의 효과로 힘줄이 탄성이 떨어진 상태가 된다.
병원을 방문하는 시기도 중요하다. 일주일 이상 어깨통증이 있거나 운동할 때마다 통증이 유발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회전근개염 초기에 병원을 방문한 경우는 힘줄 강화주사 한두 번 맞으면 다시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전근개의 50% 이상의 파열이 있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수술을 해야 하고 50% 미만의 경우도 정기적으로 힘줄강화주사를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또 오십견은 수술하는 질환이 아니다. 만약 오십견이 있는 환자를 수술하면 문제가 있는 관절캡슐의 염증은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건드리지 말아야 할 회전근개에 인공적인 손상을 주어 수술 후 어깨운동성이 더 떨어지거나 통증이 더 심하게 될 수도 있다.
오십쯤에 생기는 어깨통증은 절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이 까다로운 손님도 지혜롭게 잘 대처한다면 잘 극복할 수가 있다. 경험 많은 전문의와 함께 슬기롭게 대처하여 인생 후반에 어깨통증 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보자.
비엘마취통증의학과 권성현
